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의 CPTPP가입 검토 또 농업을 지렛대로 삼을 셈인가
[사설] 정부의 CPTPP가입 검토 또 농업을 지렛대로 삼을 셈인가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1.1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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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본관에서 진행한 신년사를 통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바이든 행정부 무역대표부 대표 내정자를 면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무역 장벽을 낮추기 위한 보폭 또한 빨라지고 있다.

농민 단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 발표 이후 정부의 자유 무역 의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통상 정책 비판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11월 체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비교해 CPTPP의 시장 개방 넓이와 폭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CPTPP의 전신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2017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CPTPP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일본을 포함한 11개국이 참여하면서 이미 빗장을 걸어 잠갔다. 하지만 바이는 미국 대통령 내정자가 당선 이후 CPTPP 가입 의사를 내비치면서 세계 무역 질서의 재편을 예고한 바 있다.

이 같은 CPTPP 협정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비싼 입장료를 치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는 CPTPP 가입 구조에서 기인하는데 기존 회원국들과 개별적인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CPTPP에 승차한 일본의 경우도 호주에 최대 8,400톤의 쌀 무관세 쿼터를 허용하는 입장료를 지불하기도 했다. 이미 떠난 열차를 미국이 강제로 멈추면서 다시 이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일본보다 보다 광범위한 시장 개방은 불가피하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얘기다. 우리나라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해서 농업 부문을 개방하는 비장의 카드를 준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농민들은 여전히 시장 개방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각종 FTA 등 무차별적인 시장 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산업을 위해 조성하고자 했던 ‘무역이득공유제’는 1조 원 조성을 목표로 했으나 기업들의 불참으로 유명무실해졌다.

2015년 상생기금이 무역이득공유제의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통상 정책 피해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고, 야심 차게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출범했지만, 현재 1,164억 원만 조성된 상태다. 이는 당초 목표금액인 1조 원의 1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그나마 공기업이 852억 원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피해 산업에 대한 보상, 농업에 대한 예우는 수치로 증명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가 농업이 국가 기간산업이자 생명산업으로 추켜 세워왔지만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것은 또 다시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순수 농업 소득 1천만 원 시대를 탈피하고자 외쳐왔던 정부가 다시 시장 개방 협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은 자유로운 시장 개방 체제에서 담보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과의 일말의 논의조차 없는 점은 정부의 농업 패싱 기조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나온 CPTPP 협상 검토는 농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농업을 이제 더 이상 통상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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