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의 승부수···이마트, SK 야구단 인수로 유통 신세계 보여줄까
[핫이슈]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의 승부수···이마트, SK 야구단 인수로 유통 신세계 보여줄까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2.09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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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새해 벽두부터 유통가에 대형 이슈가 터졌다. 대형할인점인 이마트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 등 국내 대형 유통업을 관장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천을 연고지로 둔 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하는 데 전격 합의한 것이다야구단의 인수 주체는 2011년 신세계 그룹에서 별개의 그룹으로 인적 분할된 이마트가 주인공순수 유통기업이 야구판에 뛰어들면서 유통가뿐만 아니라 야구계까지 들썩이고 있다.


야구계 ‘유통 더비’ 실현에 들썩
스포츠 팬을 유통으로” 전략적 인수


벌써부터 야구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형할인점 분야에서 선두를 질주 중인 이마트가 롯데마트와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온 탓에 2021년 프로야구 개막전이 롯데와의 라이벌 전으로 결정되자 유통 전장이 아닌 야구장에서의 치열한 사투가 벌써부터 야구인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고 있어서다. 

해외 축구팀인 FC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 토트넘과 아스널의 '북런던 더비', 한국 프로축구팀 수원 삼성과 수원 FC의 '수원 더비'와 같이 올해 야구계는 '유통 더비'라는 새로운 흥행 보증수표를 챙기게 됐다.

이마트의 야구단 인수는 오래전부터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평소 정용진 부회장이 야구산업에 뜨거운 러브콜을 보냈었고, 유통업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스포테인먼트(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거론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부회장의 행보 또한 '맛남의 광장'과 같은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전략적 노출이 많았다는 점에서 국내 가장 많은 스포츠 팬을 확보하고 있는 야구가 정 부회장이 그리는 유통 청사진에 제격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오프라인 생존 해법 야구에서 발굴
유통업 새로운 혁신 가능성에 기대 만발


이마트의 야구단 인수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온라인의 가파른 성장이 오프라인이 견고히 쌓아 올렸던 신선식품 카테고리까지 침범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생존의 해법을 야구단 인수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에 거침없는 정 부회장의 스타일을 감안하더라도 스포테인먼트로 빅 이벤트를 성사시키지 못하는 등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국내 상황을 살펴보면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유통산업의 성장 동력을 온라인에서 찾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에서 이마트의 야구단 인수가 우려보다는 과감한 도전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또한 대기업을 제외하면 사실상 야구단 운영이 쉽지 않고 마케팅 부문에서 굵직한 성과를 거둬왔던 이마트의 인적 인프라를 고려하면 기존 유통업이 보여줄 수 없었던 새로운 혁신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전문가도 많다.


소비자의 시간 “유통이 점령해야 한다
시간을 점유하는 업태 최종 승자 될 것


사실 유통업은 경제 성장기가 아니라면 몸집을 불리기 쉽지 않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성장 국면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매개적 DNA를 갖고 있는 유통업 특성상 유통업끼리의 제로섬(Zero-sum) 양상이 될 수밖에 없다. 유통기업이 다양한 마케팅 기법과 판매 전략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높인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한계에 봉착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 부회장은 평소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해야 한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가 스포츠를 관람하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향유하는 데 쏟는 시간을 쇼핑 시간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스포츠·엔터테인먼트에서 유통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시간을 점유하는 업태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는 그의 철학을 실현시키는 하나의 방법으로 야구단 인수로서 방점을 찍은 셈이다.
 

