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전문가 인터뷰(식량위기)]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연구위원
[창간특집-전문가 인터뷰(식량위기)]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연구위원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1.04.16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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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규모 농지 확보 유지가 식량안보 기반 구축 첫걸음”  
수입으로 대체하면 된다는 인식 언제라도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공공비축제 확대 운영 필요…논 활용성 높여 자급률↑ 정책 설계해야
기후 변화 대비 재배기술 확보-국가 차원 R&D 지원 지속 이뤄져야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전 세계는 경제·사회·문화·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끔 됐다. 바로 식량위기 문제다. 세계 곳곳에서는 식량위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현재 38개국 정도가 식량부족 국가로 지정돼 있으며,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식량위기가 다른 나라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5대 식량수입국가로 곡물자급률과 식량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이는 코로나19와 같은 급변 사태가 벌어질 경우 주요 식량수출국들이 자국 보호주의를 들어 식량수출을 중단하면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언제든지 식량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라도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국내 식량 관련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하나인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연구위원(농업관측본부 곡물관측팀장)에게 식량위기와 관련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본다. 인터뷰는 일문일답 형식으로 구성했다.

김종인 연구위원
김종인 연구위원

-식량위기가 현실화 될 가능성은.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주식인 쌀을 자급하고 있어서 식량을 조달하지 못하는 극단적인 형태의 식량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만 1980년에 발생한 극심한 냉해(생산량이 전년 대비 31% 감소)와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최근에는 재배기술 발전 등으로 단수 변동폭이 최대 5% 이내여서 그러한 극단적인 생산량 감소가 발생할 가능성 또한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05년부터 공공비축제가 시행되고 있어 약 두 달 분의 국내 쌀 소비량이 비축되고 있으므로 작황 악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기후위기로 촉발된 식량위기 문제는.

기후변화는 중장기적으로 식량 수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앞으로 역량을 집중해서 대응한다면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력이 강한 전염병은 단기간에 급격하게 확산돼 국제 곡물 물류 측면에 차질을 빚게 만들고, 그 발생 시기 또한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워 식량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데 위협적인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기존에는 UN의 식량농업기구(FAO) 등을 중심으로 각 국가 간 국제 분업을 통해서 식량안보 달성이 가능하다는 논의가 주를 이뤘는데, 코로나19와 같은 위협 요인은 세계적으로 식량재고가 충분한 상황에서도 국가 간 이동 제한 등으로 인해 식량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식량안보에 빨간불이 켜졌나.

주식인 쌀을 자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나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차질이 곧바로 식량 위기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들의 자급률이 매우 낮은 상황이므로 곡물 수급이 불안정해 진다면 곡물 수입단가가 오르고 결과적으로 곡물을 원료로 가공한 식료품 가격도 함께 상승할 수밖에 없어 국민들의 식료품비 지출 증가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렇게 식료품비가 오르면 그 피해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UN 식량농업기구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경제적 취약계층에 더욱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해 곡물·식량자급률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곡물·식량자급률은 OECD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곡물류는 우리나라가 20% 초반 수준인 것에 비해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은 100%를 넘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우리가 바꾸기 어려운 구조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경지면적이 매우 작아 모든 식량을 자급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경지면적은 0.03ha 수준으로 식량 순수입국인 일본과 비슷하며 미국의 1/14, 호주의 1/59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자급률이 높았던 감자나 콩 등도 점차 자급률이 하락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생산량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값싼 수입산 곡물과 경쟁에서 국산 곡물이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식량위기에 대한 정부 인식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정부는 ‘국제곡물 위기대응 실행 매뉴얼’을 마련해 국제 곡물 수급 모니터링을 상시적으로 실시해 위기를 인지하고 위기 단계에 따라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는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의한 식량 위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대응 체계가 마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자급할 수 있는 국내 농업의 역량을 키워나가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도 1999년에 농업·농촌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식량자급 목표를 설정하고, 자급률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급률이 점차 하락하고 있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이 바로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경지면적이 줄고 있는데 식량안보에 영향 주지 않나.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많은 규모의 식량을 수입하고 농업 환경도 비슷한 일본의 경우 최근 10년간 경지면적 감소율이 연평균 0.5%였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0.9%로 감소율이 다소 높다. 이를 논과 밭으로 나눠서 보면 그 심각성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일본은 논과 밭의 감소율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밭 경지면적은 거의 차이가 없으나, 논 면적은 연평균 1.7%씩 감소했다. 일본 정부는 식량안보 달성을 위해 적정 수준의 경지면적이 필요하고, 경지 중에서도 생산성이 높은 논 면적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을 장기간에 걸친 정책 목표로 삼아 추진해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논활용직불제’인데 논에 벼가 아닌 밀과 대두와 같은 주요 식량작물을 재배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으로 1970년대 후반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실시해 오고 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불법 투기 사태에서 보듯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확대로 인해 농지가 농업 활동 이외의 용도로 전용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농지가 한 번 전용되면 다시 농지로 환원시키기는 매우 어렵다는 농지의 비가역적 특성을 고려할 때 적정 규모의 농지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식량안보 기반 구축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곡물 수입해 먹고 있는데, 이를 타파할 방안은.

지난해 벼 작황이 크게 악화돼 쌀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쌀은 작황 악화라는 변수가 없다면 구조적으로 공급과잉 위험성에 항상 노출돼 있다. 반면에 콩이나 옥수수, 밀과 같은 곡물들은 만성적으로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논에서 벼 대신 콩이나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유도하는 타작물 전환 정책을 2000년대 들어 3번에 걸쳐 간헐적으로 실시했다. 콩과 사료작물 재배면적이 늘어나는 성과가 있었으나, 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못해서 전환됐던 면적 중 상당수가 다시 벼로 회귀되는 한계가 있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쌀 수급균형을 정책의 목표로 삼고, 타작물 전환 정책을 실시했다. 그랬기 때문에 타작물 전환 정책은 쌀 수급 상황에 따라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사업효과도 반감되기 일쑤였다. 좀 더 긴 안목의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식량위기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위기의 양상이 다양해지고 그 영향 또한 커지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곡물 이동이 짧은 기간 동안이라도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일정 물량 이상의 식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비축해 놓는 공공비축제를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쌀에 대해서만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콩과 밀 등의 품목까지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일정 규모의 농지를 유지하고, 특히 논의 활용성을 높여서 자급률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논은 경지정리가 잘 돼 있어 기계화가 용이하고 생산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농업 인력의 고령화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에서도 논 활용도 제고는 필요하다. 이와 함께 최근 기후 변화에 따른 농업 피해가 커지고 있어 기후 변화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작황을 유지할 수 있는 재배기술 확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R&D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식량위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단적으로 말해서 경제력, 다시 말해 돈만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점점 저물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서 우리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세계 식량재고가 충분하고 우리가 그 식량을 구매할 수 있는 충분한 경제력이 있더라도 전염병 팬데믹과 같은 사태에 의해서 식량을 제 때 사올 수 없는 상황이 일시적으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예상하기 어려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식량 자급기반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 놓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후 변화 또한 중장기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농산물은 공기와 같은 것이어서 우리 곁에 흔하게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하지만, 부족해지기 시작하면 생존을 위협한다. 농업계도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높여 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하겠지만, 우리 국민들과 정책 담당자들도 국산이 수입산에 비해 경쟁력이 뒤쳐진다고 해서 간단하게 대체하면 된다고 인식하는 태도는 언제라도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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