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 도시농업 사업 폐지 유감
[사설] 서울시 도시농업 사업 폐지 유감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4.30 10:1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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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도시농업 관련 사업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계획한 도시농업 사업은 크게 5가지로 관련 사업을 전부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2012년 서울시가 도시농업 원년을 선포한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도시농업은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운명에 처했다.

서울시의 도시농업은 그동안 도시민들의 농업 감수성을 높여주는 사업으로 알려져 왔다. 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 '텃밭플렉스' 조성부터 서울농부 등록제 마련, 도시농업 공동체100, 수직농장과 같은 미래 도시농업 육성을 추진해 오면서 서울시민에게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농업이 보유하고 있는 치유와 힐링을 맛보는 기회로 작용해 왔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전담 부서를 신설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도시농업과가 신설됐으며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서울의 푸른 도시를 지원해 왔다. 서울시 총예산에 비해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이 사업은 서울시의 공기청정기로, 텃밭이 조성된 공간은 서울시민의 힐링 플레이스로 자리매김 해오면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서울 1천만 시민 중 직접 파종하고 작물을 심어보는 경험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기껏해야 유치원, 초등학교 교육 프로그램에 식물 키우기 정도가 들어가 있는 수준이다. 앞으로 평생 손에 흙을 묻혀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도시민이 나올 수도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힐링과 치유가 필요한 시민들에게 농업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혜택조차 뺏는 이번 결정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농업계에서도 서울시의 결정이 달갑지 않다. 농업에 대해 보조금 불법 수령 등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이 늘어가고 농업의 가치에 대해서도 인색해 하는 시민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농업과의 스킨십 감소는 농업의 가치에 수긍하는 도시민의 숫자를 줄이는 구조를 만들어서다.

농업에 산업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먹거리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혜택 때문이다. 사람들은 농작물이 만드는 푸른 환경, 비옥한 흙의 감촉을 경험하면서 농업의 가치를 실감한다. 도시농업은 '진짜 농부'까지는 아니더라도 농업에 산업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우리 먹거리를 생산하는 고마운 산업으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창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19는 팬데믹 재난에 우리의 삶이 하루아침에 위협받을 수 있음을 알려주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또한 마스크 없는 삶, 거리를 두지 않는 생활이 얼마나 귀중했는지 알려주는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농업의 힐링과 치유 기능이 부각되면서 각종 도농 복합 사업들이 활발해졌다. 우리의 삶을 되찾고 회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이제 농업은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다. 초록 식물을 키우고, 황토색 흙을 밟으며, 신선한 물을 주는 단순한 행위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수치로도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긍정적이다.

도시민에게 집값 등 주거 문제도 중요하지만 쾌적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주거 인프라를 조성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서울시민에게 제공하는 농업 맛보기조차 인색한 서울시의 '도시농업' 사업 폐기 결정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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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혁 2021-09-13 10:37:08
옥상텃밭을 까꾸어본 경험자의 입장에서 도시농업은 또 하나의 치유와 힐링이 될 수 있는데, 단지 비용과 정치적인 이유로 폐기한다는 결정이 기가 막히네요.

이봉주 2021-09-12 07:27:26
서울 중랑구에 "사가정주말농장"도 있습니다. 동대문구, 광진구,중랑구,성동구 주민들 이용에 편리합니다.010-8277-8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