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시대 훌쩍 넘는 농업의 ‘제3인류’(3)]"검은 분뇨가 투명한 물로 변신"···첨단을 모았다 한돈혁신센터
[FTA 시대 훌쩍 넘는 농업의 ‘제3인류’(3)]"검은 분뇨가 투명한 물로 변신"···첨단을 모았다 한돈혁신센터
  • 박현욱·엄지은 기자
  • 승인 2021.05.14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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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환기·분뇨처리 시설 완비친환경 양돈장 롤 모델 구현

전문 인력 양성부터 각종 실험·연구 공간으로 혁신의 장 마련

한돈혁신센터 전경

 


[농축유통신문 엄지은 기자] 

돼지 분뇨는 한돈산업의 골칫거리 중 하나다. 악취로 인해 지역 주민의 민원이 끊이질 않는 데다 환경을 망치는 오염원으로 지목돼서다. 많은 축산 농장들이 수십 년간 분뇨와 지난한 싸움을 하는 이유다. 축산 악취는 축산업 평판에도 영향을 미친다. 혐오시설로 둔갑해 지역 주민과 갈등을 촉발하기도 하고 돼지고기 소비에 악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악취 저감은 한돈업계의 오랜 숙제다. 한돈 농가들이 중지를 모아 건립한 한돈혁신센터는 한돈 산업의 숙제를 해결해 줄 테스트베드다. 이곳에서는 악취 저감은 물론 일반 축사와의 비교를 위한 데이터가 모여 빅데이터를 만든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은 한돈 산업 사육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디테일을 완성해 나간다. 악취와 관련해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없는 점도 혁신센터라는 이름에 걸맞다. 악취가 쏙 빠진 양돈장은 혐오시설이 아닌 지역의 랜드마크로 격상시키는 좋은 도구다. 이곳은 각종 질병을 컨트롤하는 모범사례로도 주목받는다. 정부의 8대 방역시설은 물론 외부 위협요소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인프라는 센터의 양돈장 운영 소프웨어와 결합돼 ASF 등과 같은 재난도 거뜬히 피해 갈 수 있도록 만든다. 본지는 한돈혁신센터를 FTA시대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3인류'로 선정했다. 국내 한돈 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글로벌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한돈혁신센터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편집자 주>


 

냄새 친환경 양돈장···악취 민원 '제로'

분뇨 발효액 순환시스템 악취 94% 저감

한돈혁신센터 모니터링 시스템.

한돈혁신센터에 들어서면 각종 모니터가 즐비하다. 모니터에는 혁신센터 곳곳에 설치된 CCTV와 연결돼 센터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모니터링된다. 교육 연구동, 비육사, 자돈사, 번식사, 퇴비사로 구획이 나눠진 이곳에는 보이지 않는 센서들이 숨어 있다.

각 센서는 냄새를 탐지하는 탐지견과 같은 역할을 한다. 양돈장 곳곳의 냄새를 찾아 중앙 센서로 전송하고 해당 데이터는 중앙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구현돼 냄새의 자취를 쫓는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분뇨는 첨단 기기들을 돌고 돌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투명한 물로 바뀐다. 침사조, 폭기조, 순환조, 방류조를 거치면서 오염 수치를 대폭 낮추는 원리다. 일반적으로 양돈분뇨 처리는 고액 분리와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쳐 액비화하지만 혁신센터에서는 미생물 발효액을 슬러리피트 내부로 순환시키는 가축분뇨 발효액 순환시스템이 가동된다. 하루에 1,200톤의 저농도 발효액을 순환시켜 약 17톤의 분뇨를 처리할 수 있다. 악취는 이 발효액에 녹아 혁신센터의 T-N 농도는 법적 기준인 리터당 120mg에서 한참 밑도는 17.29mg 수준으로 떨어져 배출된다. 이 기술은 기존 슬러지 피트 돈사 대비 94% 이상의 악취 저감 효과가 있다는 게 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상규 기술이사가 분뇨 처리 후 배출되는 오수를 직접 컵에 담아 설명하고 있다.

