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백신 도입 검토할 때”…농식품부 “신중해야”
“AI백신 도입 검토할 때”…농식품부 “신중해야”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1.05.11 0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상시 백신 체제 전환 필요 악순환 고리 끊어야”
전문가 “AI 백신접종 실시 살처분 최소화 산업 보호”
방역당국 “인체감염-도덕적 해이 등 우려 고려 안 해”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정부의 무차별적 살처분을 중심으로 하는 방역대책은 더 이상 현장에서 환영 받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방안인 AI 백신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고병원성 AI 방역대책 개선 토론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농가와 전문가, 지자체 관계자들은 백신 도입을 논의할 때라고 강하게 어필했다.

이홍재 회장이 발제하는 모습.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발제를 통해 “2∼3년 주기로 터지는 고병원성 AI와 그에 따른 방역정책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특히 이번에 발생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는 역학조사를 통해 발생원인과 연결고리를 찾는데 실패했고, 무차별적인 살처분 조치로 인해 차단은커녕 오히려 산업 붕괴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보다 실질적인 정책 전환을 이뤄야 할 때”라고 강조하며, “AI 백신 도입 논의는 성역이 아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반드시 백신 도입이 필요하고, 농가들은 상시 백신 체계로 가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속히 정부는 마음을 열고 열린 논의의 장으로 나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가금 전문가들도 정부가 현실과 맞지 않는 보상체계와 오래된 개념의 방역대에서 벗어나 방역대책 수정에 나서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송창선 건국대 교수는 토론을 통해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고병원성 AI가 8번 발생했다. 한번 올 때마다 사라지는데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를 계산하면 지난 18년 동안 16년은 AI가 발생했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거리두기, 살처분 정책 등만으로 AI를 막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 정책만을 고수하는 게 맞는지 생각해 봐야 할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백신 도입에 대한 생각을 할 때다. 백신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무작정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백신을 쓰면 오히려 바이러스를 차단하고 교차감염을 막을 수 있으며, 변이속도도 늦출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백신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종웅 한국가금수의사회장도 토론에서 “오히려 산란계에서 백신 없이 발병해 500m든 3km든 방역을 잘 하고 있는 주변 농가가 같이 묻히는 것 보다는 바이러스에 취약한 산란계나 종계라도 백신을 해서 다른 축종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소개하며, “산란계와 종계만이라도 백신을 실시할 경우 발생이 줄어들어 전체적인 피해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런 방안이 오히려 공생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자체도 근본적인 방안이 없으면 매년 반복적인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다각적인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종훈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장은 토론을 통해 “대규모 살처분에 따른 지자체의 매몰비 등 방역 비용 부담 가중과 방역 담당 관계자의 피로도 증가 및 사기 저하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반복발생지역 등 고위험 지역의 산란계 및 종계에 대해 정기적인 AI 백신접종을 실시해 살처분 최소화로 관련 산업 보호와 사회·경제적 부담 경감에 나서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토론회 전경.
토론회 전경.

하지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백신을 사용하면 청정국 지위를 잃어 가금산물 수출이 불가능해지고, 바이러스가 상재화로 변이도 빨라져 인체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우려 등이 있기 때문에 백신 도입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홍기성 농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장은 “백신을 접종해도 바이러스 노출을 완전히 근절할 수 없고, 특히 방역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채 순환감염이 유발될 수 있어 인체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문제”라며 “무엇보다 농가들이 백신이 도입되면 차단방역에 소홀해질 수 있고, 백신을 사용하면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신고를 하지 않고 백신에만 의존하는 형태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2017년 정부는 민관합동 TF를 통해 상시 백신접종은 필요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린 바가 있기 때문에 국내 AI 양상이나 백신개발현황을 고려하면 기존의 이동제한과 살처분 정책을 보완 유지하는 게 맞다”면서 “앞으로 논의를 걸쳐 살처분 정책의 피해는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도록 할 것이며, 하지만 백신접종은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또 다시 나타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재홍 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장은 “살처분 정책으로 산업피해가 너무 컸던 것 사실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백신접종에 대한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여기에 백신접종 타당성 검토뿐만 아니라 살처분 방역정책의 개선방안을 투트랙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