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의 탈원전 정책 결국 해법은 농업에 전가?
[사설] 정부의 탈원전 정책 결국 해법은 농업에 전가?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10.05 08: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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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당정청에서 농업진흥구역에 영농형 태양광 설치 기한을 기존 8년에서 최대 20년까지 연장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거대 집권 여당과 정부가 밀어붙이면 법안 통과도 시간문제라는 게 농민들의 우려다.

해당 법안은 이미 올해 7월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민들의 농외소득 제고를 위한다는 취지로 발의한 바 있다. 당시 박 의원은 해당 법안에 대해 신재생에너지의 보급과 확대, 국토의 효율적 활용, 농가의 부가소득 창출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30년까지 국내 총 에너지 발전량 중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채워야 하는 입장에 비춰보면 절대 농지의 규제 완화가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다. 정부가 탈 원전 정책을 꺼내들면서 태양광 설비 늘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하지만 농지법까지 개정하면서 추진해야 되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해당 법안은 농민들이 목숨처럼 여기는 농지를 또 하나의 투기와 싸움의 장으로 전락하게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해 간척지에 태양광 설치 기한을 20년으로 늘려준 이후 태양광 설치업자들이 농민들을 부추기면서 농민 사이의 갈등이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 똑같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농형 태양광 사업 자체도 문제다. 섣불리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 경우 20년 후면 해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본전도 찾지 못한 채 결국에는 농민이 해체 비용까지 물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지금도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정서) 가격이 전년과 비교해 40%가량 폭락했다. 정부와 정치권, 태양광 업자들의 공조로 태양광 시설이 급격히 늘어난다면 농민들은 공급과잉으로 또 다른 형태의 채산성 악화에 시달릴 수 있다.

정부의 탁상행정은 고통받는 농민들을 수없이 배출했다. 지금도 시행하고 있는 논타작물재배지원 사업도 벼 이외의 작물이 쉽게 자라지 않거나 자연재해에 쉽게 무너지면서 정부를 믿고 따른 농민들만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의 수매비축 사업에 참여한 산지 유통인은 자연재해로 인해 공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불공정 수매 계약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농민이 결국 손해를 보는 기현상은 농민과 농업을 돌보지 않는 우리나라 사회와 정부 농정 기조의 민낯이다.

벌써부터 민간에서는 해당 법률 통과를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는 세력이 있다. 인터넷에 접속해 태양광을 검색하면 태양광 설치 업자들의 농민들을 꾀기 위한 게시물이 넘쳐난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든가 일하지 않고도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사탕발림 홍보로 유혹하는 식이다.

탈원전 정책이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제라면 왜 또다시 농업을 희생양 삼아야 하는가. 농업진흥구역은 말 그대로 농어촌발전 특별조치법에 의해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보전하기 위함이다. 농민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농지법을 개정하면서까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다면 이제는 농업·농촌에 농민이 설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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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2020-10-06 18:23:37
지금 농촌은 경제성없는 농사로 인해 몰락하고 있습니다.
자족농업은 북한에서나 찾으시고 어서 진흥구역 규제를 철폐하여 태양광으로 전기도 생산하고 농촌에 실익이 되는 정책을 펼쳐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