한돈혁신센터의 분뇨처리시설을 담당한 박상규 ()순정에너지환경의 기술이사는 별도의 미생물 투입 없이도 순환수가 안정화되다 보니 배출되는 원수에서도 슬러지와 냄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공기 중의 악취는 압력차를 이용해 잡는다. 센터 내 탈취탑 중앙집중식 배기시스템은 공기에 일정한 압력을 가해 각 돈방에서 나온 배기를 모아 중앙에서 한꺼번에 공기를 당겨내는 방식을 활용했다. 외부로 나온 공기에 압력을 낮춰 하부 노즐에서 물을 분사, 먼지 등과 같은 오염입자들을 걸러낸 뒤, 상층부에서 다시 5단 바이오필터를 통과해 워싱이 이뤄지는 식이다.

혁신센터 관계자는 이곳의 악취저감 시스템은 기존 돈사와는 달리 축사 근처에 가도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주변에서도 양돈장 존재 유무를 의심할 정도로 큰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돈혁신센터 액비 재순환 및 냄새 발생 모니터링 시스템. 각 구역마다 미생물 발효 공정과 냄새 현황도 실시간으로 구현한다.

ICT 장비로 질병 대응 롤 모델 구축

일반 돈사와 비교 실험 최적 효율 찾는다

혁신센터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질병 대응 시스템도 만든다. 양돈농가들이 현장에서 겪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취지다. 현재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함께하는 구제역대응(SDF) 융합연구단이 ICT를 적용한 구제역과 ASF 등 가축전염병 대응 방안을 개발 중이다.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장을 다녀간 차량과 사람, 농가를 분류해 각각의 영역에서 효과적인 방역을 찾아내는 궁극적인 대응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각종 소모성 질병에도 조기에 대응하는 시스템도 연구 중이다. 국내 양돈장에서 ICT 장비는 보편화돼있지 않은 만큼 한돈혁신센터에서의 시범을 통해 영상, 음성, 열감지 센서와 CO2와 암모니아 측정기 등 데이터 수집에 가장 필수적인 장비와 불필요한 장비 유무를 선발해 농가들의 장비 선택에도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일반 돈사와의 비교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센터에서는 군사 급이시스템(ESF), 포유모돈 자동 급이기, 사료효율측정기를 농장에 적용해 일반 돈사와의 사료효율성을 비교하는 식이다.

이병규 한돈혁신센터 원장은 한돈혁신센터는 20211월부터 정식적으로 출하를 시작해 아직 4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1년 정도 운영 해오며 생산성적과 ICT 시설과의 관계를 분석해 농가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성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양돈 전문가 양성 한돈 교육기관 잰걸음

양돈업 진입장벽 낮추는 역할 할 것

 

한돈혁신센터는 한돈 전문 교육기관으로의 준비 작업도 진행 중이다. 양돈 전문가 양성 등 국내 양돈 현장에 필요한 각종 교육도 담당하며 양돈인 대상 선진 사육 기술에 대한 이론 및 실습 교육, 새로운 양돈 관련 장비와 시스템 운용 교육, 청년 양돈인 등이 돼지 사육에 대한 기본을 익힐 수 있는 교육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사육동에서는 한국농수산대학교 학생 2명이 실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ASF로 인해 소비자 견학·체험 활동이나 농가를 대상으로 한 단체교육은 이뤄지고 있지 않지만 다양한 양돈인 교육·연수 프로그램과 지역 관광을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일정부분 기여한다는 방침도 있어 주위의 기대가 높다.

이병규 원장은 모두가 꿈꾸는 혁신센터는 아직 미완성이다. 그러나 완성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바람직한 한돈혁신센터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돼지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 모두 양돈농장을 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한돈혁신센터가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축유통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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