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서 더 빛난다”… ‘4인 4색’ 한농대 졸업생의 ‘各樣各色’
“농촌서 더 빛난다”… ‘4인 4색’ 한농대 졸업생의 ‘各樣各色’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5.0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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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국농수산대학은 국내 농업 교육기관의 산실이다. 지난해에는 책임운영기관 종합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 등급'을 달성하면서 농업 교육뿐만 아니라 책임운영기관으로서도 재평가를 받았다. 일반 대학과는 다르게 1차산업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농민을 배출하고 있는 한농대. 이곳 졸업생들이 농촌 현장에서 일궈내는 성과 또한 값지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무기로 농업의 새그림을 디자인하는가 하면 학술적으로 공부한 내용을 현장과 접목해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그동안 5,551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84.7%가 성공적으로 영농에 정착하면서 국내 농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본지는 한농대 졸업생 4인에 주목하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농업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사지 마시고 직접 따서 드세요"
체험형 농장 구현한 여성 농부
 

김일중 쭝이랑 대표.
김일중 쭝이랑 대표.

김일중 대표는 2013년 한농대 채소학과를 졸업했다. 농수산업에 특화된 커리큘럼 덕을 톡톡히 봤다는 김 대표는 1년간의 농업 현장, 농업 기관에서의 실습으로 사업을 구체화했다. 교수들의 컨설팅으로 전문적인 식견을 얻고 현장 경험은 사업을 견고히 하는 자양분이 됐다. 

흔히 말하는 생산 중심 농부의 개념을 탈피하고 소비자와의 스킨십을 타깃으로 체험형 농장으로 생각을 구체화하면서 딸기 체험농장 쭝이랑을 설립했다. 

20대 여성의 산뜻함, 섬세함이 돋보이는 농장의 주력 상품은 체험객들이 수확하는 딸기 판매다. 이 농장은 체험비는 따로 받지 않으면서 체험객들이 수확한 상품을 파는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쭝이랑은 직접 딸기를 따는 소비자들의 동선을 고려해 2단 재배 방식을 택했다. 어린 아이들도 쉽게 수확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춘 농장 구조는 부모들로부터 호평을 받는다. 

농촌 체험에 가족이라는 테두리도 과감히 내려놓았다. 연인이나 친구와도 즐길 수 있는 딸기테마파크 개념을 접목한 농장은 갖가지 아이디어들로 넘친다. 농장 한켠에 구축한 카페테리아는 트렌디함이 돋보인다. 수확한 딸기로 조각케익이나. 딸기 찹살떡, 딸기 와플 등 먹거리 체험 기능까지 장착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농업이 주는 풍성함을 선사한다. 

그녀는 더이상 농업이 힘들고 고된 산업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충분히 '힙'하고 '세련됨'을 갖출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 사업 초기 우려도 많았던 어린 농부의 생각은 수익으로 증명해 냈다. 개장 첫 해 8,000만 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시작해 7년 차에는 2억 원을 웃도는 수익으로 체험 농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일중 대표는 "이제 농업도 먹거리에서 그치지 않고 볼거리, 즐길 거리가 결합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면서 "이곳 체험농장을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기 위한 꿈을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토종 돼지로 고급화 겨냥"
차별화된 돼지 한돈 산업 새 길 열 것 자신
 

김동찬 2014년 중소가축학과 졸업생.(사진제공=한농대)
김동찬 2014년 중소가축학과 졸업생.(사진제공=한농대)

김동찬 씨는 2014년 한농대 중소가축학과를 졸업했다. 돌실한약먹인흑돼지영농조합법인 대표인 아버지의 농장 경영 수업을 받는 중이다. 

이 법인은 토종 흑돼지 종자를 지키고 친환경 축사 환경을 구축해 돼지를 키운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 무항생제 인증은 기본이다. 토착 미생물로 배양한 사료를 먹고 넓은 운동장에서 노늬는 것은 이곳 흑돼지들만이 누리는 혜택이다. 

김 씨는 한농대 졸업 이후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한 때 등지방 두께가 얇은 돼지가 트렌드라는 얕은 지식을 믿고 사료 양을 줄이는 바람에 많은 돼지들이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입식 시기를 놓치기도 하고 어미 돼지가 임산사에서 새끼를 낳은 것이다. 때문에 생산성이 바닥까지 떨어져 곤욕을 치렀다. 

무창돈사가 아닌 개방형이라는 이곳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탓이다. 김 씨는 혹독한 수업료를 지불하고 나서야 번듯한 축산 경영인으로 새로 태어났다. 당시 피해를 생각하면 웬만한 수입차 한 대값이라는 게 김 씨의 설명. 

