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장의 시선]탁상행정 끝판 왕…현장 혼란만 부추겨
[이 부장의 시선]탁상행정 끝판 왕…현장 혼란만 부추겨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0.11.05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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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용 취재부장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쌀 생산조정제)이 예산당국의 예산삭감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사업은 쌀의 과잉생산을 억제해 쌀 수급균형과 가격 안정을 꾀하기 위해 추진됐던 사업이다.

취지는 좋다. 쌀 수급균형을 맞추기 위해 논에 타작물 심기를 유도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으로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단기적인 처방만 생각하고 접근한다는 것.

이 사업은 이미 수차례 정부에서 쌀 수급과 가격 문제가 발생하면 이름만 바꿔 쓰던 방식이었고, 언제나 실패의 맛을 봤던 정책이다.

실제로 지난 2001년에 논콩 수매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행을 했지만 이중으로 적용되는 콩 수매가에 대한 농가의 반발과 논콩 재배가 늘어나 콩이 공급과잉이 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결국 폐기됐다.

2008년 이후 대풍년으로 쌀 재고가 증가하자 정부는 2011년 논 기반소득다양화사업을 도입했다. 논을 기본으로 소득을 다양화한다는 취지로 3년 한시로 도입을 했지만 2010년 이후 다시 흉년이 반복되면서 쌀값이 오르자 사업목표의 45% 수준밖에 달성하지 못했고 결국 1년 만에 사업을 대폭 축소하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도 쌀 과잉생산과 재고를 줄이기 위해 급하게 생산조정제도를 실시했지만 사업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만 남기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이렇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자 예산당국에서는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예산을 다 삭감하게 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회가 나서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예산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실패한 정책을 또 다시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들이 내놓는 근거는 중단되면 쌀 수급문제가 발생하고, 밭작물과 사료작물 자급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예전부터 말했지만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바로 소득문제다. 농가는 이 제도가 시행될 때마다 쌀만큼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다른 작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조정제가 활성화되기는 어려웠으며, 여기에 쌀값마저 오르자 농가들은 생산조정제를 외면하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업이 끝나는 악순환이 계속 반복됐던 것이다.

더욱 문제는 논에 타작물을 심으면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3년 간 몸소 체험한 농가들이 소득도 안 되고 힘만 더 소비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논에 콩을 심은 농가의 대부분은 손해를 봤다. 논에 타작물 심기 위해서는 많은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대부분의 농가는 제대로 요건도 갖추지 않고 논에 콩을 심어 낭패를 봤다. 특히 이상기후 현상이 심해지면서 제대로 수확해도 소득보전을 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쌀 수급문제를 해결하거나 곡물자급률을 높이는데 기여한 성과를 찾기도 어렵다. 이 정책 때문에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농가 피해는 더욱 커졌다는 사실을 정부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부가 생산조정제 추진에 앞서 정책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움직임만 보였더라도 성공은 아니더라도 실패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눈앞에 문제만 해결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정책 대부분은 끝이 안 좋다. 탁상행정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국회도 성과도 없는 논 타작물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기 보다 더 나은 실질적 대책을 찾아 예산을 쓸 궁리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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