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농산물 잘 팔아주는 시스템부터 고민하라"
[인터뷰-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농산물 잘 팔아주는 시스템부터 고민하라"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10.05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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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is... 강원도 양양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1988년 미국 미시시피 주립대에서 농업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중앙대 산업과학대학 학장과 한국농업정책학회회장,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2005년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해 농업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한 대통령 직속 농업·농촌대책위원회 제1분과위원장, 총리 직속 정부정책평가위원회 위원도 거쳤다. 진보 성향의 농업경제학자로 분류되지만 정부와 학계, 정치권까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 서슴없는 비판으로 유명하다. 한미FTA 추진에 반대해 당시 보수 정권에서 관심을 보였으나,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광우병 사태가 터지자 검역주권을 내세우며 정부를 비판, 농업만 바라보는 학자로 이름을 알렸다. '쌀은 주권이다'라는 칼럼집을 펴내기도 했으며, 30년 학계 생활을 은퇴하고 돌연 농부로 변신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고향인 강원도 양양으로 돌아가 사과 농사꾼으로 살며 흙냄새를 맡고 있다. 농민이 된 그는 현장에서 농업과 부대끼며 농업 문제의 본질을 고민 중이다.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가 야인으로 돌아왔다. 학계를 향한 셀프 비판에도 인색하지 않을 정도로 거침없었던 그는 농업 현장에서만큼은 숙연해진다. 책상에서 배우고 교단에서 가르친 농업은 현실과 다르다. 농촌을 경험하지 않으면 농업 문제의 본질은 모른 채 탁상공론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게 윤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평생 농업·농촌이 소중하다고 떠들었는데 귀농 안 하면 이상하지 않나요"라며 쉽게 이야기하지만 농업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친환경 농법으로 사과농사를 지으며 좌충우돌하고 있다. 이제 갓 초보 농사꾼티를 벗은 윤 교수가 꺼내는 화두는 그가 학계에 있을 때보다 폭과 깊이가 달라졌다. 본지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우리 사회와 정부가 바라보고 있는 농업·농촌에 대한 문제점을 윤 교수와 짚었다. 
 

농정 1순위 "잘 팔아주는 시스템 구축" 

"학계에 있을 때는 식량주권, 식량안보를 최우선으로 생각했죠. 막상 농업 현실에 뛰어드니 막연하더라고요. 당장 먹고살기 바쁜데 피부에 와닿지 않는 어젠다가 눈에 들어오겠어요. 농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한 가지예요. 내가 애지중지 키운 농산물을 제값 주고 파는 것. 정부의 농정 1순위는 농산물, 축산물, 가공품을 잘 팔아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어야 합니다." 

농민들은 스스로 키운 농산물을 최고로 여긴다. 여기에는 소위 말하는 '농산물 부심'이 자리한다. 농민들의 자존감은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이 최고가를 받았을 때 높아진다. 거꾸로 판로가 없을 때 좌절감 또한 크다. 판로는 경제적으로도 농민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윤 교수는 "농민은 생산만 잘 해내라. 판로는 유통 시스템에게 맡기고"라는 메시지를 농업·농촌을 살릴 수 있는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농촌에 가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잖아요. 다들 알고 있고요. 정부에서도 유통 개혁을 한다고 하는데 제대로 되고 있나요. 다른 것 다 제쳐두고 물류, 유통, 소비자와의 연계 이런 것들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담아내느냐, 시스템을 갖출 것이냐가 농민과 농촌을 살리는 길입니다." 


평균에 매몰되지 말아야 경영학적 접근 필요 

판로 시스템 구축은 대농 보다 중·소농에게 더욱 절실하다. 윤 교수가 중·소농에 집중하는 이유는 농촌 공동체의 근간이 이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기업화된 상위 1% 대농은 거주지조차 도시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농촌 공동체의 유지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도 연결된다.

"우리가 그리는 농촌의 모습이 도시에 살면서 농업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농촌에 살면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농민들 스스로의 협업으로 좋은 농산물을 만들어내는 것. 공동체가 살아야 농업의 가치가 유지되는 것이죠." 

윤 교수는 정부가 정책을 기획할 때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농업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 평균에 집중하다 보면 농촌 공동체를 이루는 중소농에 소홀해질 수 있어서다. 때문에 농업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의 전체 효용을 극대화하는 경제학적 접근보다는 농민 개개인의 이윤을 높이는 방향인 경영학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품목 단체의 성장 핀셋 정책이 필요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요구는 다양해지고 파편화되고 있다. 농업에서도 이런 경향이 뚜렷해진다. 종합 단체가 번성했던 시대를 지나 품목별로 규합되면서 세분화되고 있다.  

"과거 농촌이 아니죠. 지금은 품목도 다양해지고 소득 수준도 높아지도 보니 소비자들의 요구도 다양해지잖아요. 평균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한 것도 이것과 궤를 같이 합니다. 평균에 몰려있지 않은 농민그룹, 농업그룹, 농촌 그룹이 존재하잖아요. 이들을 어떤 그릇에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농업정책 연구의 세분화도 그래서 필요한 것이죠." 

윤 교수는 핀셋처럼 콕 집어낼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의 출발점은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는 농민을 담아낼 수 있는 농정 세분화는 요즘 시대에 어렵지 않다"면서 "AI, 사물인터넷과 같은 첨단 기술은 농민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30년 안에 농촌은 소멸할 것 

윤 교수는 현 농정 철학이 지속된다면 농업의 미래는 어둡다고 진단했다. 빠르면 20~30년 안에 소멸할 것이라는 윤 교수의 예언은 다소 과격한 상상이지만 농촌은 피부로 겪는 문제다. 자본과 신기술이 농촌과 농민을 이해하는 곳에 쓰이지 않고 성장만 강요한다면 농업의 진입장벽은 높아지고 결국 자본가가 주도하는 농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성장을 앞세우는 농정철학이 지속되는 한 우리 농업은 자본 집약적인 농업으로 갈 공산이 큽니다. ICT, 스마트팜 모두 농업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좋은 재료지만 이런 도구들을 성장만 강요하는 농업에 쓰인다면 중소농은 사라지고 기업화된 농민만 살아남겠죠. 이들이 농촌에 거주할까요. 우리가 꿈꾸는 농촌은 사라지고 마치 공장에서 일하는 것처럼 자본가 아래 노동자들이 일하는 농촌으로 변하겠죠." 


지속 가능한 생명 농업에 대한 관심 제고 

윤 교수가 이야기하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는 농민으로부터 시작된다. 친환경, 생태학적 접근은 농민이 추구할 수 있는 권리기도 하다. 다만 현 농업 구조가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척박한 환경이다 보니 정부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게 윤 교수의 생각이다. 

"모든 사람이 생명농업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어요. 공익형 직불제 중 친환경 농업을 육성할 수 있는 선택형 직불제에 대한 논의도 없잖아요. 또한 중소농을 살리려는 공익형 직불제의 방향에는 동감하지만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죠. 지금 농업 예산을 보면 타 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죠. " 

윤 교수는 마지막으로 국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농업정책을 평가받는 시험인 국정감사에 실현 가능한 의제들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는 농업에 여야가 없는 것처럼 국정감사에서도 농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농업정책을 개혁할 수 있는 일 잘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의원들도 이제 목청만 높이지 말고 공부 좀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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