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위드농민' 흥행공식 40만 농민 집결···"디지털 전환 시대 농민 최고의 무기 만들 것"
[인터뷰-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위드농민' 흥행공식 40만 농민 집결···"디지털 전환 시대 농민 최고의 무기 만들 것"
  • 박현욱·엄지은 기자
  • 승인 2021.11.0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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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분야 디지털 전환 움직임···농축업 잠재력에 주목
팜모닝 애플리케이션 "전문가 24시간 곁에 두는 셈"
40만 명 모았지만 이제 시작···소프트웨어 강화 주력
"축산분야 '양질의 컨설팅 돈버는 솔루션' 제공할 것"


He is...대학 졸업 후 세계 최대 금융기관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트레이딩 프로그램 개발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리디북스 경영을 맡았고, 넥스트매치를 설립해 데이팅 앱 아만다를 만들었다. 이후 안동현, 최성우 등 IT 전문가들과 의기투합해 2017년 그린랩스를 세웠다.
He is...대학 졸업 후 세계 최대 금융기관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트레이딩 프로그램 개발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리디북스 경영을 맡았고, 넥스트매치를 설립해 데이팅 앱 아만다를 만들었다. 이후 안동현, 최성우 등 IT 전문가들과 의기투합해 2017년 그린랩스를 세웠다.

[농축유통신문 박현욱·엄지은 기자] 

2021년 농업계 가장 '핫'한 기업 중 하나로 '그린랩스'가 꼽힌다. 농업 데이터 플랫폼 팜모닝 애플리케이션 출시 후 불과 1년 6개월 만에 농민 42만 대군을 불러 모아서다. IT·금융 전문가들이 의기 투합해 그린랩스를 세운 지 4년 만이다. 직원 수는 창업 초기 60여 명에서 최근 300여 명까지 몸집을 키웠고, 기업 가치도 훌쩍 뛰어 1조 원 유니콘 클럽 입성도 머지않았다. 그린랩스의 성장에는 팜모닝이라는 흥행 보증수표가 있다. 여기에는 '위드농민'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압권이다. 전통 농기업보다 농민의 수익을 강조해 IT스럽지 않은 '친농민'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농민이 각을 세우는 '기업의 탐욕'에는 선을 그었고, '플랫폼 경제'의 한계를 '프로토콜 경제'로 넘어선다는 청사진까지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축산업의 잠재력에 매력을 느껴 축산 분야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가 디지털 전환에 탑승한 지금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는 "농민들에게 강력한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팜모닝'을 소개했다. 본지에서는 신 대표를 만나 그린랩스가 그리는 농업의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엿봤다. <편집자 주>

Q. IT기업의 농업 진출 그리고 빠른 성장이 인상 깊다. 농업 분야에서 가능성을 본 계기는.

A. 창업 아이템을 고민했던 시기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고 있었다. 유통업계에서 쿠팡, 금융은 토스, 모빌리티 분야는 카카오 등이 승차하지 않았나. 유일한 미개척 분야가 농업 분야라고 생각했고,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먹거리 문제와 결부하면 사회적으로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막상 사업을 전개해 나가면서 어디서부터 풀어 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보통 타 산업의 경우 애플리케이션으로 사람을 모으고 온라인으로 풀어내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지만 농업 분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농민 개개인이 생계와 직결돼 있다 보니 농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고, 기존 플레이어들과의 마찰이 없는 형태의 사업 구현이 필요했다. 아이템을 구상하던 2016년 정부에서도 4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예산을 쏟아붓는 상황이었지만, 농업 분야에서는 스마트팜 정도로 뭉뚱그리고 있었고, 디지털 전환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듯하다.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해 보면 농업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스타팅 포인트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Q. IT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기업이라 사업 초기 주력했던 '포인트'도 전통적인 농기업과는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A. IOT 기기가 손과 발의 역할이라면 사람 지능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구축에 집중했다. 식물과 가축이 잘 자라고, 농장주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하드웨어 부분은 수행기관, 감각기관처럼 보조적인 수단으로 봤다. 윈도우 운영체제를 생각해 보면 쉽다. 운영체제 즉 OS(Opreating System)의 중요성은 윈도우의 번성이라는 선례가 있지 않나. 팜모닝은 농업의 OS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농민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강화를 핵심 변수로 본 것이다. 농가 한 명 한 명의 서포터스이자 전문가가 있다면 농업의 생산성은 크게 올라갈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를 섭외하는 일도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일이다. 손에 꼽는 전문가를 내 손안에 24시간 곁에 둘 수 있다면 그야말로 농업의 혁신 아닌가. 

Q. 최근 그린랩스에서 개발자 채용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말한 소프트웨어 강화와 무관하지 않는 것 같다.

A. 당연하다. 보통 농업계에서는 솔루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IT업계에서는 Prescription(처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처방을 하기 위해서는 진단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데이터 포집이 필수불가결하다. 결국 데이터를 모으고 가공하고 방향을 정하면 '적확(的確)한' 처방을 내릴 수 있는 데 이를 위해서는 훌륭한 개발자가 필요하다. 