이제 그는 현장과 이상과의 간극을 좁히는 일을 하고 있다. 데이터 중심으로 농장을 경영하되, 가축이 농장주의 발자국 소리는 늘 듣게 한다. 자신이 키우는 가축에 관심과 사랑이 없으면 변화에 둔감하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걸 몸소 체험한 덕택이다. 

이 곳은 토종 돼지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한 때 이베리코의 열풍이 분 것처럼 관행적으로 돼지를 키우는 방식의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기 시작한 아버지의 가르침을 이어 받아서다. 

김동찬 씨는 "저희 법인은 생산성 보다 돼지의 고급화를 겨냥했고, 이제 직접 판매를 통해 6차 산업을 완성시킬 생각"이라면서 "차별화된 돼지로 국내 한돈산업의 새로운 길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늦깎이 대학생, 표고 장인이 되다"
지식으로 무장해 미래 농업 개척

 

최병국 표고장이영농조합법인 대표.(사진제공=한농대)
최병국 표고장이영농조합법인 대표.(사진제공=한농대)

20년 전 30살에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한 최병국 표고장이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늦깍이 대학생으로 표고 농사를 배웠다. 당시 마땅한 교육 프로그램이 없어 한농대의 교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아내와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시작한 대학생활은 그에게 신세계였다. 

전문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는 배움터에서 버섯 균주 액체종균 관리 등 전문기술을 습득한 그는 고향에 돌아온 후 전공 심화과정까지 마쳤다. 2000년 표고버섯 재배사 5동으로 시작한 표고 농사는 현재 4,000여 평에서 작업동, 배양동, 저온저장고 등을 갖추며 전문적인 표고 전문법인으로 발돋움했다.

늦은 나이 배움에 목말라 했던 자신을 회상하며 지식을 공유한다는 게 그의 지론. 과거 품앗이로 노동력을 공유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식도 공유해야 발전한다는 생각은 표고장이영농조합법인이 최신 기술로 중무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 최근 한농대에서 개설한 표고버섯 관련 특강을 수강했다는 그는 농부도 공부해야 살아남는다는 신조로 삼고 있다.

그는 15년전 스마트팜을 적용하고 표고 버섯 재배의 소프트웨어를 견고하게 다져왔다. 한농대 재학시절 다양한 방식으로 익혀온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그는 ICT기술과 인력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을 연구해 접목하면서 버섯 재배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최 대표 농장은 종균 배양·버섯 재배까지 원스톱 시스템까지 갖췄다. 그는 첨단 기술 운용 능력은 젊은이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 

그는 "지식으로 무장한 농업이 미래 농업을 여는 열쇠"라면서 "지금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농장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선진 문물 벤치마킹"
공생·상생 농업에 방점
 

박상준 산북사과가공플랜트 대표.(사진제공=한농대)
박상준 산북사과가공플랜트 대표.(사진제공=한농대)

박상준 대표는 사과 농사꾼이다. 사과 주산지인 경북 문경에서 2.6ha 면적의 과수원을 운영 중이다. 대학시절 대규모 과수 재배 농가에서의 현장 실습 경험이 과수원 운영 실전에서도 톡톡한 도움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 

화학 비료와 작물보호제를 과하게 사용하는 농사방식은 버리고 나무의 수세와 땅의 건강함을 사과 재배의 철칙으로 여긴다. 박 대표의 철학은 해외와의 농업 기술 교류가 시발점이 됐다. 일본의 한 사과농장주의 말이 비수처럼 꽂힌 것이다. "한국의 사과는 비료와 작물보호제 사용 과하다." 

이후 일본과의 사과 재배 방식에 관심을 쏟게 됐고, 최대한 인위적인 작업은 배제한다. 가지 전정 시 굵은 사과 외형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잔가지가 많더라도 나무가 건강한 사과를 생산하는 식이다. 최대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스스로 나무가 자라고 건강한 사과가 자랄 수 있도록 측면에서 도움만 주는 게 농부의 역할이라는 박 대표. 

그는 직거래 열풍이 불었을 때도 가장 뛰어난 상품을 만들때 가능하다라는 신념을 잃지 않았다. 농산물 판매의 최대 홍보는 입소문이라는 생각으로 제품의 완성도를 더 높이고 있다.

그는 사과 가공제품에도 열을 올린다.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긴 가공식품이 원물 생산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자신이 생산한 사과만 가공하지 않는다. 주변 사과 농가뿐만 아니라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타지역 사과도 한데 모아 사과주스로 만들어 낸다. 사과 그대로의 맛을 살리기 위해 저온살균 방식을 채택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농업도 해외 선진 문물을 벤치마팅 할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혼자만의 농업이 아닌 농민들이 공생할 수 있는 농업을 만드는 게 미래 농업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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