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농사 생활" 공간을 뒤집고 농업에 디자인을 입히다
"힙한 농사 생활" 공간을 뒤집고 농업에 디자인을 입히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6.13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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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 초록 도시 힐링 공간으로 재탄생
폐자재 활용한 인테리어···기후변화도 고민
도·농, 농업이 주는 메시지 함께 고민할 때


최정심 교수는... 제10회 도시농업박람회 총감독을 맡았다. 계원예술대학교 전시디자인학과에서 학생들과 배움을 나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을 역임했다. 도시농업포럼 공동대표, 창조도시특별위원회 위원이다. 1998년 IMF 당시 학교 유휴 공간을 활용해 도시농업을 시작했다. 산업디자인 분야와 농사 텃밭을 접목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우리가 사는 공간에 농업을 이식하는 작업에 기후 위기 환경문제 등 철학적 고찰을 더해 솔루션을 도출해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직접 제작한 도시농부를 위한 다이어리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시민들이 도시농업 박람회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시민들이 도시농업 박람회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서울 강서구 안양천 인근에 자전거를 탄 시민들이 자전거를 멈춰 세운다. 토양, 퇴비, 절기, 적정기술 등 흥미를 끄는 단어들이 이들을 불러 세운다.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도시농업 박람회장으로 들어서면 폐자재와 초록 식물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자전거 헬멧을 화분 삼아 토마토를 키워 공간을 활용하기도 하고 버려진 팔레트에 농작업 기구를 걸어 둔다. 폐드럼통은 텃밭 식물과 조화를 이뤄 시각적 흥미를 유발하는 훌륭한 도구로 변신한다. 단순히 도시농업을 알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아파트 테라스를 꾸민듯한 정원은 시민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빗물을 활용한 텃밭은 농업의 지속 가능성에 해법을 제시한다.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강서구 안양천변 자연학습장에 펼쳐진 제10회 도시농업박람회에서 박람회의 총감독을 맡은 최정심 계원디자인예술대학교 교수를 만났다. <편집자 주>
 

"이번 박람회의 콘셉트는 도시농업과 힐링입니다. 막연히 쉰다고 힐링이 되지는 않죠. 인간 내면의 편안함은 주위 환경과 조건이 적절히 조화됐을 때 이뤄지고, 자신의 삶과 밀착된다면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죠. 도시에서는 항상 쓰레기가 발생하고 누구나 베란다 작은 공간에 텃밭을 조성할 수 있지만 이 둘을 결합하면 어떨까요. 농업과 재활용품을 융합하는 거죠."

박람회에 전시된 새활용공방 부스에는 플라스틱, 유리, 캔 등 버려지는 생활 쓰레기가 농사에 활용 가능한 도구로 새롭게 태어났다. 농작업 도구를 수납하는 가방이나 소형 정리장, 걸이 선반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쓰레기 재활용은 토양의 건강함을 담보하고 쓰레기 배출 시 발생하는 비용까지 아낄 수 있다. 텃밭 가꾸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품을 도구로 자신의 텃밭을 디자인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힐링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에 공헌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곳의 모든 것들이 재활용품으로 디자인됐어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거창한 구호나 파급력 있는 실천이 필요한 게 아니잖아요. 도시에서 농업을 해보자는 단순한 발상이 기후 위기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만의 공간을 디자인해보는 작은 작업으로 연결되는 것이죠. 도시농부들은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어찌 보면 최전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옛날 조상들은 물 부족을 빗물을 모아 해결했다. 짚을 꼬아 큰 나무에 매달아 흘러내리는 빗물을 항아리에 모은 것이다. 근대화 이후 양철 집수관을 처마에 달아 사용하는 기지를 발휘했지만 더 이상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문화는 희미해져가고 있다. 최 교수는 조상들의 지혜를 빌려 빗물을 활용하는 방식을 현대적으로 구현했다. 

"빗물은 오염된 물이라는 편견이 있어요. 농사에 활용할 수 있고 심지어 정수과정을 거쳐 맥주로도 만들 수 있어요. 도시농부 하늘물이 팀이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했죠. 최소한의 물을 사용해 텃밭은 가꾸는 기술은 적정기술 전문 기업 박기홍 하늘나무 대표님과 협업했습니다."
 

공간 활용도 도시농업의 테마다.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에서의 공간은 늘 부족함을 느낀다. 공간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좁다. 최 교수는 방울토마토를 샹들리에에 빗댔다. 평소 사용하는 선반도 농작물을 디스플레이하는 훌륭한 도구다. 쓰레기로 배출되는 폐자재를 가구로 활용하는 방법도 환경친화적인 도시농부만의 인테리어 방식이다.

"천정 샹들리에를 방울토마토로 대체하면 어떨까요. 쓰다 버린 자전거 헬멧은 화분이 될 수 있고요.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가구는 자신이 키우는 식물의 디스플레이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요. 폐팔레트를 잘 활용하면 멋진 소파도 될 수 있죠.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도시농부들이 집단 지성을 발휘해 농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교수는 도시농부를 위한 다이어리를 내놨다. 사계절과 15일 단위로 편성된 절기 변화에 따라 농사일을 정리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 특징. 조선시대 농사일과 풍속, 예의범절까지 담은 농가월령가 내용도 담아 인문학적 내실까지 기했다. 

"도시농부 다이어리는 텃밭 디자인과 농사 워크북 개념이 융합된 책이라고 보면 됩니다. 농부 생활 가이드라고 보면 되는데 여기에는 농부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담기겠죠. 이 기록들은 도시농업의 아카이브가 돼 미래 농업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존 농업계에 대한 메시지도 내놨다. 당연하고 편리하게 생각했던 기존의 관점은 해체하고 도시와 농촌이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한 테이블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에서도 폐비닐 등 쓰레기 배출이 많이 되잖아요. 환경을 생각하는 농업이 조금씩 부상하고 있듯, 환경을 생각하는 농업으로의 체질 개선일 필요한 시점이죠. 이런 트렌드는 비단 도시농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도시농부와 농촌농부가 고민을 공유하면 농업이 주는 메시지를 전 국민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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