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유통신문 엄지은 기자]
재고가 수두룩한 한돈 후지(뒷다릿살)는 매년 한돈산업을 유독 힘들게 한다.
후지 시장은 한 마디로 ‘엉망’이다. 재고도 너무 많을뿐더러 덤핑판매도 심각하다.
유독 후지재고가 심각했던 올해는 지난 9월 기준으로 국내산 돼지고기 전체 재고인 7만 2,000톤에서 후지는 4만 2,000톤에 달했다. 무려 58.9%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부 1차 육가공업체에서는 후지로 인해 이미 억대의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며, 삼겹살 등 다른 부위의 판매가격을 높여 수익을 보전해 보려고 해도 시장 소비가 감소할까 울며 겨자 먹기로 싼 값에 팔아버릴 수밖에 없다.
후지 재고는 매년 한돈 산업의 골칫거리다. 정부와 산업계는 적체된 후지를 소비하기 위해 수급조절위원회를 열며 한돈 뒷다리 소비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등 해결방안을 모색해왔지만 단기간에 그칠 뿐이다.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후지 재고는 그저 위기가 닥쳤을 때 바짝 노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기간에 소비패턴을 바꾸거나 신규시장 개척이 쉽지 않은 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한돈뒷다리살 소비촉진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실시했으며, 방송을 통해 적극적인 홍보를 펼쳐나갔다. 육가공업체들 또한 후지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등 소비에 총력을 다했다. 올 추석에는 후지를 포함한 한돈 선물세트를 할인 판매하기도 했다. 그 결과 SSG닷컴, 위메프 등 대형 온라인 몰에서도 후지 소비에 유의미한 성적을 내기도 했다.
한돈산업에서 가장 골칫거리인 후지재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올해 후지 재고를 소비하기 위해 업계가 머리를 맞대 내놓은 방안과 정책을 산업이 어려울 때만 꺼내는 일회성 카드로 삼기보다 비선호부위 판매를 위한 청사진으로 탈바꿈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후지 재고를 해소하기 위한 올 한해의 노력이 유의미한 성과를 낸 만큼, 지속될 수 있도록 산업계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이끌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