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마실-육류소비트렌드] "주머니 두둑할수록 고기 구매"···육류 소비 40·50이 주도
[연구마실-육류소비트렌드] "주머니 두둑할수록 고기 구매"···육류 소비 40·50이 주도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4.08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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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육류 구매 ↓ '육류 양극화' 
1인 가구 증가 육류 소비에 '암초'
근로 시간 줄자 육류 소비량 늘어
국산 돼지수입 쇠고기에 더 민감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코로나19 이후 국내 소비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육류 시장에도 소비 트렌드 변화가 일고 있다. 단백질 공급 등 건강식으로 육류가 재조명되면서 최근 몇 년간 육류 소비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또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분출되면서 육류의 다양한 부위 공략을 노리는 업체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육류 소비는 해마다 조금씩 상승했다. 1990~2000년 매년 약 2%가량 증가했던 육류 소비 증가율은 2000년 대 이후 약 3%로 치솟았으며, 2010년 이후에는 연간 약 4% 증가율 보이며 국내 최대 농축산물 소비 시장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수입산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2000년 이후 최근 9년간 육류 자급률은 78.8%에서 65.5%로 13.3%p 곤두박질치면서 국내산 육류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출생률 하락,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 1인 가구·무자녀 2인 가구 증가 등 사회 경제적 변화가 육류 소비구조와 행태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농축유통신무은 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육류 소비행태 변화와 대응과제'라는 보고서를 토대로 육류시장 변화를 심층 분석한다. 
 

육류 소비 세대 간 격차 줄여야
축산업계 생산방식 다변화 필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과 육류 구매가 긴밀한 연관 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이 소비자 가구의 사회 경제적 특성에 따라 육류 소비 지출액 변화를 분석한 결과,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육류 소비 지출액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향후 국민 소득이 증가한다면 육류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구주 연령대별로도 육류 소비 지출액이 달랐다. 40~50대 육류 소비는 가구당 월평균 지출액보다 높았으나 20~30대의 경우는 이보다 낮았으며 격차도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가구원 수가 많을수록 육류 소비 지출액이 높았으나 1인 가구의 육류 소비 지출액은 2인 이상 가구 수(1인당 지출액으로 환산)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인 가구가 증가할수록 육류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육류 소비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세대 간 육류 소비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동안 획일적인 육류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육류 생산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수의 유통 전문가들은 "최근 민간 기업에서는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MZ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축산업의 환경문제, 동물복지 축산물 등 환경을 생각하는 축산업계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산 육류 이미지 '긍정적분석
과학적·객관적 근거도 뒷받침돼야
 
소비자가 축산물을 구매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은 '맛'과 '품질'이며 우선 확인하는 정보는 '신선도'다. 농경연이 지난 20년간 인터넷 뉴스 자료를 활용해 '육류 소비' 트렌드 변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대형할인점·편의점 등의 연관 검색어에서 '신선식품'에 대한 노출 빈도가 꾸준히 높게 나타났다.

때문에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신선식품, 특히 축산물 매대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전문 식품관으로의 대대적인 개편에 착수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에 주목, 전문 매장으로 리뉴얼한 후 2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달성하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유통에서 농축산물 특히 축산물의 라인업은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특히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 지금이 축산물의 건강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적기"라고 진단했다.

농경연은 육류의 이미지 관련 키워드 분석도 진행했는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식재료, '단백질', '영양소' 키워드의 노출 빈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최근에는 '식감'에 대한 빈도가 높아 맛을 중요하는 경향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농경연 관계자는 "한우고기와 국내산 돼지고기의 이미지는 소비자들에게 위생적이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으며, 맛있고 영양가가 높은 것으로 인지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이미지는 구매 의향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한우고기의 경우 아동과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이미지는 소비자 인지도 면에서 점수가 낮았다"고 분석하며 "한우 소비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이들 항목의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유통 전문가들도 육류의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한 전문가는 "국내산 육류가 안전하고 신선하다는 이미지를 잘 관리하고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러한 이미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소비자들이 믿고 안심할만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득 변화 '근로시간 단축 긍정적
가정 소비 대응 라벨링 표시 강화 필요
 
농경연은 우리 사회의 제도적 변화와 육류 소비의 연관성도 분석했다. 농경연 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시행이 소득에 따라 육류 소비 행태가 갈렸다는 분석이다.

52시간제 시행으로 소득 변화는 없지만 근로 시간이 단축된 경우 가정의 육류 소비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득 감소와 근로시간이 동시에 줄어든 경우 육류 소비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이는 근로시간 단축 변수보다 소득에 대한 육류 소비 민감성이 높은 것으로 육류 소비는 소비자들의 소득 증감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근로시간이 감소한 집단의 회식 빈도와 직장의 육류 소비는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시행과 코로나19 발생으로 가정 소비가 더욱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 중심의 육류 라벨링 표시 및 안전성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돼지고기 저지방 부위의 재고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요리 개발 및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경연은 대체육의 출현과 과학 기술적 환경 변화도 육류 소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우 소비를 줄일 의향이 있는 소비자가 동물성 대체육 구매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한우 업계에서는 대체육에 대한 대응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국내산 육류의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부위별 수급 불균형도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전문가는 "소비자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저가의 저지방 부위는 포장 등 제조비용 부담으로 온라인 유통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내산 돼지고기 저지방 부위의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수입 돼지고기 육가공품과 차별화된 신선한 고품질 국내산 돼지고기 육가공품 개발이 필요하며, 원료 가격의 안정성과 물량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장기 공급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재밌는 분석도 나왔다. 국내산 돼지고기 수요는 수입 돼지고기보다 수입 쇠고기에 더 민감하다는 것이다. 농경연에 따르면 삼겹살 등 구이용 국내산 돼지고기는 수입 삼겹살 등과 일정부분 대체 관계가 있지만 수입 쇠고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공용 국내산 돼지고기 수요는 수입 돼지고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분석이 있다고 소개했다. 때문에 수입 쇠고기의 증가가 국내산 쇠고기보다 오히려 돼지고기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어 심도있는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사회적 제도 변화 중 쇠고기 등급제 개편은 1등급 이상의 한우고기의 실질가격이 kg당 709~779원 상승하는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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