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벼락치기 국정감사 '이제 그만' 상시 국감이 필요하다
[사설] 벼락치기 국정감사 '이제 그만' 상시 국감이 필요하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10.29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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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20일간의 강행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국감에는 대통령의 농지 문제, 식량자급률, 청년농육성, 농업마이스터제도, 옵티머스 펀드 등 농업계 곳곳에 숨어있는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국감장을 달궜다. 비록 국회의원들이 정쟁에만 매몰돼 고성이 오가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졌지만 일부 의원들의 날선 비판은 피감 기관의 진땀을 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21대 첫 국정감사의 대중을 향한 성적표는 초라하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창종창의 '부하' 논쟁 말고는 국민들의 뇌리에 박힌 이슈가 전무할 정도다. 국정감사의 존재 이유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나마 옵티머스 펀드 문제가 이슈화된 것에 체면치레는 했다는 평가를 위안 삼아야 할 정도다.

국정감사는 1년간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을 되짚어보는 중요한 행사다. 정치인들의 정쟁으로 정작 중요한 이슈와 논쟁이 묻히는 일은 없어야 마땅하다. 야당은 대통령과 현 정부를 비판하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실타래처럼 얽혀 산업계 곳곳을 좀먹는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고 논쟁하는 데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의 지지율에만 목을 매거나 차기 대선 주자를 감싸는 일에 집중하는 등 국정 전반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일에 게을렀다는 평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의 국정감사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로 이용하거나 정치인의 데뷔 무대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한 달 남짓한 국정감사는 산업계 곳곳, 국민들의 욕망과 분노, 질책이 표출되는 자리다. 국민들의 민의를 담아 국정에 녹여낼 수 있도록 하는 국회의원의 목소리가 필요한 이유다. 급박한 일정 속에 파묻혀 해당 산업을 분석하고 공부하는 데 미진함을 보일 수는 있어도 국정감사를 이용해 소위 '언론 노출'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국정감사도 콘텐츠 시대에 직면했다.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호통’을 콘텐츠로 삼는 국회의원은 더 이상 국민들의 호응을 받지 못한다. 콘텐츠를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산업을 길게 볼 줄 아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벼락치기 국정감사는 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 국정 전반을 감사하는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해당 산업의 중요한 이슈나 정책적 오류가 발생할 때마다 면밀히 살필 수 있는 국정감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농업계는 절실하다. 산업에서 소외된 농업은 각종 정책적 오류로 고통받고 있는 농민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농축산업계에 해묵은 문제들은 해마다 국정감사가 지적받지만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고 있다. 벼락치기와 같은 국감은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해마다 증명해 주고 있는 셈이다. 이제 상시 국정감사를 도입해야 할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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