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입이 능사가 아니다
[사설] 수입이 능사가 아니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12.06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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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반복되는 일이 있다. 수입을 반대하는 농민들이 아스팔트 위에서 농성을 벌이는 일이다. 농업계는 매번 수입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답답할 노릇이다. 품목마다 차이는 있지만 수입 물량도 매년 늘어 우리 식탁을 위협한다.

먹거리 수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식량주권과 식량안보, 국내 먹거리 산업 보호, 농업 농촌의 경쟁력 강화 등 손에 꼽히는 것 만해도 수십 가지다. 특히 코로나와 같은 국가적 재난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면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이번 팬데믹 이후 각국은 하늘길이 막히면서 식량 자급률이 낮은 국가에서는 심각한 먹거리 안보 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국제 곡물 가격 폭등으로 수많은 축산 농가가 사룟값 폭등 위협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고, 요소수 이슈는 자급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표로 각인됐다.

훗날 우리나라도 식량을 수입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 식량 자급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이며 우리 농업을 지켜야 하는 당위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마늘에 대한 TRQ(Tariff rate Quotas, 시장접근물량)를 허용하면서 수입을 재개했다. TRQ는 정부가 합의한 물량에 대해 낮은 관세로 수입하는 것인데 낮은 관세로 들여오다 보니 값싼 수입품이 국내산 농축산물을 좀 먹는다.

우리 정부가 수입 농축산물을 사용하는 상인, 유통업자들의 요구와 외교정책에 따라 대응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은 알지만 국내 농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의 대응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늘 농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농민과 소통을 한다고 앞에서는 이야기하지만 결국 농민의 의견이 반영된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미리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정부의 방침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부의 방침이 농업 농촌을 위한 것이면 좋으련만 농민들의 눈에 정부의 초점은 물가 안정에만 매몰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가격이 급등하면 늘 수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지체 없이 남발하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이상하리만치 소극적으로 구는 게 지금의 정부다.

현재 국내 마늘농가뿐만 아니라 대다수 농민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극심한 인력 가뭄을 겪었다. 현장에서는 수확 작업을 하기 위해 수만 원의 웃돈을 얹어주면서까지 작업에 돌입한다. 농자재 값도 덩달아 뛰고 일선 식당 등이 올 스톱 되면서 소비 부진으로 삼중의 보릿고개를 겪는 게 지금의 농촌이다.

그나마 가격이 상승하면서 채산성 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이마저도 정부의 물가관리 정책에 농심만 멍들고 있다.

물가관리를 위해 수입 카드만 남발하는 정부. 과연 이 정부는 농민을 농정의 파트너로 여기고 함께 미래로 나아가려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단순히 수입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수입 이전 농축산물의 면밀한 수급조절을 통해 국내 농민들의 삶과 경제 상황부터 보듬어야 하는 것이 지금 정부의 첫 번째 역할이다.

물가 관리라는 미명 아래 수입이 능사가 아님을 우리 정부는 빨리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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