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입찰, 군납을 접으라는 소리와 다름없어”
“경쟁입찰, 군납을 접으라는 소리와 다름없어”
  • 엄지은 기자
  • 승인 2021.09.23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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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아스팔트 위에 선 농민들

강원 철원·춘천·화천·양구 군납농가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

군 급식 경쟁 입찰 농민피해 불가피연대투쟁 불사할 것

[농축유통신문 엄지은 기자] 

군납을 경쟁 입찰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문을 닫는 군부대 인근 농가들이 늘어났어요. 이제 군납은 물론 양계업도 못 할 처지에 놓인 거죠.”

강원 춘천시에서 산란계 7만 수를 기르는 박노충 씨(샘밭농장 대표)는 아스팔트 위로 나섰다. 군납만 무려 18년을 해왔지만 이런 위기는 겪어본 적이 없다고 설명하는 그는 국방부의 경쟁입찰 도입이 군납농가만의 피해로 그치는 문제가 아닌 만큼 농사일과 추석 이전 바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새벽부터 춘천에서 올라와 피켓을 들고 서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국방부 앞에서 만난 박노충 씨는 산란계를 키워오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번 국방부의 조치는 양계업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인근 군부대와 상생한다는 마음으로 양질의 계란을 생산해 군납을 해왔지만 군 급식 부실문제의 책임이 성실하게 군납한 농가들에게 돌아간다는 것 또한 답답할 지경이라는 것.

박 씨는 국경선 근처에 위치한 농가들은 군납을 못하게 되면 인근에 떨이로 처분하듯이 계란을 팔 수 밖에 없다특히 수도권과 거리가 먼 강원북부 지역의 농가들은 계열업체와도 거래가 힘들다. 군납을 못 하게 되면 사육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일찍이 이 소식을 듣고 소규모 농가들은 폐업 처리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가장 분통이 터지는 부분은 군 급식 부실문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국방부의 태도다. 군납농가들이 인근 군부대와 상생한다는 마음으로 양질의 계란을 생산해 군납을 해왔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박 씨는 군대와 함께 상생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신선하고 안전한 계란을 생산해왔다그에 대한 결과가 정부가 내년부터 전환하려는 군납 경쟁 입찰일 줄 누가 알았을까. 경쟁입찰이 도입된다면 최저가 경쟁이 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군납을 해오던 소규모 농가는 대기업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그는 수량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수치를 농가들이 납품하는 방식이다. 부대 내 조리인력 부족, 급양 관리 등으로 불거진 군 부실급식 논란의 책임이 당초 정해진 물량을 안전하게 키워 납품한 농가들에게 돌아가는 건 너무 억울하다국방부가 도입하려는 경쟁입찰은 결국 급식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게다가 전쟁 시 식량을 수송하려고 해도 경쟁 입찰로 인해 늘어날 타 지역산이나 외국산 식량은 수급에도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 입찰도 우려스럽지만 당장 올해 군납단가도 하락하며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에선 통계청 생산비 조사에서 생산비가 하락한 것에서 기인한 단가라 설명하지만 계란의 군 납품가격인 168원은 도매가격보다 낮은 가격대다. 특히 사료값 인상부터 시작해 코로나19로 인력난이 발생하며 인건비 또한 치솟고 있어 우려가 더욱 큰 상황.

박 씨는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라며 최근 사료비, 자재비, 인건비 인상부터 전염병까지 닥치며 농가들은 부채만 쌓여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군납단가가 되려 하락한 것은 황당하기 그지없다군납은 대한민국의 농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안보에도 매우 중요한 제도다.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우선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원도 철원, 춘천, 화천, 양구 등 4개 시군 군납농가들의 1인 릴레이 시위는 오는 9월까지 계속 진행될 예정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대규모 집회 등 강경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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