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FTA 'RCEP' 체결···무역 장벽 허무는 트리거 되나
세계 최대 FTA 'RCEP' 체결···무역 장벽 허무는 트리거 되나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11.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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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업 보호했다지만 'TPP' 등 산 넘어 산
바이든 당선인 미국 중심 무역질서 재편 시사 


제4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온라인 정상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출처:청와대)
제4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온라인 정상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출처:청와대)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한·중·일 등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FTA인 'RCEP(역내포괄동반자협정, 이하 알셉)'이 체결되면서 무역 장벽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미국 바이든 당선인은 알셉을 두고 "미국이 규칙을 정해야 한다"며 강력한 견제 메시지를 보내면서 향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등 세계 무역질서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정부는 지난 15일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같은 날 개최된 제4차 RCEP 온라인 정상 회의에 참석해 알셉에 최종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정문 체결로 각 국가에서 자국 비준동의 절차를 거치면 60일 후에 발효된다.

이번 협정은 세계 최대 잠재력을 가진 메가 FTA로 세계 인구의 29.7%, GDP의 28.9%를 차지하는 대규모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은 알셉을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최초 FTA를 맺으면서 전 세계를 경제권역으로 묶는 작업에 승차하게 됐다.

이번 협정에서 개방폭이 우려됐던 농업 분야는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국내 농산물 핵심 품목인 쌀(관세:513%), 고추(270%), 마늘(360%), 양파(135%), 사과(45%), 배(45%) 등은 양허 제외했고, 수입액이 높은 바나나와 파인애플도 협상 대상에서 빠져서다. 

이번에 협정으로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품목은 체다치즈와 키위, 초콜릿 등이며, 관세가 서서히 낮아지는 열대과일은 구아바(30%, 10년), 파파야(30%, 10년), 망고스틴(30%, 10년)으로 방어했다. 이미 체결된 FTA 비교해 중국에는 녹용과 덱스트린(변성전분)이, 호주에는 소시지 케이싱이 추가로 개방된다. 

김기한 농림축산식품부 동아시아자유무역협장과장은 "(즉시 철폐되는 키위의 경우) 아세안 지역에서 수입되는 물량이 없으며 치즈도 아세안이 축산 강국이 아닌 탓에 국내 농업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 "아세안을 상대로 민감 품목인 바나나와 파인애플은 (양허 제외로) 방어를 했고, 일부 열대과일인 구아바의 경우 수입이 거의 안되며, 망고스틴, 파파야는 10년의 철폐 기간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신선 농산물이 아세안을 거쳐 수입되는 원산지 기준도 명확히 설정했다. 신선 농산물의 경우 수출 국가에서 생산한 경우에만 원산지를 인정하는 완전생산기준(WO)이나 유사 기준을 설정해 역내 우회수입 우려를 낮췄다.

하지만 이번 알셉의 협정 체결로 세계 무역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대선 바이든 당선인이 알셉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미국 중심의 무역 질서 재편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스 극장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참여한 알셉과 관련해 미국이 규칙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미국이 (무역과 관련한) 규칙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전 세계 무역 규모의 25%를 차지고 있으며, 또 다른 25%, 혹은 그 이상인 다른 국가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TPP에 다시 가입할 경우 한국에도 참여를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TPP 가입이 아니더라도 미국이 또 다른 다자간 무역 협상을 주도할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1월 21일 새로운 무역정책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협정 체결로 우리나라는 당초 알셉과 TPP의 양자택일 딜레마에서는 해방됐지만 추후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 협정에 승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셉 체결을 단초로 농업 강국과의 무차별적인 협정이 국내 농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TPP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탈퇴에 서명했으며, 현재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로 명칭을 변경해 일본을 포함한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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