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정삼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 "농산물 코드단위로 거래되면 0.3초 경매 등 유통 혁신 가능"
[인터뷰-이정삼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 "농산물 코드단위로 거래되면 0.3초 경매 등 유통 혁신 가능"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4.15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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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도매시장 불신은 '신뢰'의 공백
불낙농산물 관련 농업인 불만 많아
산지·도매·소비지 편차 해소가 관건
대국민 의견수렴 조만간 결과 발표

도매법인 수집기능·역할 확대 필요
정가·수의매매 전담 경매사 의무화
수익 일부 기금화 출하자 손실보존
평가제 강화···법인지정 퇴출도 고려

지엽적인 거래제도 논쟁 대안 안돼
시장도매인 물류 효율 장점 있지만 
불법거래 만연 성과라 보기 어려워
가락시장 외 도매시장은 도입 고려

유통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필요
정보·표준화로 유통 연결 가치 창출
공정·투명한 유통환경 조성에 '방점'
6월 유통 구조 개선안 최종판 발표


He is...농식품 유통 분야에서만 10년 가까이 근무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 사무관부터 시작해 서기관을 거쳐 유통정책과장까지 농산물 유통분야 곳곳을 관찰하고 분석했다. 타 분야 굵직한 보직도 두루 거쳤다. 2015년 농촌산업과장, 2016년 수출진흥과장, 2017년 방역정책과장까지 역임하면서 농축산업 전반의 실무를 관장했다. 식물육종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농업생태학, 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전문성을 높였다. 농산물 유통에 잔뼈가 굵은 그는 2013년 정부가 내놓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 대책'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산지, 도매, 중도매인 등 각계각층 유통주체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한 'aT농식품유통교육원' 설립을 위해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는 중책을 맡으며 유통 교육 체계를 갖추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치열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복잡한 농산물 유통 분야에서 가르마를 어떻게 타줄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방향 설정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그는 농업유통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좁히기 위한 유통 정책을 고민 중이다.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산지가 조직화되고 소비지가 견고해지면 이들을 중개하는 유통업은 쪼그라든다는 사실은 정설처럼 통용된다. 산지와 소비지는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 탐색 비용과 리스크는 낮추고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유통을 이용하는데, 양 주체의 역량이 커지면 유통 비용을 줄이기 위한 직거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수십 년간 유통업은 수집과 분산이라는 기능은 강화하고 양 주체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유통업에 각인돼 있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진화를 거듭해 왔다. 유통업 중 특수 케이스로 꼽히는 농산물 유통도 마찬가지다. 다만 영세 농민과 소상공인 식당이 밀집된 국내 산지와 소비시장의 특성으로 아직까지 수많은 경제 주체들은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는 도매시장이라는 유통 창구를 활용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도매시장은 불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도매시장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들쑥날쑥 농산물 가격 편차가 발생하지만 도매시장 내 유통주체의 수익은 크게 줄지 않아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농민들이 늘어나서다. 본지는 창간 32주년을 맞아 공영 도매시장의 변화와 혁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정삼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을 만나 도매시장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정부가 그리는 도매시장 혁신에 대해 취재했다. <편집자 주>
 

농산물 품질별 가격 격차 해소가 해법 

“공영도매시장의 불신의 시작은 '신뢰'의 공백에서 촉발됐죠. 경매제에 대한 불신, 경매를 주관하는 도매시장법인에 대한 불신, 유통에 종사하는 플레이어들에 대한 불신까지 한꺼번에 터져 나온 셈인데요. 특히 경매 시스템은 도매시장법인이 농업인을 대리해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발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법인의 노력에 물음표가 달린 게 사실입니다. 경매사와 중도매인 간의 유착 의심부터 농산물을 헐값에 넘기기 위해 불낙 농산물(경매에 부쳤던 농산물이 낙찰되지 않는 것)을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결국 그동안 도매시장이 '신뢰'를 심어주지 못한 탓이 크죠. 조만간 도매시장 이용에 대한 대국민 의견수렴 결과를 발표할 방침입니다.”

이정삼 과장은 도매시장 개혁이 화두를 떠오른 이유를 신뢰의 공백으로 진단했다. 신뢰의 공백은 단순히 도매시장에만 국한된 게 아닌 국내 농산물 유통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선진국 농산물 유통의 경우 동일 품목에서 상·중·하로 품질이 나뉘어도 가격 차이는 20% 내외로 신뢰가 형성돼 있는데 국내에 경우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그는 국내 농산물의 '품목별 표준화', '품질별 가격 격차 해소'를 우리나라 농업 유통, 그리고 도매시장이 불신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이라고 봤다.

예약형 정가·수의매매 적극 독려

가격 편차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정가·수의매매' 거래다. 사전에 가격을 협상해 거래하는 방식 중 하나로 2012년 농안법을 개정해 경매와 동일한 제도로 인정받았고, 이듬해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 정부에서도 이 제도를 법인들에게 독려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국내 공영도매시장 정가·수의매매 실적은 20% 남짓. 또한 일본처럼 예약형 정가수의가 아닌 기록상장, 도매법인 간 전송거래를 하는 도구가 아니냐는 의심도 싹트고 있는 상황. 이 과장은 정가·수의매매 거래 실적 부진이 농안법 상 경매사의 업무가 △경매 우선순위 결정 △가격평가 △경락자의 결정으로 한정돼 있고 도매법인 입장에서 비용 증가로 판단해 제도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는 농안법 상 경매사의 업무규정에 정가·수의매매를 추가해 산지와 소비지의 발굴 기능과 역할을 부여하겠다"면서 "전담 경매사를 지정하도록 의무화해 예약형 정가·수의매매를 확대, 제도 활성화와 내실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도매시장법인 공공성 유도 대폭 확대

