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협치(協治)…지역 푸드플랜 체계 구축 ‘성공열쇠’
[특별기획] 협치(協治)…지역 푸드플랜 체계 구축 ‘성공열쇠’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0.10.23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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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먹거리 체계’ 구축 나서
국가·광역·기초지자체 서로 연계협력 강화 필요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최근 전 세계적인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먹거리 문제다. 효율성을 강조한 기존 먹거리 시장은 식품안전사고 및 먹거리 양극화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며 새로운 먹거리 체계(푸드플랜) 구축에 각국이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푸드플랜은 지역의 먹거리에 대한 생산, 유통, 소비 등 관련 활동들을 하나의 선순환 체계로 묶어서 관리해 지역 구성원 모두에게 안전하고 좋은 식품을 공급하고,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며 환경을 보호하는 데 기여하도록 하는 종합적 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이 같은 새로운 먹거리 체계구축에 유렵과 북미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각 도시별로 계획이 수립돼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도시가 런던, 암스테르담,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이다.

특히 푸드플랜은 2015년 밀라노 국제엑스포에서 체결된 밀라노 도시먹거리 정책협약을 통해 급격하게 늘어났으며, 전 세계적으로 100여 개가 넘는 도시가 지역단위 푸드플랜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도 2015년 전주시와 2017년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푸드플랜을 수립했고,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역단위 푸드플랜을 활성화시키고, 국가단위 푸드플랜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먹거리 정책이 다 부처가 연관돼 있어 효율적인 먹거리 정책 추진에 탄력을 받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먹거리 순환고리에서 각 주체 간 가치와 정책 간 갈등이 터져 나올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 및 기초지자체, 광역지자체의 연계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는 국가 및 광역·기초지자체가 서로 협력해 제 역할을 해줘야 지역 푸드플랜이 잘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역 푸드플랜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가 및 광역·기초지자체가 서로 협력이 중요한 만큼 △나인지 농식품부 서기관 △윤병선 건국대 교수 △김영하 농식품부 푸드플랜 자문위원 △배옥병 전국 먹거리연대 공동대표 등 전문가들에게 새로운 먹거리 체계 구축 방안에 대해 들어본다.

◇나인지 농식품부 서기관
지역단위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 추진방향
시민사회-지자체 중심 푸드플랜 구축 나서

지역 푸드플랜은 먹거리의 생산·유통·소비·폐기 전 과정 및 이와 관련된 안전·영양·복지·환경 등 다양한 이슈를 통합 관리하는 지역 내 먹거리 순환 종합전략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이나 지자체·공기업 구내식당, 학교급식 등을 중심으로 신선하고 안전한 지역 농산물을 공급·소비하는 것이 지역 푸드플랜의 출발점이다.

지역 푸드플랜을 통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건강한 먹거리 공급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공공급식을 중심으로 국산 농산물의 안정적 수요기반을 구축하고, 생산자는 수취가격 상승 및 유통비용 절감, 소비자는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적정가격에 안심하고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먹거리 복지, 환경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함에 따라 로컬푸드 관련 다양한 사회적 경제 활동을 촉진하고, 생산자 소득 증가 및 일자리 창출에 따른 소비지출 증가 등 지역경제 선순환 효과에 도움 준다.

특히 로컬푸드를 활용한 지역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을 통해 급식지원센터, 직매장, 농가 레스토랑, 가공센터 등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중소농이 일정 소득을 보장해주는 효과도 나타난다.

이에 지역 푸드플랜을 추진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까지 67개 지자체에서 추진 중에 있다. 이들 지자체들은 공공급식에 로컬푸드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로컬푸드 직매장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농식품부는 시민사회와 지자체 중심으로 푸드플랜이 전국적으로 확산 및 내실화될 수 있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공공급식 로컬푸드 공급확대를 중점 추진하고, 지자체 협의체를 운영해 지자체 간 교류를 촉진, 농가조직화 및 안전관리 등 로컬푸드 공급체계 구축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시민단체와 농민단체, 전문가 등과 중앙 및 지역단위 민관 거버넌스를 구성해 전국적 확산 분위기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로컬푸드 확산 3개년 추진 계획을 지난해 6월부터 추진 중에 있으며, 2022년까지 로컬푸드 대국민 인지도를 70%까지 높이고, 유통 비중도 15%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2022년까지 공공기관·군급식에 로컬푸드 공급비중 70%, 지자체 100개를 참여 시킬 수 있도록 해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로컬푸드 가치 확산 △중소가족농이 행복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소비자가 안심하고 누리는 지역 먹거리 등의 지역단위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윤병선 건국대 교수
먹거리 문제 근본적 고민과 지방의원 역할
푸드플랜 설계도 아냐…지역 연결망 구축 운동

최근 우리 농업과 농촌, 먹거리는 위기 상황이다. 농업총수입에서 농업경영비를 뺀 농업소득이 농업총수입에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0년 69%에서 지난해 35%로 크게 감소해 농업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중반까지 도시근로자가구소득과 거의 동등한 수준이었던 농가소득은 현재 2/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경지면적이 1ha 미만의 농가 비중이 69%에 이르고, 1년 판매금액이 500만 원인 농가의 비중이 54%, 1,000만 원 미만인 농가는 68%에 이르는 만큼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여기에 먹거리 취약인구는 줄지 않고 500만 명 이상을 계속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먹거리 문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기존 먹거리 체계에서 벗어나 먹거리의 생산-가공-유통-소비의 선순환체계(푸드플랜) 구축하려는 움직임 일고 있다.

