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랭지 배추 농사 정말 힘들다
올해 고랭지 배추 농사 정말 힘들다
  • 김수용 기자
  • 승인 2021.08.20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김성규 한국농업유통법인강원연합회장

  • 남는 게 없어결국 산지유통인 소멸 될 것
  • 저온저장고 지원으로 민간차원 수급조절 필요

[농축유통신문 김수용 기자] 

△지난 17일 강원도 강릉시 안반데기 배추밭 현장 모습.
△지난 17일 강원도 강릉시 안반데기 배추밭 현장 모습.

고랭지 배추 출하의 시작을 알리는 강원도 태백시에 위치한 매봉산자락 배추밭은 지난 18일 전체 물량의 약 70%가 출하가 완료됐다. 나머지도 일주일 안에 출하가 마무리 되고 8월 넷째주부터 안반데기 물량도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된다.

현재 고랭지 채소밭은 현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출하작업이 진행 중이다. 매봉산 배추 밭에는 곳곳에 버려진 배추가 평년보다 다소 많은데 7월 말과 8월 더위로 꿀통이 발생하거나 최근 궂은 날씨로 습도가 높아 바이러스성 질병이 돌고 있어 출하량의 약 30%는 폐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매봉산의 바이러스성 질병은 낮은 기온으로 일 년에 배추 농사 한번만 짓기 때문에 연작피해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성규 한국농업유통법인강원연합회장은 “매봉산이나 안반데기 등은 매년 배추만 심기 때문에 연작피해가 이어지고 있고 특히 농약의 내성까지 생기면서 최근 몇 년 들어 질병 발생과 면적도 늘고 있는 상황이지만 배추 말고 특별하게 심을 수 있는 대체 작물이 없는 것은 더욱 문제”라고 꼬집어 말했다.

여기에 인력난은 농가들의 경영을 더욱 힘들게 한다.

보통 고랭지 밭의 작업은 가파른 지형 때문에 농기계 작업도 힘들다. 오죽하면 도시에서 이미 폐기되거나 없어진 오래된 4륜 트럭들을 고랭지에서는 손쉽게 볼 수 있다. 가파르고 좁은 지형을 잘 다닐 수 있는 차량을 구하기 어려워 오래된 트럭을 고쳐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고랭지는 대부분의 농사를 손으로 짓는다. 그만큼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 몇 년 사이에 힘든 노동이 동반되는 고랭지 농사를 하는 젊은 우리나라 사람을 찾기란 힘들다. 요즈음 현장에서는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인력의 수급도 녹록지 않다. 그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건비는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약 2배가 올랐고 지난해보다도 약 60%가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성규 한국농업유통법인강원연합회장

김성규 회장은 “외국인 노동자를 필요할 때 바로 고용할 수 있으면 그나마 행복하겠다”면서 “요즘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맛을 맞춰주지 않으면 바로 철수하기 때문에 돈은 돈대로 들고 인심까지 맞춰줘야 하는 상황이라서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고랭지배추를 재배하면서 이러한 문제점도 있지만 항상 가장 큰 골칫거리는 기상여건이다.

노지채소를 짓는 농민들은 ‘하늘과 동업을 잘 하지 않으면 농사를 망치기 일쑤’라는 말을 종종한다. 기상여건에 따라 배추 농사의 흥망성쇠가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올해까지는 기상여건이 좋아 배추가 평년만큼 잘 자라줬다. 매봉산과 대관령을 시작으로 출하된 고랭지 배추는 20일 경부터 안반데기 등이 출하되면서 본격적으로 출하물량이 늘어난다.

이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배추 속보를 통해 올해 고랭지배추는 출하량이 전년과 평년보다 늘어나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8월 중하순 출하량은 전년 및 평년 대비 각각 15%, 9%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행히도 10월부터 출하되는 준 고랭지 2기작의 재배면적이 평년보다 7% 감소해 수급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랭지 현장에서는 매봉산 일 때 배추에서 질병이 있지만 안반데기는 아직까지 양호해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되면 물량도 늘어갈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강릉 바닷가 지역의 여름 배추 물량이 궂은 날씨로 인해 일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8월 셋째주 들어 고랭지에 잦은 비와 짙은 안개로 배추의 습도관리가 힘든 상황이다.

김 회장은 “여름배추가 재배면적이 공급량을 넘어서는데다가 작황까지 좋다는 의견이 많아 산지 폐기 등의 수급조절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최근 들어 궂은 날씨로 인부 배추가 자연적으로 폐기돼 수급상황을 조금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강원도에 부족한 저온저장시설 건설을 정부가 적극 지원을 해줄 것을 건의했다.

김성규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에 매년 저온저장시설 지원사업에 서류를 넣어보지만 할 때마다 탈락하고 지역농협이 다 가져가고 있다”면서 “민간에게 저온저장고를 지어주면 민간차원의 수급조절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