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직무유기(職務遺棄)…수입이 능사 아니다”
“농식품부 직무유기(職務遺棄)…수입이 능사 아니다”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1.02.09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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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수급안정 대책 수입으로 해결 발상자체가 문제
현장 “얼마든지 농산물 수입할 수 있다는 인식 바꿔야”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계란과 닭, 오리의 수급과 가격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정부가 수급 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산란계 농장을 중심으로 고병원성 AI가 확산돼 계란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자 정부가 꺼낸 카드가 미국산 계란을 수입해 시장에 풀겠다는 방안인데, 실제 시장에 풀었지만 오히려 시장 불안만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계란뿐 아니라 주요 농산물에 수급문제가 발생하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수입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배추 파동과 마늘, 양파, 고추 등 매번 수급문제가 발생하면 농식품부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수입정책이다. 현장에서는 수입정책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농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아마 파악하고 있겠지만 농산물에 따라 국산에 대한 별도의 수요가 있어 아무리 수입산 농산물을 들어와도 국산 농산물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계란수입이 딱 그러한 경우다. 농식품부 공무원들이 눈에 보이기에 가장 쉽고 간단하게 해결이 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수입정책에 매몰돼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가 꼬이고 농가는 농가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피해만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국산 계란.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국산 계란.

실제 지난 4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달걀 한 판(특란 30구 기준) 가격은 7,432원으로 한 달 전보다 약 25% 상승했으며, 지난달 27일부터 농식품부가 미국산 계란을 풀었지만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현장 유통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배추 파동과 당근 등 양념채소류 수급 불안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농식품부는 당장 수입에 급급한 정책을 펼쳐 현장 농업인들의 피해만 확산시켰다”고 강조하며, “이 당시에도 소비자들은 품질과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어 수입품이 아무리 싸도 찾지 않았다. 정부가 물가를 잡는데 수입 확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정부가 제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데 열중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도 정책 입안자들이 수입정책 효과가 미미할 것을 알면서도 추진한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계란 유통업 관계자는 “지난 2017년에도 계란수급이 부족하자 정부가 무리하게 계란수입을 추진했지만 갈색 껍질이 주류인 국내 시장에서 흰색 껍질의 수입 계란은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무엇보다 계란은 신선함이 생명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유통 과정이 긴 수입계란은 선호의 대상이 못 돼 대부분 가공용으로 처분되거나 폐기 처분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도 잘못된 정책을 반복하며 국민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찾지 않고 계속해서 농식품부 공무원들이 요식행위에 의존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더욱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런 안일한 정부 정책으로는 우리의 식량안보를 지킬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농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포진할 정도로 낮다. 코로나19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나라 중 하나”라고 설명하며,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국내 농업 생산 기반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원할 때 얼마든지 농산물을 수입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초한 정책은 변화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농식품부가 본연의 임무는 망각하고 농산물 수급안정대책을 수입 농산물로만 해결하려는 일련의 과정은 코로나 이후 더 이상 유지돼서는 안 된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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