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해도 넘치지 않고 퍼내어도 마르지 않도록’
‘가득해도 넘치지 않고 퍼내어도 마르지 않도록’
  • 정민철 농어촌공사 저수지개발팀장
  • 승인 2012.05.25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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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용수관리, 농어촌공사가 책임진다 -

아카시아 꽃향기가 코끝을 맴도는 즈음이면, 해마다 저수지에 모여 제사를 지내던 어른들과 그 사이에서 영문도 모르고 뛰놀던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제사를 지내는 목적 따위엔 관심도 없을 뿐더러 그저 동무들과 어울려 떡이며 식혜를 먹느라 바빴던 그 날은 동네아이들의 잔칫날로 기억된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이러한 의식이 생소하기도 하고 그 연유를 추측하는 것조차 어렵지 않나 싶다. 심지어 이 행사가 아직까지 농촌에서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놀라울까?
이 행사는 소위 ‘통수식’이라 불리는 근대 농촌사회의 전통행사이다. 한해 농사를 시작할 즈음 풍년을 기원하는 제례의식과 함께 저수지의 수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내는 ‘통수(通水)’를 기념하는 행사로 농경지에 물을 공급함으로써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었던 가뭄의 악순환에서 벗어난 것에 감사하며 본격적인 영농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다.
첫물을 공급하는 행사가 본격적인 영농의 시작을 알리듯, 물은 영농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요즘 같이 모내기가 한창인 시기에 물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다면 한 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으니 통수시기에 저수지의 물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일년 농사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재 전국 저수지의 평균저수율은 88.3%로 평년에 비해 3.2% 증가했으나 재해예방과 수자원 확보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지구(전국 113개소)의 경우는 공사시행을 위해 수위를 낮춘 관계로 저수율이 73.2%에 불과해 전국평균에 비해 약 15% 가량이 적은 실정이다. 재해예방과 수자원확보도 중요하지만 수위가 낮아져 행여나 농업용수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한 대책방안으로 사업시행자인 한국농어촌공사는 전체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지구에 대해 유사시 사용할 수 있도록 관정과 양수시설 등을 사전에 점검·정비하고 있으며 영농에 필요한 용수량 및 강우량을 검토해 강우상황에 따른 단계별 맞춤형 용수공급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평년에 비해 강우량이 적어 저수지로만 영농급수가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인근 양수장을 활용하거나, 하천변 간이 양수기를 설치하는 등 별도의 급수대책을 마련해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한국농어촌공사는 영농급수가 마무리되는 시기까지 저수율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며 그 결과를 토대로 용수공급이 필요한 지구를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영농급수에 지장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1922년 준공된 전북 완주 소재의 대아저수지 준공비에 ‘가득해도 넘치지 않고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다(滿不溢酌不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이 글귀는 우기에 재해를 예방하고 가뭄에 안정적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공사(公社)의 임무를 나타내고 있다. 100여년이 넘게 농민과 함께 이 땅을 지켜온 한국농어촌공사는 “만불익작불갈” (滿不溢酌不渴)을 가슴속에 새기며 농민들의 안정적 영농활동을 보장하고 지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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