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풍년 ‘적색경보’] “풍년 같은 소리하고 있네”…곡창지대 병해충과 사투(死鬪)
[긴급진단-풍년 ‘적색경보’] “풍년 같은 소리하고 있네”…곡창지대 병해충과 사투(死鬪)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1.09.17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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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충남지역 목도열병·흑수 등 피해 심각…벼 생육 악영향 미쳐
올해 흉년 가능성 높아, 정부 정확한 피해상황 집계 대책 마련해야
계속되는 ‘기후위기 대응’ 쌀 감산 등 정부정책 ‘전면 재검토’ 필요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벼 재배면적 증가와 작황이 좋아 쌀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대 곡창지대인 전라도와 충남도 지역을 중심으로 목도열병, 흑수피해 등 병해충 피해가 커지면서 상황이 급반전하는 모습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정부 기관들의 예측 상황을 보면 올해 같은 기상여건이 지난해보다 좋아 벼 생육 상태가 양호한 상황이기 때문에 재배면적 증가와 기상상황이 긍정적이어서 쌀 생산량(풍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올해는 현재까지 평년 대비 기온은 비슷하고, 일조량은 많은 등 기상여건이 좋았고, 이로 인해 벼 생육은 양호해 평년 대비 포기당 이삭수, 이삭당 총영화수 모두 증가하고 있다고 예측했다.

여기에 7월 집중호우로 인해 전남과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침관수, 8월 태풍 ‘오마이스’로 인해 강풍 영향이 일부 있었으나, 벼 생육에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이를 토대로 올해 쌀 생산량(380만 톤 이상)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됐으며, 수급이 늘면서 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쌀 20kg의 평균 도매가격은 5만 7,000원으로 한 달 전보다 2,000원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정부 기관들의 예측 상황이 현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

전북 지역 논이 빨갛게 변해가고 있는 모습.

하지만 강풍과 가을장마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최대 곡창지대인 전라도와 충남지역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어 올해도 풍년이 아닌 흉년이 될 수 있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전북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계속되는 가을 장맛비와 덥고 습한 환경으로 인해 목도열병과 깨시무늬병 등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다. 논에 나가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태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특히 논에 나가면 빨간 빛으로 물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찢어진다. 이대로 병해충 피해가 계속된다면 올해도 수량 감소로 이어져 흉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같은 지역 농민도 “전북지역은 김제를 중심으로 부안 등지에서 병해충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며, 더욱 심각한 것은 전북지역 주 품종인 신동진에서 목도열병 등 피해가 커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피해상황이 심각하지만 지자체에서는 빠르게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제 대책과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북지역의 경우 신동진 품종으로 벼 재배를 하는 농가가 70% 이상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신동진 품종이 공공비축미 수매 대상이기 때문에 올해도 병해충 피해로 쌀 생산량에 지장이 있을 경우 농가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남지역도 작황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은 분위기다. 전남지역도 나주, 강진 등 지역에서 목도열병, 세균벼알마름병 등이 발생하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전남에서 쌀을 생산하는 한 농민은 “올해도 어김없이 벼알이 성숙하는 7월 말부터 9월에 많은 비가 오고 일조량이 부족해 병해가 발생되고 있다”면서 “병해충으로 인해 이삭이 잘 여물지 못해 올해도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풍요로워야 할 추석이 그렇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하소연을 했다.

서산 지역 논에서 자란 벼알이 까맣게 변해 있는 모습.
서산 지역 논에서 자란 벼알이 까맣게 변해 있는 모습.

이와 함께 충남지역도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풍으로 인한 흑수피해가 서해안 지역 농지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지역은 지난달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태풍 ‘오마이스’ 여파 등으로 강풍이 불어 벼알이 상처를 입어 까맣게 변하는 흑수 피해 현상이 심각하다.

흑수 피해는 등숙률에 영향을 미쳐 수확량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충남 홍성과 서산, 태안, 보령 등 대규모 농지에서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충남 서산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지난달 태풍의 영향 등으로 갑자기 농지에 돌풍이 불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들녘에 나가서 봐도 50% 이상이 흑수 피해를 입은 것을 육안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같은 지역의 또 다른 농민도 “소용돌이와 같은 강한 돌풍이 갑작스럽게 불면서 농지의 벼들을 덮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비까지 계속 내리고 있어 피해가 더 커지고 있으며, 수확량이 급격히 떨어질까 염려된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벼알이 제대로 아무르지 않고 쭉정이가 생겨 쌀 생산량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또 태풍까지 올라오고 있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장의 이야기처럼 문제는 태풍이다. 당장 14호 태풍 찬투가 제주도를 비롯해 남해안 지역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병해충 피해 지역에 추가적인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이상기후 현상으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우려되고, 추가적으로 1∼2개의 태풍이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이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 면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경우 현장 전문가 등과 함께, 올해 벼 생육 및 기상 영향, 수급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해 10월 15일 전에 쌀 수급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이에 농업계 관계자는 “전북지역의 경우만 봐도 주력 품종인 신동진 피해가 컸다. 이미 몇 해 전부터 현장의 농민들은 신동진을 대신할 품종개발과 보급을 요청했지만 정부 당국에서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기후위기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대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기후위기에 적합한 품종이나 재배기술 개발 등에 신경을 써야 하고, 예측자료에 따른 낙관론적인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작년에도 날씨의 영향으로 각종 병해충이 많이 발생해 생산량에 악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예상을 빗나가 작년과 같은 안 좋은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서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특히 앞으로도 집중호우, 태풍 등이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쌀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해진 만큼 정부가 적절한 대비책과 쌀 감산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벼 피해상황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가안정(쌀 가격 하락세 유지)을 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최대 곡창지대인 전라-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병해충 피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올해도 풍년이 아닌 흉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 당국이 정확한 피해상황과 수급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시급히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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