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 만드니 인기도 훌쩍"···흥행 방정식 바꾼 농식품 컬래버레이션
"짝꿍 만드니 인기도 훌쩍"···흥행 방정식 바꾼 농식품 컬래버레이션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4.02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컬래버 성공, 브랜드 이미지까지 
제조업 한계 품목간 조합으로 탈출
산업간 경계 허물고 종횡무진 밀월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익숙한 먹거리는 맛과 질은 보장되지만 지루하다. 수십 년간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대표 먹거리는 충성 고객은 있지만 새로운 맛과 경험을 찾는 MZ 세대 공략에는 한계가 있다. 지루함을 새로움으로 바꾸는 전략은 다양하지만 익숙한 제품끼리 묶거나 이종 업태와의 협업으로도 가능하다. 합이 맞는 제품은 인기 상품으로 등극하기도 하고 새로운 국민 식품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와 세분화된 니즈는 컬래버 상품들이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가 됐다.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 라인업으로 무장하려는 농식품 업계의 손발도 바빠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스스로 컬래버 상품을 기획하기도 한다.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 SNS를 달군 짜파구리가 대표적이다.

일명 모디슈머(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활용하는 소비자)의 활약은 농식품 컬래버레이션 열기에 불을 지폈다. 농업계에서도 모디슈머를 겨냥한 기획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는 등 농식품 품목 간 화학적 결합뿐만 아니라 물리적 결합, 심지어 이종 업태 간 융합에도 거침이 없다.


컬래버로 도매시장 가격까지 들썩

파슬리와 레몬.

한때 도매시장에서는 파슬리 경매 가격이 들썩였다. 한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효과적인 다이어트 식품으로 파슬리에 레몬을 곁들여 소개하면서 소비자로부터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농업회사법인이에프시(EFC)는 해당 상품을 묶어 주스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5일 동안 먹는 파슬리+레몬’ 기획 상품전을 열자 해당 상품은 4개월간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채소 품목 변방으로 치부됐던 파슬리는 뜻하지 않은 호재에 30년 만에 가락시장 경락가격이 요동치며 승승장구하는 파란을 일으키는 등 여름 유통가의 ‘핫이슈’로 등극했다. 단순한 컬래버레이션이 여성의 다이어트 심리를 자극하면서 시너지를 낸 셈이다.


설 명절 선물세트도 컬래버 열전

지난 설 명절 홈플러스에서 판매되는 선물세트(사진제공=홈플러스)
지난 설 명절 홈플러스에서 판매되는 선물세트(사진제공=홈플러스)

각기 다른 품목을 결합하는 물리적 컬래버는 지난 설 명절 유행처럼 번졌다. 백화점에서 특별 기획으로 준비한 ‘한우와 와인’, ‘한우와 송로버섯 소금’, ‘애플망고와 와인’은 두둑한 주머니를 자랑하는 실버세대를 타깃팅 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으로 승부하는 대형할인점도 컬래버 전쟁에 참전했다. 과일 선물세트의 전통 강호인 사과·배 혼합 상품보다 샤인머스캣이나 망고 등 열대과일, 제주 한라봉·천혜향의 컬래버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면서 2021년 설 명절은 더욱 풍성한 라인업으로 소비자의 입을 즐겁게 했다.


주류업계, 의류 잡화까지 침투

주류업계도 컬래버 전쟁에서 빠질 수 없는 카테고리다. 국민 막걸리라 불리는 장수막걸리는 건강에 좋은 유자와 홍삼을 가미해 진한 향과 독특한 맛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면서 막걸리 특유의 올드함을 쏙 빼 MZ 세대에게 ‘핫템’으로 사랑받고 있다.

기존 소주의 변신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 ‘자몽의이슬’, ‘청포도의이슬’은 마니아층이 형성되면서 높은 판매고를 지속하고 있고, 사과와 컬래버한 ‘순하리 처음처럼’, 소주 맛은 쏙 빼고 열대과일과 컬래버한 ‘트로피칼 스파클링 톡소다’는 여성 소비자를 저격하면서 주류업계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주류업계의 컬래버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식품과의 컬래버는 기본이고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 품목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는다. 부산 소주로 유명한 대선소주는 신발 브랜드 콜카와 손잡고 ‘대선 슬리퍼’를 론칭한 바 있으며, 하이트진로는 무신사와 머리를 맞대 집업 후드, 크루넥 셔츠, 반팔 티셔츠와 핸드폰 케이스, 그립톡 등 액세서리, 머그잔을 출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가공식품 컬래버로 매출고 ‘쑥쑥’

가공식품도 컬래버로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육류 카테고리를 넘어 채소 카테고리를 융합하면서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더 건강한 채소 & 고기 가득 비엔나 Style’ 2종을 출시했으며, 동원F&B도 트러플(송로버섯)을 활용한 육가공 제품을 잇따라 론칭하면서 육가공품의 컬래버 대열에 합류했다. 최고급 식재료로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 송로버섯 ‘오븐&통그릴 트러플 델리햄’ 2종은 프리미엄 육가공품으로 이미 소비자 취향을 저격 중이다.

마켓컬리에서 판매하는 꿀두유, 생강두유 등을 필두로 한 식음료와 농축산물과의 컬래버는 이제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종류와 수가 방대해졌다.

쌀가공식품업계도 다양한 컬래버로 세계 시장까지 노크하고 있다. 주식회사 영의정은 쌀가공식품에 커피쿠키, 슈크림 등을 섞어 낸, 커피과자설기‘, ‘티라미슈크림떡’을 론칭하면서 기업의 효자상품으로 키워냈다. 해당 상품은 국내는 물론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쌀가공식품 수출의 선봉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엉뚱 컬래버로 펀마케팅’ 성공하기도

도저히 성사될 수 없는 컬래버로 의외의 결과를 이끌어 낸 사례도 있다. 신세계푸드 스무디킹은 광동제약과 컬래버하면서 ‘쌍화스무디’, ‘쌍화티’, ‘쌍화밀크티’를 출시해 엉뚱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았고, 거피 전문점 탐앤탐스는 편의점 브랜드 CU와 컬래버를 성사시켰는데 커피가 아닌 탐앤탐스 테이크아웃 컵에 떡볶이를 담아 팔면서 ‘펀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까지 끌어올렸다.

롯데마트는 게임업계인 컴투스와 손을 맞잡기도 했다. 컴투스의 전략 상품인 골프 게임 ‘버디크러시’의 캐릭터를 활용, 대추방울토마토의 포장상자로 제작한 것이다. 해당 상품은 농산물 판매는 물론 신규로 론칭한 게임이 화제가 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을 즐겁게 했다.
 

익숙함+익숙함=신선함’ 방정식의 돌풍

농식품 업계의 컬래버 방정식에 소비자들이 반응하면서 이제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은 필수가 됐다. 맛과 품종마다 단짝이 있지만 새로운 짝꿍 조합으로 농축산물, 식품의 부가가치를 올리는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단순히 동종 간 협업이 아니라 가전, 의류, 잡화, 액세서리, 심지어 게임, 애니메이션까지 수만 가지 조합으로 1차 제조업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복수의 유통 전문가들은 “이제 다양한 상품들의 융합과 결합은 시대의 트렌드가 됐다”면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은 SNS를 적극 활용하면서 농식품 판매에도 큰 시너지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많은 컬래버 상품들이 앞으로도 줄줄이 출시될 것으로 보이며, 농축식품업계에서도 더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