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지 투기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해야 한다
[사설]농지 투기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해야 한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3.22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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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시흥시 신도시 지구 내 7,000평가량의 농지를 투기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토지 거래를 관리·감독해야 할 주무 부처 직원이 땅 투기에 가담하고 이후 외지인과 외국인, 국회의원의 투기 목적 의심사례가 발견되면서 이번 사태에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까지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투기가 의심되는 LH 직원의 농지 강제 처분에 나서는 한편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 어떠한 부당 이익도 없게 하겠다며 긴급 브리핑을 가졌고, 투기 의심자의 경우 현금으로만 보상하며 협의 양도인 택지 보상 대상에서도 제외하겠다며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LH 사태를 목도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공정한 사회’를 외치며 탄생한 정권에서 선수와 심판이 같은 정부 부처에서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지난해 농업계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고위공직자의 농지 보유와 투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근본적인 해결책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겸허히 반성하고 전국의 농지 투기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특히 농지 투기는 국민 경제와도 긴밀히 연관돼 있는 시급한 사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그동안 급속도의 경제 발전을 이룬 근간에는 농지와도 맞닿아 있다. 해방 이후 농지를 농민들에게 분배하면서 토지에 얽매이지 않고 소득을 올리는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토지에 빼앗기지 않는 산업 구조는 국민 경제를 건강하게 하고 정당한 노동에 걸맞은 가치를 부여하면서 국민들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밑거름이 된다.

최근 코로나 사태는 도시에서 벌어진 토지의 약탈적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숱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임대료를 내는 것으로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도시의 토지 약탈적 수익 분배구조는 노동의 신성함은 평가 절하되고 토지를 숭상하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해지게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꿈 중 하나가 ‘건물주’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노동으로 만들어진 열매가 토지로 빨려 들어가는 잘못된 토지 숭상 주의에서 나온 사회 구조 탓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이라는 저서에서 토지의 약탈적 구조를 지적해 왔지만 지금까지 어떤 경제학자나 위정자도 토지 개혁, 농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루지를 않는다. 경제학 교과서의 어느 챕터에서도 다루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대한민국의 농지 문제는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농지는 농촌에서 만물을 소생시키고 먹거리를 생산하는 근간이 되며 노동으로 흘린 땀을 정당하게 보상받는 원천이다. 농지를 농지답게 만드는 것은 농사꾼의 발자국이지 농업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민간인이나 땅투기를 일삼는 공무원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공무원의 일탈 행위로 넘겨서는 안 된다. 또한 정치권의 공격 도구로 삼아 농지 투기 근절의 동력을 희석시켜도 안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전국에 만연한 농지 투기를 뿌리 뽑고 발본색원하는 기회로 삼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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