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장인·핀셋관리···섬세함이 갈랐다” MSY 27두 비결
“기록장인·핀셋관리···섬세함이 갈랐다” MSY 27두 비결
  • 엄지은 기자
  • 승인 2021.05.10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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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양돈 달인을 만나다-우정규 명성농장 대표

매뉴얼도 손수 개발 양돈 관리 교과서 평가

사람중심·포용리더십 외국인도 엄마호칭

[농축유통신문 엄지은 기자] 

우정규 명성농장 대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유행성질병곡물가격 및 환율 상승 등으로 양돈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사양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생산성 향상을 일궈낸 농장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 도드람양돈협동조합 전산성적 우수조합원 최우수상을 수상한 명성농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이라는 든든한 파트너를 두고 있는 명성농장은 2020년 기준 MSY 27.6두라는 놀라운 성과를 내기도 했다. 모돈 300, 총 사육두수 4,500여 두를 사육하고 있는 명성농장은 대표 여성 양돈인 우정규 대표가 여성 농업인 특유의 꼼꼼함, 섬세함으로 탁월한 관리 능력을 발휘하며 농장을 이끌어 왔다. 특히, 우정규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명성농장만의 자체 프로그램은 MSY 27.6두를 달성의 1등 공신이기도 하다. 현재는 아들인 엄상현 대표가 합류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어 기대가 크다. 양돈농장 운영에 있어 무엇보다 사랑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우정규 대표는 키우는 돼지 한 마리 한 마리가 자식 같다고 설명한다. 이런 따뜻한 관심은 직원들에게도 예외 없다. 직원들과 잦은 스킨십을 이어온 그는 직원들의 엄마로 자리 잡았다. 어머니 같은 포용력, 섬세함 그리고 한번 결심한 것은 끝장을 봐야하는 강단으로 당당히 여성 양돈인 1인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명성농장의 우정규 대표를 만나보자.

 

<편집자 주>


여성농업인 수장부터 여성 양돈인 리더까지

 

우정규 대표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까지 역임한 남편 엄홍우 씨와 더불어 농업계의 유명 인사다.

우 대표는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을 역임해오며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는 리더쉽을 발휘해왔다.

대외활동으로 바쁜 두 부부를 대신해 매니저가 이끌어왔던 농장을 우정규 대표가 본격적으로 도맡은 것은 2009.

당시에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말렸다고 말하는 우 대표는 어린 시절 농장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어깨 넘어 봐왔던 경험을 떠올렸을 때 농장일이 적성과 잘 맞을 것이라고 판단, 과감히 양돈장 운영에 도전장을 던졌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농장을 기웃거릴 정도로 돼지가 참 좋았어요. 그때의 동물과의 잦은 교감이 농장을 운영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아버지와 닮아 양돈 산업을 이끌어 가는 것이 잘 맞았습니다.”

 

 

섬세함·꼼꼼함이 빛을 발하다

경북 영천에 위치한 명성농장의 전경.

명성농장의 뛰어난 성적은 우정규 대표의 섬세함, 꼼꼼함에서부터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양돈 산업에 발 들인 우 대표는 한 눈에 볼 수 있는 매뉴얼이 없는 농장에 자신이 직접 매뉴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한다.

우 대표는 농장을 책임지면서 사육단계 별로 상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돈사에 현황판을 부착하는 한편, 농장 직원들이 업무에 빠르고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기도 했다,

나아가 우 대표는 백신 접종 현황을 비롯해 사료의 종류와 양 등 개체별 사육 관리 상황을 기록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해냈다.

엑셀을 활용한 프로그램은 우 대표를 비롯한 전 직원이 알아보기 쉬울 만큼 한 눈에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체계적이다.

우 대표가 만든 프로그램은 경북대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논문상을 받은 바 있다. 그의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내 자식이 아프면 억장이 무너지잖아요. 돼지도 똑같아요. 농장에서 키우는 돼지들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눈물이 나옵니다. 저한테는 자식이나 다름없죠. 그래서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명성농장의 프로그램은 타 프로그램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습니다. 한 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거의 시초일 겁니다.”