Q. 이 때문인지 팜모닝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농업 분야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앱 사용에 미숙한 고령층 비율이 높고, 디지털에서 이격된 농민들도 많아서다. 비결은 무엇인가.

A.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본질에 집중한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나이를 불문하고 (농장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자식을 동원해서라도 앱을 깐다. 이는 마케팅만으로 극복하기 힘든 과제다. (데이팅 앱 아만다와 같은) 기존 사업들도 똑같았다. 상품 자체의 매력, 사람들을 끌어들일만한 요소가 있어야 하고 농업 분야에서는 '농장경영과 수익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때문에 수많은 농업 전문가들과 협업했고, 그런 고민들이 모여 많은 사용자에게 매력이 어필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Q. 최근 축산분야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어떤 의미가 있나.

A. 농업, 축산, 식품 등은 하나의 카테고리다. 이 모두 그린랩스의 영역이라고 봤다. 식물과 동물이라는 생물학적 차이만 있을 뿐 결국에는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농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했던 경험을 살려 축산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물론 축산이라는 특수성, 사양 기술이라는 전문성 등이 담보돼야 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우선 축산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리얼팜 인수)들을 영입했고, 앞으로도 다양한 축산 전문가 그룹과 협업할 것이다. 특히 축산은 질병 발생율을 낮추고 항생제를 덜 쓰고, 축산물의 양과 질을 개선하고, 분뇨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과제들이 있지 않은가. 정부가 축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축산 농민들을 전문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농민들이 자신의 산업을 지켜나가며 정부의 기조와 발맞추고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우수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그린랩스가 그 중간 어디쯤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Q. 축산은 매력적인 산업이긴 하지만 진입장벽 또한 높다. 축산분야 영토 확장을 위해 어떤 부분을 공략할 것인가.
  
A. 농축산업은 우리나라 근간 산업이었다. 하지만 유럽과 달리 아시아 국가의 농축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는 더딘 것이 현실이다. 특히 축산업은 많은 사양기술이 집약돼 있다. 이제 농가들은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그린랩스는 온라인으로 최적화된 양질의 컨설팅을 축산 농가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그린랩스의 솔루션으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도 축산 농가들의 니즈가 많은 만큼 기회도 많을 것으로 판단한다. 글로벌 시대 우리 농민들에게도 이렇다 할 무기 하나쯤은 쥐어줘야 하지 않나. 팜모닝이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축산분야에서 그린랩스가 업계에 제안하고 싶은 것도 있다. 바로 조류인플루엔자(AI) 질병 예측 시스템 도입이다. 지금까지 AI로 수많은 닭들이 살처분 됐다. 이로 인한 보상금으로 정부와 농가 간 얼굴을 붉히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진다. 농가 단위로 AI를 예측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농민들의 경제적 피해를 막고, 정부의 예산 출혈도 막을 수 있으며, 대규모 살처분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 등 무형의 경제적 누수까지 막을 수 있다. 그린랩스는 이미 농가 단위 AI 질병 예측 시스템에 대한 테스트를 마쳤고,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 정부-농가-기업이 함께 관심을 갖고 역량을 집중한다면 광범위한 살처분이 아니라 농가 단위 질병 컨트롤도 먼 일이 아니다.

Q. 앞으로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사세가 확장될수록 플랫폼에 대한 한계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외부로부터 ‘수익독점’ 타깃이 되는 경우도 있다. 

A. 플랫폼 기업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카카오 등 많은 기업들이 종국에 가서 비판받고 있지 않나. 그린랩스는 한창 성장하는 기업이어서 많은 응원을 받고 있지만 플랫폼의 한계에 대해서도 역시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농민과의 ‘신뢰’는 매우 중요하며 지금까지 그린랩스가 ‘협업’의 가치를 중시하는 길을 걷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플랫폼 기업, 플랫폼 경제가 비판받는 것은 독점적 비즈니스다. 언젠가는 중앙화를 탈피하고 여러 경제 주체들을 연결하는 ‘프로토콜 경제’로의 전환도 염두에 두고 있다.

Q. 기업의 중량감이 커졌다. 기업 운영 어려워지지 않았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이제 막 스타트라인을 끊었다고 생각하는데...(웃음) 아직 할 일이 많다. 앞서 설명했듯 본질에 충실한 기업이 될 것이다. 농민과 ‘윈윈’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농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가 유통이다. 팜모닝이 론칭된 후 판로에 대한 고민도 병행했다. 이를 위해 마켓 플레이스도 운용하고 있는데 농민들의 반응은 무척 뜨겁다. 그동안 농민들은 도매시장 이외에도 직거래, 온라인 판매와 같이 다양한 유통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을 것이다. 농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다 보면 ‘농민대표앱’으로 성장하지 않겠나. 또한 축산 분야에도 공을 들이는 만큼 축산 농민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까지 팜모닝이 참고만 하는 애플리케이션이었다면 2022년에는 도움이 되는 처방전, 돈 버는 앱으로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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