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양곡 방출 계획 세부조항 지켜져야 한다
[사설] 정부 양곡 방출 계획 세부조항 지켜져야 한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11.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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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쌀 방출과 관련해 쌀 생산자 단체·유통업계·정부가 이례적으로 중지를 모았다. 수확기 이후 정부 양곡을 단계적으로 방출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일 2020년산 쌀 수급안정 보완대책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농업인의 출하 시기 결정과 산지유통업체의 매입 가격 결정을 돕고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쌀 생산 통계 논란으로 정부와 농민 간 부침이 많았던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정부의 양곡 방출 계획은 가장 잡음 없는 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농민단체에서는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쌀 통계의 신뢰만으로도 시끄러웠던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의 쌀 생산 농가의 설득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정부의 양곡 방출은 쌀 생산자들에게는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정부로서는 늘 반대 목소리에 직면하는 등 골칫거리다. 특히 쌀 생산 기반이 흔들리고 쌀 소비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농민들의 위기감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농민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은 어느 때보다 더하다.

하지만 이번 양곡 방출 계획의 발표 과정을 살펴보면 우려보다 기대감이 높다. 물밑에서 정부의 끈질긴 농민 설득이 이어졌고, 농민들도 쌀 수급 안정이라는 정부 취지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면서 '쌀 산업 안정'이라는 대의에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쌀 수급안정 보완대책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부에서는 △가급적 수확기 이후 공급 △단계적 공매 추진 △수급 불안 시 공급 시기 조정 △공급물량 시기 사전 발표 등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도 농민단체를 설득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정부와 농민단체의 협력으로 쌀 시장의 불안정을 해소했다는 데 있다. 사회적 갈등은 그에 따른 비용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쌀산업의 불안정성을 키워 결국 그 피해는 쌀 농민과 국민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정부가 쌀 농가에 대한 재해 피해 보상보다 시장 방출 계획부터 들고 나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어려운 쌀 산업을 위해 반목과 갈등을 지속해 왔던 정부와 농민단체의 오랜만의 밀월 관계가 새로운 쌀 산업으로 가는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쌀값이 좋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쌀산업의 대내외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우리나라 대표 식량 품목이라는 지위는 내려놓았고, 탄수화물에 대한 기피, 갈수록 줄어드는 쌀 소비량에 쌀 생산 기반은 지속적으로 흔들리고 있어서다.

이번 정부 양곡 방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처럼 가뜩이나 어려운 쌀 산업에 정부와 농민단체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미래 식량산업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당초 정부가 공언했던 세부 조항들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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