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어찌 하오리까?
바나나 어찌 하오리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6.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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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계통 하나로마트 수입농산물 취급 ‘뜨거운 감자’

농협경제연구소가 주최한 판매농협구현 심포지엄에서 ‘바나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농협 계통 판매장에서 바나나를 판매해야 한다는 입장과 수입농산물이기 때문에 판매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 농업계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토론회에서 농협유통조직 내의 수입농축산물 취급 허용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김청룡 농협중앙회 도매사업단장이 일반 소비자 대상의 농축산물의 경우 100% 국내산 판매를 해야 하지만 더 큰 시장인 외식업계를 대상으로 한 식자재 시장에서는 수입농산물의 취급이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여기에 청중토론자로 나선 서울 관악농협 하나로마트 담당자가 “국내 농산물과 경합관계에 있지 않은 바나나의 취급을 허용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해 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좌장이었던 박종수 충남대 교수가 별도의 토론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회원농협 하나로마트 관계자들은 국내 농산물과 경합이나 대체가 가능한 오렌지, 포도 등의 취급이 아닌 바나나 한 품목이라도 취급하게 해 소비자들이 바나나 때문에 경쟁관계에 있는 일반 마트로 발걸음을 옮기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한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해 오고 있다.
김청룡 도매사업단장이 제기한 식자재 부분의 수입농산물 취급도 현재 국내산 농산물의 경우 일부 축산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에서 수입농산물의 경쟁력이 월등히 높은게 현실이라며 쌀의 경우 의무수입으로 들어온 미국과 중국쌀이 시장을 계속 늘려가고 있고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마늘·고춧가루·배추김치 등의 품목의 경우 농협은 거의 발조차 디딜 수 없는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복수의 연구기관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외식시장에서 중국 등 수입 농축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은 상황으로 가격 품질면에서 국내산을 앞지르거나 비슷하다는 입장을 내세우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농촌 경제연구 원이 지난해 소비자조사(2011년 9~10월)를 통해 국내 가계소비자들은 중국산 농산물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고 과거와 비교해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와는 다르게 중국산 농산물을 많이 사용하는 식당경영주는 중국산 농산물의 안전성과 품질, 가격수준에 대해 가계소비자보다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고 품질의 경우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할 때 국내산과 수입산 모두를 취급하며 수요자의 니드를 맞춰주고 있는 일반식자재 유통업체와 달리 국내산만을 취급하는 농협계통의 유통조직의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달리 농협 계통의 서울우유협동조합의 경우 대부분의 품목을 국내산 원유로 제조해 판매하고 있지만 과실음료(아침의쥬스)와 치즈제품의 경우 원료를 수입해 가공판매하고 있다.
서울우유의 경우 이들 수입 가공품의 이익률이 매우 높아 조합 손익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이렇게 발생한 이익금을 조합원 낙농가들에게 환원해 국내산 원유생산을 위해 농가들이 재투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농협의 판매사업에 지나친 순혈주의(국내산만 판매)는 자칫 국내 농산물의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어차피 농협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판매하게 될 것 이라면 서울우유의 사례와 같이 제한적으로 판매를 허용하고 이를 농업인에게 환원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하는 방식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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