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질병·재난으로 점철된 경자년 새해에는 희망 있기를
[사설]질병·재난으로 점철된 경자년 새해에는 희망 있기를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12.21 0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온 나라가 질병으로 얼룩졌다. 특히 농업계는 코로나19, 아프리카돼지열병, 장마, 태풍, 조류인플루엔자까지 각종 재난이 강타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시기를 마감하고 있다.

올 초 시작된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언택트', '뉴노멀' 등 평소 쉽게 접하지 않는 단어들이 난무하고, 마스크 사용이 일상화되는 공상과학에서나 나올 법한 세상을 살아나가고 있다.

코로나19는 단순히 질병이라는 이슈에 그치지 않는다. 비대면 사회의 일상화는 우리나라 경제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면서 사회적·경제적 약자부터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농산물 소비의 한 축인 외식경제를 초토화시키면서 영세한 외식업체들은 급속한 구조조정 칼바람에 시달리고 있다.

농업계 내부는 더 심각하다. 한껏 쪼그라든 경제 속에서 올해 8~9월에는 유례없는 긴 장마와 3차례 연달아 강타한 태풍이 전국의 논과 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장마로 1년간 키운 농작물을 잃는 농민은 땅을 치며 하늘을 원망했다.

10월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한돈 농가를 긴장시켰다. 경기도 일대 농가들은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쳐야 했다. 1년간 까다로운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어렵게 시작된 재입식도 제동이 걸렸다. 추가 확산을 막으면서 다시 재개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야생 멧돼지에서 ASF가 발병하는 등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설상가상 12월에는 조류인플루엔자까지 터졌다. 2년 7개월 만에 다시 고개를 든 AI는 신출귀몰했다. 경기, 충청, 전라, 경북 등 우후죽순 AI가 터져 나오며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규모로 사육하는 육계 농가에서는 아직까지 잘 방어하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지만 오리와 산란계, 메추리 농가에서 지속적으로 AI가 터져 나오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들도 비상상태다. 농업을 관장하는 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올 한 해를 최악의 해로 꼽을 정도로 24시간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농식품부 내 방역국은 연일 강행군이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코로나와 가축 질병을 동시에 제압해야 하는 과업으로 지칠 대로 지쳐있는 상태다.

재난은 느슨해진 방역의식의 조그만 틈새를 파고든다. 장마와 태풍을 제외한 질병 이슈는 사람의 손길이 미칠 수 있는 영역이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로 하여금 최악의 상황을 목도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미세한 틈새가 가져올 피해가 얼마만큼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경각심도 깨닫게 해줬다.

질병으로 점철됐던 한 해가 가고 있다. 길고 긴 질병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온 국민, 농업계 전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우울한 마음과 지친 육체를 부여잡고 새롭게 다가오는 신축년을 필승의 각오로 맞아야 한다.

죽기로 싸우면 반드시 살고, 살려고 비겁하게 굴면 반드시 죽는다는 뜻의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必生則死)’의 정신은 풍요로운 2021년을 기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돼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