이를 통해 먹거리 보장, 상생(지역 내, 도농 간), 건강, 안전, 먹거리 정의 실현, 농가소득 증대, 안정적 판로 확보, 유통비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푸드플랜의 핵심가치는 △경제적 지속가능성 △배려 △생태적 지속가능성 △협치 △사회적 지속가능성 △돌봄 등이다.

우선 경제적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실현하면 직매장이나 공공급식 등과 연계돼 판로가 다양해지고 농민들의 가격결정권 등이 생겨 농업소득 창출로 이어진다. 아울러 농민들의 가공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과 생산 활동을 넘어선 소득창출 기회가 확보된다는 점에서 실현해야 할 가치다.

배려의 가치를 통해 관행 유통경로에 취약한 중소농가들을 도울 수 있고, 여성농가와 고령농을 위해 지역에 기반으로 한 영농활동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인적 재능을 지역과 연결해 귀농인과 취농인이 안정적으로 농촌 정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태적 지속가능성 가치는 생태농업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협치는 푸드플랜이 지향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부서 간 칸막이를 극복할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다.

사회적 지속가능성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학교급식 등 먹거리 복지를 총괄하는 통합적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고,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과 농민조직 활성화도 이뤄져야 한다.

푸드플랜은 설계도가 아니다. 지역의 주체들이 협치와 협동을 바탕으로 돌봄과 배려의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 과정이고, 지역 간 연결망을 구축하는 운동이다.

◇김영하 농식품부 푸드플랜 자문위원
푸드플랜의 이해와 지방의원의 자세
중장기적 먹거리 위기 대응 정책 필수

전 지구적 가뭄 등 기상이변으로 흉작과 식량부족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파급되면서 식량위기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전 세계의 국가들은 대부분 2007~2008년 세계적인 식량의 위기 상황을 경험한 후 식량안보를 자국의 헌법이나 법률에 반영해 지키도록 하고 있으며, 푸드플랜을 세워 중장기적으로 먹거리 위기에 대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푸드플랜은 농장과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푸드 시스템을 원활하게 구축하기 위해 상품과 사람, 환경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 지속 가능한 농업, 사회, 환경을 실현하는 정책이자 실천전략이다.

다시 말해 먹거리 안전과 건강,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중·소농을 살리고, 식량안보에 대비하는 정책이다.

푸드플랜은 먹거리 생산과 유통 소비로 연결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합관리하면서 국민들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 정부에서도 국가 푸드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푸드플랜을 통해 먹거리 안보, 먹거리 안전성을 전국단위 관리체계로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지만 식품 관련 업무가 농식품부-행정자치부-교육부-복지부-환경부 등으로 분산, 정책목표나 추진전략 간에 상호 충돌이 발생하는 등 성과창출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다른 국가에서는 지역 특성에 맞게 정책, 사업, 프로그램을 선택해 지역에 맞는 순환시스템을 구축해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추세에 따라 로컬푸드 직매장이나 지자체·공기업 구내식당, 학교급식 등을 중심으로 신선하고 안전한 지역 농산물을 공급·소비하는 지역 푸드플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지자체는 푸드플랜 시스템을 갖추면서 농축산물의 수요를 예측하고 농가들은 이에 따른 계획 생산이 가능해 지고, 취약계층에 지원되는 최저생계비도 먹거리에 관해 영양과 품질이 우수한 지역 내 먹거리를 공급해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게 되고 있다.

이는 생산-가공-유통-폐기로 이어지는 먹거리 순환체계를 구축해 사회·경제·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로 인해 푸드플랜의 목적인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 △푸드플랜 실행력 확보 △지속가능성 확보 △시민 먹거리 질 향상 △먹거리 관련 휴먼 네트워크 구축 △지역경제순환 시스템 구축 등이 실현 가능해져 다수의 광역단체와 기초 지자체를 중심으로 푸드플랜을 추진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배옥병 전국 먹거리연대 공동대표
서울시 먹거리 전략 2030과 지방의원의 과제
거버넌스 구축…통합 먹거리 정책 수립해야

지금의 기후위기는 곧 먹거리 위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농업·먹거리 정책 또한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탈바꿈해야 한다.

기후위기, 에너지 위기, 먹거리 위기에 대한 국민적·국가적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하고 로컬푸드 도농직거래 활성화와 친환경 유기농업 전면화 등을 위한 먹거리 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세계 각국 정부들은 △먹거리 불평등 해소 △먹거리 접근성 강화 △먹거리 불안 해소 △먹거리 사슬 상화 및 촉진 △지구생태 기여 등의 방식으로 먹거리 정책 전환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먹거리 기본권 보장, 공공조달체계 구축, 공공부문 먹거리 조달기준 수립, 지속 가능한 먹거리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우리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선순환이 가능한 먹거리 체계 구축을 위해 지역 푸드플랜을 확산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지자체가 서울시다. 서울시는 ‘먹거리 마스터플랜’을 세워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경제적 형편이나 사회·지역·문화적인 문제와 상관없이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인 ‘먹거리 기본권’을 선언했다.

기본조례는 상생의 가치를 바탕으로 미래세대가 건강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구현하는 먹거리 체계의 확립과 서울시민의 먹거리 보장 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서울시의 먹거리 정책 전환으로 서울 시민들은 건강한 먹거리의 지속적인 생산 및 안정적 공급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푸드플랜은 시민 참여(거버넌스 구축)를 통한 통합적 먹거리 정책 수립과 실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먹거리 생산능력이 없는 지자체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생산기반을 보장하고자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는 푸드플랜이 제대로 추진되기 힘들기 때문에 푸드플랜의 가치와 내용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기본법을 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푸드플랜의 체계를 잡아 나가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농축유통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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