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경아 (사)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사무국장]“정부 밀 자급률 달성 목표 구호에 그치면 안 돼”
[인터뷰-김경아 (사)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사무국장]“정부 밀 자급률 달성 목표 구호에 그치면 안 돼”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0.11.27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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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 생산부문 치중
‘수입밀-우리밀’ 가격 차이 해소 대책은 실종
정부 기본계획 보다 신중·면밀한 재검토 필요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김경아 (사)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사무국장.
김경아 (사)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사무국장.

정부가 지속 가능한 국산 밀 산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제1차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기본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밀 자급률 5% 달성을 위한 5대 분야 14개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생산기반 확충과 품질 고급화를 하기 위해 밀 전문 생산단지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며, 또 대량 수요처와 계약재배로 소비 확대, 밀 안정적 생산 작부체계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기본계획 발표에 환영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책이 생산 쪽에만 치중돼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밀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생산보다 소비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생산량을 늘리는 정책보다 어떻게 우리밀을 더 많이 소비하도록 정책을 세우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특히 수입밀과 국산밀 가격 차이 해소와 품질 개선 방안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그동안 우리밀을 살리기 위해 최일선에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김경아 (사)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사무국장에게 정부가 발표한 ‘제1차 밀 산업육성 기본계획’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을 평가하자면.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제1차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다. 밀 산업발전을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에 매우 뜻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다’는 이야기처럼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밀 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다만 기본계획이 구체적이고, 면밀한 장·단기 계획이 미흡하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특히 ‘생산부터 최종 소비까지 종합적 개선방안’이라는 의욕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생산 부문 중심의 정책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향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충분한 소통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나.

정부 발표를 보면 관련 기관이나 생산자, 단체, 업체 등과 16차례의 회의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가 봤을 때 16차례 만남을 누구와 어떻게 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우리 본부와의 만남은 2∼3차례에 불과했기 때문에 충분한 소통을 통해 기본계획이 수립되지는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물론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면 접촉이 어려웠던 점은 이해하지만 소통은 부족했다고 생각된다. 

특히 기본계획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했는데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래서인지 기본계획 전반이 현장에서 바라는 요구대로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
 

-정책에 있어 어떠한 점이 가장 부족했는지.

다시 말하지만 생산 부문 중심의 정책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국산밀 산업의 가장 긴급한 과제는 국산밀을 어떻게 소비 진작을 시킬지가 핵심 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25년까지 밀 자급률 5%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기반 확충 등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물량도 처리하지 못해 어려운 지경인데 지금과 같이 소비 진작 대책 없이 밀 생산량만 늘린다면 누가 그 많은 밀을 책임질 것인가. 무엇보다 ‘수입밀과 우리밀 가격 차이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우리밀 생산단지 모습.

-기본계획에서 가장 개선돼야 할 부분은.

정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은 자급률 5%·10%를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한 구호에 그쳐서는 안된다. 정부가 진정으로 밀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장·단기 계획과 당면 과제인 가격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하고, 이 부분을 보완·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수입과 국산 밀 평균가격 차이가 3.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다. 수입이 kg당 314원이고, 국산은 1,020원 달한다. 이 부분을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밀 산업은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2017년과 2018년 과잉재고 사태의 경험은 밀 자급률 향상이 생산 확대만으로 이룰 수 없는 과제임을 분명하게 인식시켜 줬다.

국산밀 산업 발전은 생산 장려와 소비 진작 정책이 함께 필요하며, ‘수입밀과 국산밀 가격 차이 해소 방안’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기본계획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정책은.

가장 우선적으로 수입밀과 국산밀 평균가격 차이가 3.2배에 달하는 것을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국산밀 가격을 수입밀 수준으로 공급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밀이 소비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소비를 해줘야 한다. 일반음식점 등에서 사용하는 것으로는 소비 진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생산단지 등 정부 수매를 기대로 파종에 나서는 산지가 있는데, 얼마의 수매자금에 어떤 밀을, 어떤 방식으로 수매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아울러 밀 재해보험 보상금액도 밀 생산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야 하고, 국산밀 공공급식 계획도 구체적으로 면밀한 접근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더 추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우리밀과 수입밀의 가격 차이뿐 아니라 품질 면에서도 차이가 나타나는데, 그 원인은 우수 품종 공급 부족과 품종별 최적 재배방법 미정립에 따라 농가별·지역별로 품질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분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제분기술도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해줘야 한다. 

여기에 정부 기본계획을 보면 생산단지에서 나오는 밀만 수매하겠다는 방침인데, 이외의 곳에서 생산되는 밀은 어떻게 수매할지에 대한 계획도 다시 제시돼야 할 것이다. 

특히 생산단지에 대한 대책만 있기 때문에 나머지 농가에 대한 추가적인 계획도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씀은.

아직 내년 예산 확정까지 충분한 일정이 남아있다. 정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에 대해 보다 신중하고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 그래서 밀 자급률 달성 목표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게 더욱 세밀하고 철저하게 보완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밀은 우리나라의 제2의 주식이다. 그동안 수입밀 때문에 온전히 밀의 위상을 지키지 못했는데 이번 기본계획을 시작으로 우리밀이 진정한 제2의 주식으로 위상을 정립할 수 있게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고, 지속 가능한 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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