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위 삼계 과징금 부과, 농업 유통 몰이해 편협한 해석
[사설] 공정위 삼계 과징금 부과, 농업 유통 몰이해 편협한 해석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10.07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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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6일 삼계탕용 닭고기 가격·출고량 담합에 대한 제재를 결정, 과징금 251억 3,9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가금 업계가 공정위의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고 농축산물 수급조절 차원이라는 업계의 입장을 호소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농축산업계에서 수급조절은 국가의 주요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축산법, 자조금법, 농안법 등 수많은 법령에서 수급조절에 대한 명시가 돼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수급조절은 농축산물 가격을 안정적으로 형성하고 동시에 이를 생산하는 농민과 민생 경제 등 장바구니 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쳐서다.

이번 공정위 판단의 핵심은 수급조절 차원에서 이뤄진 업계의 노력이 과연 '공정위 법의 예외에 해당되느냐'의 여부였다. 공정위 법 제58조에는 ‘다른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를 두고 정당하지 않은 행위라고 봤다. 삼계 신선육 출고량 조절에 관한 구체적인 정부의 행정지도가 확인되지 않고, 하림 등 7개사의 출고량 조절 목적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상승시켜 자신들의 이익을 보전하려는 데에 있었다는 점을 주요인으로 꼽은 것이다.

하지만 근거로 든 이유조차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가금 업계의 수급조절에 대해 주무 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모를 리 만무하고 해당 실무진 회의에는 농식품부 관계자가 참석한 일도 있다. 심지어 수급조절 시 활용되는 축산 자조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농식품부의 확인까지 받는다. 공정위에 보고 의무를 게을리한 것이라면 가금 업계가 아닌 농식품부의 업무 착오를 탓해야 사리에 맞다.

공정위는 또 가금 업계가 마치 이익을 독식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적발 기간 삼계 가격을 살펴보면 2011년 2,396원, 2017년 2,484원으로 7년간 100원도 채 오르지 못했고 해당 기간 더 하락한 해도 존재했다.

타 산업의 영업 이익률은 어떤가. 이익 독식이라는 공정위의 해석도 수치를 따져보면 빈약하다. 제조업의 경우 5.3%, 식료품업의 경우 4.5%에 이르고 있지만 2011~2020년 닭고기 업체 평균 영업이익률은 1.7%에 불과하다. 타 산업에 비해 이익률조차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기업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닭고기 생산 구조에서 계열 업체 파산의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과 소비자가 짊어져야 할 무게라는 현실적인 문제에서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본지의 취재 과정에서도 공정위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에 대해 공정위와의 협의 과정이 빠졌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결국 문제는 정부기관 간의 소통 문제에서 비롯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닭고기 업체와 계열화 농가들이 보고 있는 셈이다.

이번 공정위의 판단에 많은 농축산인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최근 공정위 판단이 사법부에서의 ‘전부 승소율’의 감소추세로 이어지고 있는 점(’14~’19)도 공정위의 판단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근거다. 업계의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오로지 법만 들여다보며 내린 판단이 과연 공정한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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