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생산성 향상’ 계열주체 공으로 봐야하나
‘육계생산성 향상’ 계열주체 공으로 봐야하나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5.25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량은 외국육종회사가 농장시설은 농가가 담당

최근 하림과 하림사육농가 간 사육경비 현실화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분쟁을 통해 축산분야 계열화사업의 발전방향이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는 여론이 조금씩 일고 있다.
납품을 하는 농가와 매입을 하는 회사와의 갈등은 낙농/유가공 부분에서도 늘상있는 일이지만 수직계열화된 구조 속에서는 납품과 매입이라는 전통적 관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이러한 특수성까지 감안한 관계의 재정립은 필요하리라 본다.
특히, 수직계열화사업의 필요성과 성과로 거론되고 있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에 대한 홍보 이면에 계열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농업인들의 삶의 질이나 소득증가에 대한 고찰 등도 함께 이뤄져야 반복되는 갈등과 분쟁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3월 발표된 농촌경제연구원의 ‘계열화사업 발전 방안 연구보고서’는 이러한 이유로 성과분석이 잘못된 가설에서 비롯되면서 농업인보다는 계열주체가 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바로 잡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닭 계열화사업자들은 계열화사업의 주요 성과로 육계의 생산성 향상을 손꼽는다.
1999년 2.0이던 사료요구율이 2009년 업계평균 1.7로 낮아졌고 하림의 경우는 1.67까지 낮췄다는 게 계열주체들이 발표하는 데이터였다. 여기에 출하일령도 40일이나 되던 것을 2007년 33.8일에서 2009년 32.75일로 앞당기며 계열주체들이 사료비 등 생산비 절감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홍보해 왔다.
이같은 자료는 농촌경제연구원 정민국 박사가 발표한 계열화사업의 발전방안 연구보고서에도 그대로 인용돼 기정사실화하는 눈치다.
육계의 생산성은 닭의 유전능력과 이를 뒷받침해줄 환경적 요인이 절절히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닭의 육종, 유전능력을 최대한 발현시킬 수 있는 영양공급, 계사의 환경 그리고 이러한 요소를 잘 조화시키는 농가의 사육기술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닭의 유전능력 향상을 위해 우리 계열화사업자들의 역할은 미미하다. 국내 전용육계는 모두 외국 육종회사에서 GP(원종계)로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종계는 우리가 소비하는 실용계(CC)의 조부모 닭으로 국내 원종사는 이들 원종으로부터 종란을 생산 부화하고 이를 암수로 분리하는 작업밖에 하지 않는다.
한국원종 고도욱 사장은 한 좌담회에 참석해 현재 국내에 도입된 종계의 능력은 10여년 전보다 증체일은 10일 정도 빨라지고 사료요구율은 0.5정도가 개선됐다고 밝히고 다만 국내의 계사환경 그리고 4계절이 뚜렷한 기후 등으로 인해 타고난 유전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 도입되는 닭의 유전능력 향상은 국내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국내 도입 전에 이미 결정된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닭의 생산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닭의 유전능력은 국내 계열사의 노력이 아닌 외국 육종회사의 공이란 이야기다.
타고난 유전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환경적인 요인이 뒷받침돼야 한다.
배합사료는 닭의 유전능력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도록 열량과 여러 영양소가 콩과 옥수수 등의 원료를 잘 배합해 만든다. 사료는 농가에 계열주체가 생산 공급하지만 국내에 도입되는 육계의 사료배합비나 사육메뉴얼은 원종계를 육성해 낸 육종회사가 기본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국내 계열주체들이 역할은 단순히 배합사료를 제조 공급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계열주체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품질의 사료는 전문 사료회사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계열주체의 역할을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하다.
하림과 거래하는 농가들의 사료요구율은 다른 계열주체보다 0.03~0.05정도 개선 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유는 하림과 거래하는 농가들이 무창계사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과 하림과 거래하는 농가들이 상대적으로 기후가 온화한 호남지역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즉 하림의 추가적인 사료요구율 개선은 농가들의 계사에 대한 투자가 제일 큰 이유이고 뒤이어 기후 때문인 것이다.
정민국 박사의 계열화사업 관련 보고서 중 농장부분 생산성 향상이 계열화사업의 성과로 포장된 것은 이상의 반론을 볼 때 문제가 있다. 단순히 나타난 수치만을 보고 그 시기 계열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이러한 성과도 계열주체의 공으로 돌리는 엉터리 보고서라는 것이다.
다만 하림 등 계열주체들이 농가들에게 좋은 계사설비를 소개하고 계사재건축을 돕기 위해 일부 자금을 유통해 준 부분, 사료품질관리와 함께 대농가 컨설팅 등의 활동이 완전히 무시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닭의 유전능력을 높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계열화사업의 성과를 이야기 한다면 생산성 부분이 아닌 시장에서 마구잡이로 도축이 이뤄지던 육계산업을 현대화된 도계장에서 위생적으로 도축과 가공이 이뤄지도록 했다는 부분 그리고 농가들이 가격 하락에 대한 부담없이 안정적으로 닭을 키울 수 있게 됐다는 부분이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