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년간 협상 'RCEP' 체결 실익 챙겼다지만 무차별 자유무역 우려된다
[사설] 8년간 협상 'RCEP' 체결 실익 챙겼다지만 무차별 자유무역 우려된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11.20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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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RCEP(역내포괄동반자협정, 알셉)이 체결됐다. 전 세계 30%에 이르는 막대한 경제 권역에 우리나라도 승차하면서 자유무역은 더욱 날개를 달게 됐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우려했었던 농산물 개방폭은 극히 적었다. 쌀, 고추, 마늘, 양파, 사과, 배 등은 양허 제외됐고, 수입량이 많은 바나나와 파인애플도 협상 대상에서 빠졌다. 그나마 열대과일과 일부 치즈시장을 열면서 국내 농업 피해를 최소화했다. 이번 협상의 승자가 사실상 한국이라는 평가가 외신으로부터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만족하기에는 이르다. 미국 대선의 바이든 당선자가 알셉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데 이어 미국 중심의 무역 재편을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다녀서다. 

미국이 대선으로 혼란한 틈을 타 알셉이 체결됐고, 세계 1위 탈환을 노리는 중국이 새로운 무역질서를 만드는 선수를 치면서 앞으로 미국의 새로운 무역 질서 만들기 행보는 더욱 바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미국 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이 한창이던 시기, TPP냐 알셉이냐의 양자택일 곤란함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알셉 체결 이후 단순해진 무역 셈법이 오히려 농업에는 불안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바이든 당선인의 발언은 우리나라가 또 다른 시장 개방 파고를 겪어야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바이든 당선인은 "우방의 눈을 찌르면서 무역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민주주의 우방 국가와의 무역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새로운 무역 블록을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로의 회귀는 자국민, 특히 러스트 벨트로 일컬어지는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한 극단 보수의 반대로 쉽지 않아 보이지만, 바이든은 트럼프가 쌓았던 보호 무역 정책을 거두고, 우방을 끌어안는 자유 무역을 더욱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큰 승리를 가져가지 못한 바이든은 중국과의 대결 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아직도 수많은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뽑았고, 그 민심에는 미국 우선주의, 중국 때리기 등에 대한 지지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대결 국면과 미국이 이끄는 무역 질서 재편에 우리는 자유무역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국은 동아시아 패권을 위해 일본과 한국을 끌어들여만 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우리가 농업 강국인 미국과의 협상 주도권을 어떻게 가져오느냐가 향후 남겨진 숙제다.

알셉 이후 세계 무역 지도는 급격히 변화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 호재인 점은 분명하나 무차별적인 자유무역에서 피해를 보는 산업에 농업이 있음을, 또한 그동안 엄청난 희생을 강요당해 왔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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