우 대표의 섬세한 관리 능력과 진취적인 추진력은 파트너인 도드람양돈농협과 만나 더욱 큰 시너지효과를 냈다.

도드람양돈농협은 최고의 파트너라고 엄지를 치켜세운 우 대표는 도드람양돈농협이 후보돈 입식부터, 돈방 환경관리, 교배 등 다양한 부문에서 컨설팅을 진행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줬다특히 도드람만의 빠른 정보로 양돈장 경영에 있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며, 나아가 타 농장과의 비교를 통해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우수한 부분을 살려 농장을 잘 꾸려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명성농장은 양돈수의전문가인 정현규 박사의 자문을 구해 HACCP 인증도 획득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렇듯 우정규 대표는 도드람양돈농협의 서포트와 함께 양돈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세미나 자료, 책을 파고들며 사육 역량을 갖춰 나갔다.

지난 2019년에는 여성 최초로 한국양돈대상시상식에서 생산자 부문 대상을 수상한 것이 그 성과다.

우 대표는 그만의 양돈장 운영 노하우와 사양 관리 방법을 공유하고, 농업·농촌 환경 개선에 나서는 등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힘쓰기도 했다. 키우는 돼지들의 어머니에서 양돈산업계의 어머니, 나아가 지역 사회의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냄새 나는 양돈장직원 6명의 어머니가 되다

우정규 대표(왼쪽에서 4번째)와 엄상현 대표(맨 오른쪽), 명성농장 직원들 일동.

명성농장의 직원은 총 6명이다.

한국인 직원부터 외국인 직원까지 다양한 국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과 양돈장을 함께 일궈나가는 만큼 우정규 대표에게는 리더십이 가장 중요했다. 명성농장을 이끌어오기까지 사람 관리가 가장 힘들었다는 것이 우 대표의 전언.

우 대표는 강단 있는 성격, 꼼꼼함만으로는 각양각색의 직원들을 하나로 단합될 수 있게 하기에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다양한 원석같은 직원들을 보석으로 다듬고자 직원들의 2의 어머니를 자처했다. 따뜻한 리더쉽으로 친근하게 다가가 직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대표와 직원간의 결속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우 대표는 우리 농장에는 외국인 직원이 많습니다. 이 직원들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국 땅에서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래서 직원들을 더욱 가족같이 대했습니다. 정 붙이고 즐겁게 일해야 모두가 행복하잖아요. 나아가 대표와 직원의 관계가 원활해야 농장 경영도 잘 운영됩니다. 이렇게 농장을 운영하다 보니 어느새 직원들이 저를 엄마라고 부르더군요. 그 보다 더 행복하고 뿌듯한 말이 없습니다.”

 

멘티에서 멘토로, 이젠 후계양성에 집중합니다

아들 엄상현 대표(왼쪽)과 우정규 대표(오른쪽)

모두가 축산업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요즘. 우정규 대표는 성공적인 바통터치에 집중하고 있다.

주변의 승계가 제대로 안 돼서 팔려나가는 농장들과는 달리 명성농장은 2015년부터 아들인 엄상현 대표가 우정규 대표의 노하우를 하나하나 전수받으며 더욱 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 대표는 아들인 엄상현 대표와 함께 신축 돈사를 구축해 농장 시설을 재정비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편, 직원들의 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너무 유명한 부모님이기에 부담감도 적지 않다는 엄상현 대표는 어머니의 돼지 사양관리방식을 그대로 따라 가면서 내실을 쌓아가고 있다.

엄상현 대표는 축산업에 많은 현안이 있는 만큼 생산자의 입장에서 해결해나갈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가정 내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소비자 맞춤 돼지고기를 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남다른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우정규 대표는 이제는 후계 양성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돼지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아들을 믿고 가진 모든 것들을 알려주고 있는 만큼 후계자인 자식들이 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양돈 산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뒷받침하는 것이 부모로서 작은 소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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