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난 양돈농가 마음은 누가 진화하나
[기자수첩] 불난 양돈농가 마음은 누가 진화하나
  • 엄지은 기자
  • 승인 2021.10.29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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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엄지은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상륙한 지 2년이 지났다. 그동안 발생 시군 9곳에서 무려 21곳의 양돈농가가 돼지 428,532마리를 땅에 묻어야만 했다.

치사율 100%ASF는 예방만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2년이 다 되도록 광역울타리 설치 외에는 이렇다 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그마저도 실효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으니 양돈농가들은 두 다리를 뻗지도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

자식 같은 돼지를 묻는 일도 서럽지만 이들을 더욱 위협하는 건 늘어만 가는 피해다.

정부의 권역화 조치로 2019925일 이후 현재까지 기약 없는 이동제한을 이어오고 있어 농가는 도축, 사료 환적, 종돈·자돈 이동제한으로 극심한 손실을 떠안고 있다.

실제 강원 북부의 경우 사료 환적으로 kg25, 톤 당 무려 23,000원에서 25,000원까지의 손실을 보고 있다.

종돈 환적비용도 만만치 않다. 타 권역에서 후보돈을 구입하는 농가는 이동차량 및 인건비로 두당 1만 원이 소요된다. 경기 이천의 경우 별도 차량 운행비만 52층 탑차를 기준으로 대당 50만 원을 내야만 한다.

권역화로 기존 출하처에서 권역 내 출하처로 변경하기 위한 손실도 만만치 않다.

이밖에도 도축장 부족문제, 중점방역관리지역 확대, 분뇨 반출입의 어려움 등 이들을 향한 규제와 압박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농가들의 피해는 상당하지만 이에 대한 피해보상은 찾기도 힘들뿐더러 신청까지 까다롭다. 게다가 실 피해액보다 보상금이 더 적기도 하다.

ASF로 고통 받아온 농가들은 하나같이 입 모아 산적한 규제와 경제적인 압박에 양돈업을 내려놓으려는 농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가 약 2년간 지속되며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와 우울증이 합쳐진 코로나 블루를 겪으며 절망하기도 하고 더러는 삶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리기도 했다.

ASF도 벌써 2년이다. 정부도 장기화된 ASF에 지쳐가는 것은 맞지만 ASF로 자식 같은 돼지들을 잃고, 각종 규제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양돈농가들도 함께 지쳐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내 양돈 산업을 위해 희생한 양돈농가들을 지키겠다는 개념의 방역대책을 수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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