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유도 간 줄기세포 개발
[기고]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유도 간 줄기세포 개발
  • 농축유통신문
  • 승인 2021.06.1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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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동물바이오공학과 농업연구관 이풍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
농업연구관 이풍연

우리 몸의 중요한 기관인 간(), 간의 한자를 보면 구성이 흥미롭다. 몸 육()과 방패 간()으로 이뤄져 몸의 방패라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간은 주요 단백질 합성과 양분 저장과 같은 물질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글자의 구성처럼 신체에 들어온 독성을 분해해 몸을 지키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새로운 약품이나 식품을 개발하는 데에도 간이 주요하게 관여한다.

예를 들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물이 질병에는 효과가 있더라도 부작용으로 간 손상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안전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약의 체외 시험 모델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실험동물이 주로 사용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9년도 동물실험 보호·복지 관련 실태조사 결과(2020)’에 따르면, 동물실험에 사용된 실험동물 수는 3712,380마리다. 최근 몇 년 사이 동물복지의 차원에서 동물실험을 줄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어 2010년부터 연 4~22.6% 정도로 늘어나던 증가추세가 처음으로 멈추긴 했다. 그러나 품질관리를 위한 동물실험비율은 201848.6% 201965.8%로 크게 늘어나는 등 특정 분야의 실험동물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동물실험의 대안으로 체외에서 배양된 세포주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으나, 이 경우에는 약물 개발자가 간에서 작용 여부를 시험할 수 있는 적절한 체외 신약 검정용 간세포주가 제한적이라는 어려움이 있다. 간세포는 현재까지 외부에서 기능이 보존된 상태로 증식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증식이 되더라도 일주일내에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기능을 상실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현재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암세포 유래의 간 세포주를 사용하는데 이를 이용하면 완벽한 간 기능의 모사가 어려워, 독성 연구 수행에 적절한 모델은 사실상 부재한 실정이다.

간 기능의 독성 연구 수행과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간 기능의 차이가 성별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사람에서는 간 크기가 여자보다 남자가 더 크고 기능 대사도 다른 데다 약물에 대한 분해 능력도 다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약물분해 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효소(CYP3A4)는 여자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은 성별에 따른 차이가 약물 개발 과정에서 반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 성별에 약물이 과하게 투여될 가능성이 발생한다. 약물은 전통적으로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동물실험 모델도 수컷 위주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 국립축산과학원은 성별이 간 기능 관련 약물분해 효소 생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생쥐 모델을 통해 규명하고, 체외 약물 독성 평가는 양쪽 성 모두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증식 가능한 남성과 여성의 유도 간 줄기세포를 각각 개발하고 약물 분해 능력과 관련된 유전자의 성별에 따른 차이를 검증함으로써 성별 맞춤형 의약품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가축에서도 약물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사료섭취를 통해 중금속이나 농약 등의 독성물질이 체내에 축적 될 위험성이 있으나 적절한 평가를 위한 시험법이 제한적이다. 실험동물인 생쥐와 달리 중대형 동물인 소와 돼지의 경우 정확한 독성 물질에 대한 정밀 분석에 한계가 있어 대체할 수 있는 적절한 대체 시험법의 개발이 현실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독성평가는 사람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독성물질이 가축에 축적되면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그 산물이 결국 사람에게 오기 때문이다

식품 안전과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오늘날 이러한 시험법의 개발은 경제성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관련 분야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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