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식량위기(上)]공상과학 아닌 실제 상황 돼 버린 식량위기
[특별기획-식량위기(上)]공상과학 아닌 실제 상황 돼 버린 식량위기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1.04.02 15: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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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코로나 바이러스 등 돌발변수 해마다 증가 식량안보 위협
30년 후 한반도 지금 모습 사라져…농업지도 변해 식량 차질 우려
곡물-식량자급률 OECD 최하위 급변사태 장기화 시 식량위기 직면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2050년 한반도는 기후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폭우와 폭설, 가뭄, 폭염, 이상 한파 등 예측 불가의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져 많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전국 곳곳에서 홍수나 하천 범람이 빈번해져 영산강 등 댐과 하천 제방이 많은 곳에서는 농사를 짓지 못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지역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기존에 재배했던 식량자원들을 더 이상 생산할 수 없게 돼 2050년 한반도 사람들은 만성적인 먹거리 부족 사태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각종 바이러스가 매년 새롭게 발생해 국가 기능은 거의 마비 상태에 이르렀고, 애그플레이션 여파로 사람들은 농산물을 살 수 없을 지경에 빠진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퍼지지만 기존부터 식량안보에 많은 투자와 관심을 가졌던 선진국들은 자국 보호주의를 앞세워 식량수출을 중단하며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한반도를 비롯해 많은 국가에서 기아 난민이 발생해 식량을 찾아 떠돌이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공상과학 소설이 우리 앞 현실로 바뀌어

이와 같은 이야기가 당면한 상황은 아니지만 식량위기 문제는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이다.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다.

최근 세계의 기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100년 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0.74℃ 상승했다.

이 상승률은 점차 증가해 지구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되는 추세를 만들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산업혁명 전후로 현저히 증가했으며, 지난 100년 간 약 1.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80년 이후 기온상승은 과거 100년 간 2배 이상이었다. 이를 봤을 때 2100년경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 활동 구조 및 여러 요인에 의해 1.1℃~6.4℃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기온의 상승은 물 부족과 홍수 동식물이 대폭 감소돼 결국에는 멸종의 위기를 촉발 시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한반도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한반도는 세계평균보다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 100년간 6대도시 평균 기온은 약 1.7℃ 상승해 세계 평균 대비 두 배 증가했으며 기온 1℃ 상승 시 농작물 재배적지가 100㎞북상하고 있다.

실제로 기상청이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보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될 경우 21세기 말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4.7℃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로 한반도 환경 크게 뒤 바뀐다

이처럼 기온이 상승하면 연간 폭염 일수는 현재 10.1일에서 35.5일로 급증하고, 올 여름 한반도를 덮친 홍수 등의 이상기후가 일상화 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온도 상승에 따라 병충해도 늘어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후 변화로 한반도가 온대성에서 아열대성으로 변하면서 재배 환경 또한 달라져 지금의 한반도에서 생산하는 농수산물 상당수가 생산이 불가능해지거나 생산량이 확 줄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농촌진흥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말까지 한국인의 주식인 쌀 수확량이 2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옥수수는 10∼20%, 여름감자는 30% 이상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의 토종 과일들도 생산량이 급감해 한마디로 한반도의 농업지도가 바뀌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2010년 러시아의 큰 가뭄으로 인한 흉작이 발생해 밀수출을 못 하게 되자 밀가루 가격이 폭등해 국제적인 문제가 된 바 있다. 이 당시 가장 피해를 본 시리아의 경우 극심한 식량난으로 인해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시리아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봉쇄령을 내리면서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재해가 한 국가의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대표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팬데믹 상황 발생 전 세계 식량위기 고조

여기에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도 식량위기 문제는 크게 작용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주요 곡물수출국들이 자국 보호주의를 앞세워 일시적으로 수출을 중단하거나 줄이면서 식량문제가 전 세계적인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실제 베트남은 쌀을, 러시아는 밀과 쌀, 보리 등 모든 곡물을, 세르비아는 밀과 설탕, 식용유를, 카자흐스탄은 밀과 설탕, 가자, 당근, 양파를, 파키스탄은 양파를 각각 중단했다. 이로 인해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이 상승하는 영향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 우려로까지 번졌다.

올해의 경우도 팬데믹 여파는 지속되고 있는데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월 대비 2.4% 상승한 116.0으로, 9개월 연속 증가하며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곡물 가격의 상승세가 무섭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5월물 옥수수는 552.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8.42%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5월물 대두는 59.10%, 소맥도 16.62% 상승해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코로나 여파 브라질 경제상황 악화일로 빠져

이런 현상은 브라질 상황에서 엿볼 수 있다. 현재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를 비롯해 상파울루 등 전국의 도시들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서서 정부가 배급하는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인파로 연일 장사진 치고 있다.

브라질 국민들은 애그플레이션으로 인해 예전처럼 농산물을 편히 살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 특히 무료급식마저 받지 못하면 그날은 굶어야 할 지경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 여파와 이상기후 현상이 계속해서 촉발되면서 브라질 경제상황을 악화일로에 빠지게 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무엇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여파로 인해 식량 생산과 공급이 줄면서 세계 기아 인구는 당초 전망보다 2배 늘어난 2억 7,000만 명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예멘, 베네수엘라, 남수단, 아프가니스탄 등 30여 개국에서 식량 부족으로 기근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즐리 FAO 사무총장은 “올해에는 식량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코로나19가 계속 확산되면서 모든 국가의 경제가 악화됐다”면서 “특히 중·저소득층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기아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5대 식량수입국 한국 위기대응력 떨어져

문제는 대한민국도 결코 이런 상황에 직면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 벌써 기후위기 상황에서 해마다 자연재해가 잇따라 발생해 농업인들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까지 지장을 주기 시작했다.

자연재해로 인해 농산물 수급에 빨간불이 커지자 덩달아 농산물 가격까지 등락을 거듭하며 서민물가 급등 주범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국제곡물가격이 크게 오르자 우리나라의 식량위기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제곡물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21% 미만, 식량자급률도 40%대에 그치고 있으며, 연간 1,600만 톤 이상을 외국으로부터 사들이는 세계 5대 식량수입국이자 식량위기에 아주 취약한 곡물 수입구조를 가지고 있어 코로나와 같은 위기상황에 더욱 취약한 나라 중 한 곳이다.

실제 2018년 기준 쌀을 제외한 곡물 가운데 콩 25.4%, 옥수수 3.3%, 밀 1.2% 등의 자급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사료용을 더한 곡물 자급률은 밀과 옥수수가 각각 0.7%에 불과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세계 곡물자급률을 보면 2018년 기준 호주 289%, 캐나다 177.8%, 미국 125%, 중국 100% 등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은 100%를 상회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우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식량안보 중요성 인식…실질적 대책 마련해야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등 급변사태가 장기화 돼 세계 각국이 본격적으로 식량 보호주의에 돌입하면 우리나라도 쌀을 비롯해 농산물 가격 급등 여파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단기적, 중장기적 대책을 나눠 단계별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큰 혼란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가 곳곳에 터져 나오고 있다.

이처럼 다른 나라의 식량안보 위기가 우리에게는 멀어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우리에게도 가까이와 있다는 사실과 우리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 등에 나서야 할 때이다.

더 이상 식량위기는 공상과학에서나 보던 일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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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ggu 2021-07-21 17:05:31
비즐리는 세계식량기구(WFP) 사무총장입니다
현 FAO 사무총장은 취동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