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도 '슈퍼 예산' 통과됐지만 농업은 '개미 예산'
[사설] 내년도 '슈퍼 예산' 통과됐지만 농업은 '개미 예산'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12.0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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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예산이 통과됐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슈퍼 예산이 최종 확정됐다. 규모는 558조 원으로 역대 최대지만 농업 예산은 16조 2,856억 원에 그쳤다.

내년도 농업 예산은 2020년 15조 7,000억 원에 비해 고작 3.2% 증액된 수준으로 '개미 예산'의 오명을 벗지 못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기반이 되는 예산과 예산 성장률이 3% 수준에 머물자 농업계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분야별로 살펴봐도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기획재정부의 2021년 예산 분야별 재원 배분을 살펴보면 농림·수산·식품 분야는 전년 대비 1.2조 원 상승에 그쳤다. 보건·복지·고용에 19.2조 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 4.9조 원, R&D 3.2조 원 상승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번 정부 예산의 증액은 국가적 재난인 코로나 피해 맞춤형으로 설계된 것은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나 농업계에 대한 투자나 지원은 찾아볼 수 없다. 기재부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 물량 확보나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선제 투자, 보육·돌봄, 보훈·장애인 등 취약 계층 중심으로 예산이 집중돼 큰 틀에서 보면 농업은 제외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농업 분야에서는 농업재해보험의 국가 지원 확대나 초등학교 간식 지원, 온라인 유통망 지원에 한해 추가 반영된 것을 제외하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농업 예산은 쪼그라들고 있는 농업에 젖줄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농업이 홀대받고 있다는 증거로 농업 예산을 거론하는 이유도 매번 농업 예산은 타 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업은 국가의 미래 식량을 책임지는 기반 산업이다. 매년 언론에서는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예산 시즌만 다가오면 이 같은 주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농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하는 각종 농업 사업에 근본적인 변화나 혁신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의 예산 구조를 뜯어봐도 기존 농업을 조금씩 땜질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대적인 물량 지원으로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에 매진할 수 없다.

코로나로 식량 자주권에 목소리가 높아지는 지금, 앞으로의 국가 식량 체계를 혁신하고 국가 먹거리 산업의 근간을 다시 짜야 하는 기로에 서있는 지금, 형편없는 농업 예산에 유감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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