산업 간 융합에 적극적인 신세계
유통 춘추전국시대 新 돌파구 마련


국내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은 물과 기름과 같은 존재처럼 서로를 라이벌로 인식해 왔다. 특히 농축산물을 다루는 신선식품 분야에서는 쿠팡, 티몬, 11번가 등의 온라인 오픈마켓과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전통 오프라인 업태가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국지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유통업계는 소비자들을 유혹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마트의 야구단 인수 소식은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유통업계와 스포츠산업의 컬래버레이션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그동안 신세계 그룹이 보였던 ‘융합’에 대한 시그널 때문이다. 이마트는 온·오프라인을 한데 섞는 실험을 꾸준히 해왔는데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이마트 청계천점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도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문 피커(picker)들이 소비자들의 장을 대신 봐준다든지 온라인으로 주문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만 찾는 자동화 시스템 구현 등의 실험들은 사업의 경제성을 떠나 소비자 경험을 풍부하게 해주고 소비자 효용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이마트 청계천점. 이 곳은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매장. 이곳의 전문 피커(picker, 장보기 전문 요원)들은 온라인으로 주문한 소비자들의 장을 대신 보고 소비자 집 앞으로 발송하거나 직접 찾으러 온 고객들에게 깔끔하게 포장된 상품을 제공한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이마트 청계천점. 이 곳은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매장. 이곳의 전문 피커(picker, 장보기 전문 요원)들은 온라인으로 주문한 소비자들의 장을 대신 보고 소비자 집 앞으로 발송하거나 직접 찾으러 온 고객들에게 깔끔하게 포장된 상품을 제공한다.
이마트 청계천점에서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상품을 찾기 위해 매장 입구를 방문해 입력하면 자동 물류 로봇이 피커들이 대신 장본 상품을 바로 가져다주는 픽셀(PIXEL) 시스템을 구현했다. PIXEL(PICK-CELL)이란 온라인 주문을 하면 물건이 진열된 셀에서 오프라인으로 픽업 가능한 서비스를 뜻한다.
이마트 청계천점에서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상품을 찾기 위해 매장 입구를 방문해 입력하면 자동 물류 로봇이 피커들이 대신 장본 상품을 바로 가져다주는 픽셀(PIXEL) 시스템을 구현했다. PIXEL(PICK-CELL)이란 온라인 주문을 하면 물건이 진열된 셀에서 오프라인으로 픽업 가능한 서비스를 뜻한다.

정 부회장의 방송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행보도 관심사다. 특히 ‘맛남의 광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판로가 막혀 힘들어하는 농민들의 농산물을 팔아주는 이벤트는 농축산업계에 대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새롭게 각인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최근 정 부회장은 국내 최대 온라인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를 방문해 새로운 융합을 시도하면서 또 한 번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운 가능성을 꾸준히 타진하고 있는 유통기업이 야구단 인수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마트, 스포츠와의 시너지 기대
온라인 시대 오프라인 출구전략 분석도


정 부회장의 광폭 행보에 전문가들도 기대하는 눈치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은 사실상 사람들을 유인하는 집객 효과 동력이 떨어진 상태. 물론 사회적거리두기로 대면 접촉이 금지되면서 ‘홈쿡’ 트렌드가 강화됐고, 재난지원금 효과로 대형할인점의 매출이 반짝 상승하기도 했지만 2000년대 초반 대호황을 누렸던 대형할인점의 새로운 출구전략은 이제 살아남기 위한 막판 승부수로 봐도 무방하다는 분석이다.

하광옥 중앙대학교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전 이마트 부사장)는 “현재 유통업의 문제는 젊은 고객이 오지 않는 것”이라면서 “40~50대 위주의 고객 타깃팅을 20~30대로 끌어내려야 온라인과의 경쟁이 되고 오프라인 업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마트의 전격적인 야구단 인수는 유통산업에 젊은이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고,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다양화되는 시점에서 나온 이마트의 승부수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야구장을 찾는 고객과 쇼핑하는 고객을 연결하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과 신세계 이마트의 인프라를 어떻게 스포츠와 연결시키느냐가 성과를 창출하는 핵심요소"라면서 "이제는 유통업과 스포츠 산업이 긴밀한 밀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 부회장이 강조해 왔던 소비자의 시간을 선점하는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축산 생산자 단체도 유통업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돼지를 생산하는 협동조합인 도드람양돈농협은 이미 국내 배구리그에 협찬하면서 대중들에게 인지도 상승의 톡톡한 혜택을 봤고, 대한한돈협회는 야구장에 스크린 광고를 하면서 매출을 올리는 스포츠 마케팅에 주력하기도 했다. 

유통업의 경쟁상대는 더 이상 유통업이 아닌 스포츠라는 정 부회장의 평소 지론을 SK와이번스 인수라는 빅카드로 실현시키면서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실리를 챙길 수 있을지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농축산업계, 소비자까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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