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목초지의 효율적 이용
[기고] 방목초지의 효율적 이용
  • 농축유통신문
  • 승인 2020.10.2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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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남건 농촌진흥청 난지축산연구소 농업연구관


[농축유통신문] 

초지 면적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목초지에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필자가 근무하는 제주도에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하는 516도로가 있는데 차를 타고 가다보면 한라산 중턱에 말을 방목하고 있는 목장이 나온다. 바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마를 보존하면서 사육하고 있는 방목장이다. 이 방목장은 관광객들의 찾는 최애 장소가 됐고 지금은 주차장 등이 잘 정비돼 많은 관광객을 맞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곳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만 말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기후 여건으로 인해 온대성 기후에 적합한 북방형 목초로 초지를 조성해 이용하는데, 북방형 목초는 봄철부터 가을까지만 자라 방목기간이 67개월에 불과하다.

 

축산 선진국에서 가축을 사육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지출 중 하나는 사료비용으로 많은 축산 농가에서는 사료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사료를 사고 저장하는 비용은 목초지에서 가축을 방목하는 비용보다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조사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통해 많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한 목초 및 사료작물의 신품종 연구를 통해 여러 품종들이 개발돼 농가에 보급됐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것은 겨울철 사료작물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는 높은 생산성과 사료가치로 인해 가축이 매우 좋아하는 풀이다. 과거에는 제주를 비롯한 남해안 일부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했었는데,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추위에 강하고 빨리 자라는 신품종을 개발해 지금은 경기도 북부지역까지도 재배가 가능해 많은 축산농가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북방형 방목초지 혼파조합 및 기호성, 방목에 따른 가축의 생리적 특성, 기후변화에 대응해 따뜻한 지역에 잘 자라는 남방형 방목초지의 생육특성 및 생산성 등 다양한 연구가 이뤄져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축산농가에서는 겨울철이면 건초나 사일리지를 제조해 가축에게 먹이는 방법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미국이나 호주에서 소고기의 생산비가 가장 낮은 이유 중의 하나는 목장에서 방목을 통해 가축을 사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 선진국에서는 초겨울이나 이른 봄부터 방목을 하기 위해 일년생 사료작물을 재배해 방목위주의 사육을 하고 있다. 겨울 동안 일년생 사료작물을 재배해 방목하는 방법은 가축의 방목 기회를 증가시켜 겨울을 보내는 동안 필요한 건초의 양을 대체할 수 있다. 즉 건초 생산과 저장에 필요한 경비를 절약시켜 준다.

국토면적이 작은 우리나라의 경우 방목초지에서 사료작물을 생산하는 기술을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일년생 사료작물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나 호밀 등을 방목이 끝난 목초지에 파종해 이듬해 봄에 가축을 방목해 이용하는 방법으로 현재, 풀사료의 생산성, 사료작물 재배에 따른 기존 목초의 식생 변화, 경제성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사료로 볏짚을 이용하거나 논에서 벼를 수확한 후 휴경기 동안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를 재배해 이용하고 있으나, 지금도 많은 양의 건초를 수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목초지에 사료작물을 재배해 조사료를 공급한다면 방목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되고 국내 축산업은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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