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장의 시선]농업이 뒷전인 나라
[이 부장의 시선]농업이 뒷전인 나라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0.12.18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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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용 취재부장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농사가 세상의 중요한 바탕, 나라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힘이라는 뜻이다. 곡물을 심고 거두는 일이 제대로 돼야 백성의 삶이 풍요롭고, 국민의 생이 안정돼야 국가가 잘 다스려져 그만큼 농사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이 말은 예나 지금이나 통용되는 말로, 현재 전 세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은 농자천하지대본을 잘 실천하고 있다.

모든 인간에게는 먹고 사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문제며, 식량은 생존과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농업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와 같은 경우 식량의 중요성을 깨달게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코로나19다. 코로나19 여파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 직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식료품 사재기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식량 수출 국가들이 자국의 식량을 보호하기 위해 수출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식량을 수입해서 먹던 국가들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

실제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홍콩의 경우 쌀 소비량의 80%를 베트남·태국에서 수입하는데, 베트남이 올 3월 쌀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태국 역시 전국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등 불안이 증폭되자 홍콩 시민들이 식료품을 비축하기 위해 몰려나와 식료품이 동나는 사태를 언론을 통해 목도(目睹)한 바 있다.

지금도 홍콩과 같은 나라에서는 식량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앞으로 코로나 사태가 더 장기화될 경우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식량부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 이전부터 이상기후 문제(태풍, 가뭄, 홍수 등)로 인해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중남미 국가에서는 식량부족에 처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문제는 다른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문제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19년 기준 45.8%에 불과하고, 곡물자급률은 21.7%에 불과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식량수입국가다. 코로나와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위기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닥쳐올 현실은 암흑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식량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농업홀대 정책을 계속 펼치고 있다. 해마다 농지는 줄어가고 있으며, 농업정책은 규제일변도로 진행돼 농민들이 마음껏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못 되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자연재해나 코로나로 많은 피해를 보고 있지만 정부가 이들을 위해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거나 지원을 해주지 못해 삶은 나날이 피폐해져만 가고 있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농업이 뒷전인 나라가 돼 버렸다. 이들이 지금껏 지켜왔던 터전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이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를 정부가 직접 나서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직무유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이후 17년 만에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농업인의 날 행사에 참석해 농업인의 노고를 격려하며, 농업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말을 했지만 지금까지는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국가의 근본이 무너진다면 이를 회복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식량자급을 할 수 없는 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대통령 임기 남은 기간 동안은 농업이 뒷전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있어 최우선 과제로 살피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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