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식량자급률 빨간불...대책 내놔야 한다
[사설] 식량자급률 빨간불...대책 내놔야 한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11.10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식량가격지수가 큰 폭으로 치솟았다. 10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곡물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데 옥수수 등에 대한 에너지 수요가 급등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번 가격지수 급등 사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운송 대란, 각종 이상 기후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태의 후폭풍은 국내 소비자 물가에까지 반영돼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세계 곡물시장 변동이 국내 밥상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식량자급률은 45%를 간신히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쌀 자급률이 자급률을 지지하면서 체면치레 정도 하고 있는 셈이지 쌀을 제외하면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아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 국내 먹거리 자급률의 실상이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쌀 자급률까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곡물 분야는 더욱 골치다. 국내산 밀 등 생산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국내 먹거리 소비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빵이나 라면, 외식 사업 등은 해외 곡물 시장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내 곡물 자급률은 20%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해외 곡물의 생산성 변동을 주시하지 않으면 국내 경제에도 큰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축산업도 문제다. 국제 곡물시장이 롤러코스터 시장으로 변하면 국내 농업 중 축산 농가들로 그 피해가 쉽게 전이된다. 벌써부터 유가 급등으로 인한 조사료 공급망이 부실해지면서 일부 현장 농가들은 조사료 품귀현상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옥수수 시장의 공급 대란까지 더해지면서 벌써부터 배합사료 가격 상승 압박이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곡물시장 변동성에 국내 축산 농가들의 채산성 압박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식량지수의 급격한 변동을 완충할 수 있는 국내 식량자급률에 대한 중요성은 위기상황에서 더욱 부각된다. 또한 먹거리만의 문제가 아닌 유가 상승이나 에너지 이슈 등에도 민감하게 결부돼 다양한 산업 분야의 연쇄적 가격 폭등을 불러오곤 한다. 밥상물가는 서민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삶의 질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식량자급률 제고라는 구호가 단순히 농업계만의 일임이 아님은 위기에서 더욱 대두될 것이다. 지금까지 신자유주의 물결에서 국제 무역은 중요한 화두로 부상,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지배해 왔고 수입하면 된다는 무역 만능주의가 판을 쳤다면, 팬데믹이라는 위기 속에 먹거리라는 안전장치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현제 안보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모든 선진국들은 국민들의 먹거리 산업인 농업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산업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에게 준 깨달음은 앞으로 어떤 산업도 무역으로 보장받을 수 없음과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하더라도 스스로 자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먹거리는 인간의 생존의 필수불가결하다. 먹거리 자급률을 높이지 않으면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지금까지 정부가 농업에 대해 수치로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심각성을 깨닫고 농업 육성을 위해 그 어떤 노력도 감수해야 함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