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 산업 붕괴에도 방관자로 전락한 ‘농식품부’
가금 산업 붕괴에도 방관자로 전락한 ‘농식품부’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1.07.2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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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농축산물 수급 당위성’ 적극 소명 관철해야
해수부와 다른 행태 비판…공정위에 적극 철회 요구 
농해수위 “책임 있는 자세로 관련 문제 적극 해결해야”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농업계의 수급조절 관행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가금육생산자단체와 계열화사업자에 대한 막대한 과징금 부과와 관계자들을 형사고발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공정위의 무차별적 조사에 대해 법리적·정책적 대응을 다해야 하는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현 사태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농축산물 수급조절은 농식품부가 헌법에 규정돼 있는 농산물특성(수요와 공급의 비탄력성 등)과 정부의 농산물 시장개입을 근거로 축산물수급안정을 위한 정책을 펴왔다.

여기에 축산법, 농식품부 장관 훈령(축산물수급조절협의회 운영규정),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생산자단체와 계열화사업자에게 수급조절정책 이행을 사실상 승인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농가 소득지지를 위해 선제적으로 당당하게 농축산물 수급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관철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가금육에서 다른 축종은 물론 모든 농산물까지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를 무차별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농식품부는 생산자의 자율적 수급조절이라는 명분 뒤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가금 산업의 특수성과 농정부처의 수급조절정책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잣대만으로 조사를 진행해 온 공정위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으나, 결국 천문학적인 과징금 부과 결정의 수순만 남겨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하며, “농식품부는 공정위의 무차별적 조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처의견 제시 및 협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공정위와 농식품부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결자해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금 업계 관계자도 “농식품부가 지금까지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 축산자조금법 등에 근거한 지시나 승인에 의한 수급조절 행위에 대해 정부 차원의 방어 전략을 적극 실행해야 한다”면서 “특히 가금육 가격안정을 이끌어내는 등 소비자·생산자 보호 및 산업기반 안정화를 위한 고육지책인 점을 주장하고 최대한 선처를 요청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련 업계는 물론 재정과 인적구조가 취약한 농업인 단체까지 처벌하는 것은 가금육 산업을 말살하려는 의도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해수부처럼 관련 업계 입장을 적극 대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해운업계도 공정위에 수천억 원 규모의 과징금 철퇴를 받을 것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주무 부처인 해수부는 공정위에 해운업의 특수성과 업계 입장을 적극 대변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식품부도 해수부처럼 적극적인 입장을 공정위에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공정위는 국내외 23개 해운선사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총 122차례의 운임 관련 합의를 한 것을 부당 공동행위로 판단, 과징금 8,000억 원을 부과하겠다는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바 있으며, 이에 해수부는 해운산업의 특수성, 과징금 부과 시의 문제점 등을 공정위에 수차례 설명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 이개호 농해수위 위원장은 최근 회의에서 “공정위가 농업의 특수성과 기능, 농어업 관련 법률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농식품부는 농축산물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아서 과징금이 부과되는 일이 없도록 보다 면밀하게 살펴 달라”고 전했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농식품부가 농산물 수급조절의 당위성과 가금류 단체의 수급조절이 일반 담합 사건과는 다른 사안임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농식품부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진 가금단체 수급조절 행위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가지고 관련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상근 회장(사진 오른쪽)이 한병도 의원(사진 왼쪽)을 만나 공정위 관련 부당함에 대해 호소했다.
김상근 회장(사진 오른쪽)이 한병도 의원(사진 왼쪽)을 만나 공정위 관련 부당함에 대해 호소했다.

아울러 김상근 한국육계협회장은 최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찾아 가금육산업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공동행위 조사와 관련 공정위 처분 및 농식품부 대응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가금업계의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김상근 회장은 “그동안의 수급조절행위가 가금육 가격안정을 이끌어 내는 등 산업기반 안정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다”면서 “향후 농산물의 특수성과 농업인·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을 감안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수급조절의 근거를 명시,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현행 축산법의 축산물수급조절협의회의 설치 및 기능에 관한 규정은 정부의 자문에 응하는 기구의 설치 규정에 불과하다”며 “특히 축산계열화법의 규정은 가금육 사육기간(1~2개월) 등을 감안할 때 협의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규정이기 때문에 농산물 수급조절의 당위성에 대한 연구용역, 공청회 등 공론화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금단체들은 오는 26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정문 앞에서 공정위 과징금 철회 및 농식품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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