정부의 도매시장 개혁의 기본 방침과 전략에 대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기반을 확립해 출하 농업인의 권익을 증진하고 공익적 역할을 재정립해 상생과 혁신의 도매유통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응찰자 비공개 경매’와 ‘경매사 평가제 도입’ 등으로 경매제의 투명성은 강화하고 도매시장법인 간 경쟁을 유인하기 위해 ‘법인의 재지정 심사 기준 강화’,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간 ‘대금 정산조직 설립’ 등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또한 법인의 수익 일부를 기금화해 출하자의 손실을 보전하고, 출하 장려금 지급 등 공공성 확보에 노력할 있도록 법인 평가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 과장은 도매법인의 공공성 강화에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도매법인의 공공성 이행에 대한 평가 제도를 개선하고 평가 결과가 부진한 법인은 지정을 취소하거나 재지정 기준을 강화는 등 강수를 뒀다고 덧붙였다.

시장도매인 출하자 이익 검증 안돼

최근 일부 정치권·농민단체에서 주장하는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 도입에 대해서도 운을 뗐다. 그는 먼저 공영도매시장에서 시장도매인이 도입된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8년도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 시장도매인 도입과 관련한 업무보고를 예로 들면서 기준 가격을 흔드는 시장도매인 도입은 불가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당시 대통령 업무보고 시 시장도매인 도입 논의 과정에서 기준가격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달렸어요. 예를 들어 특·광역시에 도매시장 두 곳이 있을 경우 기준 가격을 발견하는 시장 외에서 시장도매인을 도입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죠. 또한 농업 선진국 시장도매인은 기본적으로 사전에 가격을 협상해 농산물을 매입하고 리스크를 감수하는 형태인데 국내 시장도매인은 도입된 지 16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농산물 매입 비율은 34%에 불과합니다. 수입 농산물 매입 비율 99%와 상반되죠. 물론 시장도매인의 성과는 있기는 합니다만 결과적으로 출하자에 이익이 되는지 검증이 안됐습니다."

시장도매인 성과 객관적 재평가 필요

그는 또 강서시장에 도입된 시장도매인은 물류 효율화에 대한 성과는 인정하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가 병행 운영되는 강서시장의 경우 경매 가격이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 간 불법·탈법 거래도 끊이질 않는다고 첨언했다. 

서울시와 (시장도매인제 관련한) 연구용역을 4번에 걸쳐 진행했지만 어느 전문가도 시장도매인의 성과에 대해서는 결론을 짓지 못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시장도매인의 비약적 성장에 대한 물음에는 "탈법이 고착화돼 있는 시장을 과연 성과라고 해야 할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시장도매인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서구 시장도매인 개념처럼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 간 거래를 완전히 차단하고, 당초 정부가 설계했던 (국내산 농산물 100% 매입) 시장도매인으로서 기능이 입증됐을 때 효과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기준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 도입은 아직 시기 상조이며, 타 중앙도매시장에 시설 현대화와 연계해 도입 후 객관적인 성과가 입증되면 최후에 가락시장에 도입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공영도매시장 관리 현행체계가 바람직”

지난해 서울시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 간 발생한 불협화음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가락시장의 시장도매인 도입 여부를 두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서울시공사장의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도매시장 관리를 농업의 총사령관 격인 농식품부에서 관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쟁에 불을 지폈다. 현재 도매시장 운영과 관리는 개설자인 서울특별시가 맡고 있고, 농안법상 중요성이 있는 중앙도매시장의 업무규정은 장관의 승인사항으로 농식품부가 관리 감독하고 있다.

"도매시장의 업무규정과 규정 변경 시 각각 장관과 해당 도지사가 승인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이는 농산물 도매시장이 국내 농산물 수급과 가격 안정 등 농산물 도매유통에 미치는 영향이 해당 시장 개설자의 관할 구역을 넘어 전국에 미치기 때문에 거래제도 등의 업무 규정을 상위 기관이 관리 감독하라는 취지를 반영한 것이죠. 따라서 도매시장 운영과 관리는 개설자인 지자체의 책임행정이 필요한 사항이며 현재의 농안법 체계인 도매시장의 업무규정을 상위 기관이 관리 감독하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코드로 거래" 디지털 유통환경 청사진 제시

국내 농업 유통의 미래에 대해서는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농산물의 품질이나 등급에 따라 코드가 부여되고 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B2B나 공영도매시장 등에서 코드만 활용해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품목별로 거래 형태를 반영해 현실에 가깝게 품질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올해 6월 말까지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병행해서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스마트화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향후 5~10년이 걸릴 수 있지만 종국에는 농산물 품질별로 코드가 부여되는 유통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로써 상물 분리(商物分離)가 이뤄질 수 있고, 경매도 0.3초 만에 이뤄지는 등 모든 경로에서 유통 혁신이 이뤄질 수 있죠."

취급 물량이 줄어드는 지방도매시장에 대해서는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어려움에 처한 지방도매시장은 농안법 체계에서 예외로 규정하고 과감히 규제를 개선, 해당 지역에 맞는 각자도생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장 효율적인 유통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지역 물류 단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해당 지역 공공급식을 총괄할 수 있는 센터를 건립하는 식이다. 

"농산물 유통의 발전, 그리고 공영도매시장의 혁신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결국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을 조성하느냐로 귀결되죠. 정부에서는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농산물 유통 과정을 스마트 및 디지털화하고 단계별 생산 정보를 융합해 유통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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