하림사태 근본 원인은 이것
하림사태 근본 원인은 이것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5.1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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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평가’ 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

투자는 ‘농가’ 이익은 ‘하림’ 불공정 구조 개선필요

(주)하림과 하림농가 협의회와의 사육비 현실화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농가들의 항의집회에 하림사측이 농가대표자들에 대한 계약해지로 대응하고 있고 이번에 농가들이 병아리 입식 거부로 맞받아치고 있다. 하림과 하림사육농가들 간의 문제의 핵심을 짚어 본다.
하림은 국내 닭계열업체 중 유일하게 사육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상대평가 해 지급하고 있다.
농가의 사육성적이 적절한 기준에 도달했을 때 이를 인정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출하한 농가들의 사육성적을 평균 내어 기준을 새로 정하고 매번 출하할 때마다 달라지는 기준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지급한다.
상대평가 하에서 농가들은 자신의 순위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만 사육성적이 지난번 출하 때보다 높게 나와도 비슷한 시기에 출하한 농가들의 사육성적이 높아버리면 자신의 투자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결국 농가들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노동의 강도를 더욱 높인다거나 양계장 신축 등 시설현대화를 위한 투자로 이어지게 된다. 대규모 투자로 사육환경이 개선되면서 사육성적은 향상되고 순위 상승으로 과거보다 인센티브를 더 받게 되지만 시설현대화에 나서는 농가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기준점이 점점 높아져 사육성적이 좋아 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점이 더욱 높아지면서 농가들이 받는 사육비는 제자리로 돌아오고 만다.
농가들 사이에서는 치열하게 시설투자를 하며 순위싸움을 하고 있지만 하림 입장은 느긋하다.
상대평가 제도 속에서 농가들이 시설투자를 해 순위를 높여도 결국 누군가는 중하위권으로 밀려나가기 때문에 기본사육비를 인상하지 않는 한 농가들이 받는 사육비의 총액은 언제나 같기 때문이다.
일부 농가 간 자리바꾸기로 농가입장에선 수입의 차이가 발생하겠지만 하림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사육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하림이 농가들에게 지급하는 사육비는 일정하다.
결국 농가들이 투자를 통해 시설을 현대화 했을 경우 이익은 농가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림에게 돌아가도록 설계되어져 있는 것이다.
상대평가는 하림 입장에서는 무척 유용한 제도다. 농가에게 지급하는 사육비가 일정하다보니 내해 사육규모 판매규모를 설정하면 농가에게 지급될 사육비 총액이 사업계획대로 집행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절대평가를 하는 곳에서는 농가들이 회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사육성적이 높게 나올 경우 사육비를 더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상대평가 하에서는 농가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과거보다 더욱 노동의 강도를 높이고 수억원이 드는 시설현대화에 나서지만 사육규모가 커져 소득은 늘어난 것 처럼 느껴지지만 사육수당 받는 금액은 제자리 수준이고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 등을 고려할 때 오히려 손실이 더 클 수가 있다.
특히, 상대평가 농가가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지난번 자신의 사육성적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육하는 농가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수준까지 성적을 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회사의 평가자료 그리고 지급되는 사육경비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합리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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