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픽업] 식품 공룡기업 떡볶이 시장까지 '야금'
[뉴스픽업] 식품 공룡기업 떡볶이 시장까지 '야금'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4.30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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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한국쌀가공식품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가 aT센터에서 '떡볶이 시장, 대기업 진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좌담회에서 대기업 진출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이민주(가명)씨는 20명의 직원과 떡을 제조하고 떡볶이 간편식을 판매하는 업체 대표다. 이 씨 회사의 주력 상품은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떡볶이 상품으로 고정적인 유통 판로는 없지만 온라인에서 쏠쏠한 판매고를 올리며 꾸준히 매출을 늘려왔다.

과거 방앗간에서 소재떡을 만드는 사업으로 시작해 가정 간편식으로까지 영역 확장에 나서면서 이 업체를 주목하는 충성 고객까지 늘었다. 이 씨는 "소비자 니즈에 긴밀하게 대응하고 연구 개발을 통해 좋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론칭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각양각색 다채로운 소비자 니즈를 반영하는 떡볶이 시장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떡볶이 시장을 이끌어가는 주역은 이 씨와 같은 소상공인들이다. 2014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만료 시점인 2019년까지 시장규모가 124% 훌쩍 넘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들 노력은 내수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급성장하면서 한국 전통 식품인 떡볶이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상승, 매년 30% 이상 폭발적인 수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떡볶이 수출 실적은 2013년 1,190만 달러에서 지난해 5,376만 달러로 3.5배 몸집이 커지며 소상공인들의 힘을 증명하기도 했다.

소상공인들이 주도해 온 떡볶이 시장은 끊임없는 제품 개발과 품질 향상, 위생 인증 등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한국산 떡볶이 제품의 우수성을 입증해 나가고 있다. 또한 업체마다 특화된 생산 노하우를 접목하면서 떡볶이 시장의 춘추전국 시대를 열며 소비자들의 입을 즐겁게 하고 있다.

하지만 떡볶이 시장에도 대기업 진출이 예고되면서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1,300억 원 규모의 작은 시장을 식품 공룡 기업들이 직접 생산 계획을 발표하며 떡볶이 시장 출전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신세계푸드 등은 월 생산능력 300톤의 직접 생산 시설 구축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떡볶이 골목 상권으로의 진입을 선언했고, 이미 풀무원, 대상, 오뚜기 등 식품기업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GS리테일 등과 같은 유통기업도 떡볶이 제품을 OEM으로 생산 중이다.

지난해 학교급식, 외식 감소 등으로 소상공인의 9%가 간판을 내렸다. 10곳 중 1곳은 사업장이 망한 셈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생계형 업장들은 그동안 일궈온 떡볶이 시장의 유통 생태계가 대기업 진출로 깡그리 무너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이 씨는 “떡볶이 시장에 소상공인은 약 1만 2,180개 업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식품 대기업 14개사가 자신이 보유한 자본력과 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떡볶이 직접 생산에 참여한다면 수많은 영세업자와 소상공인은 공멸할 수밖에 없는 구조”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이 스스로 생존하고 안정적인 산업 생태계에서 경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떡볶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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