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언제부터 방역이 농가의 책임이 됐는가
[기자수첩] 언제부터 방역이 농가의 책임이 됐는가
  • 엄지은 기자
  • 승인 2021.12.10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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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엄지은 기자] 

요새 양돈현장은 혼란 그 자체다. 모돈이력제, 8대 방역시설 의무화, 양돈 현장점검 등 쏟아지는 각종 규제에 속절없이 휘둘리고만 있다.

그러나 자식 같은 돼지들을 다시 땅에 묻는 일을 없어야 하니 양돈농가들은 방역 또 방역에 매진하고 있다.

다만 모든 규제들이 쏟아질 때 마다 양돈농가들은 입 모아 실효성을 얘기한다.

실제 현장에 도입됐을 때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부터 자신들의 돼지를 지킬 수 있냐는 말이다. 다만 아쉽게도 일방통행식 규제행정으로 일관하는 방역행정은 ASF 발병 이후 2년 넘게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한돈농가는 ASF 방역조치의 필요성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돼지를 지킬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그들은 방역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정책들을 농가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바꿔나가자는 것 뿐이다.

실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8대 방역시설 의무화도 8대 방역시설 설치에 따른 각종 민원 및 건폐율 해결 등 애로사항은 전부 농가 부담으로 돌린 채 그에 합당한 정부의 노력과 획기적인 지원마저도 뒤따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8대 방역시설 설치를 농가에 강요하며, 미이행 농가에겐 정책자금 지원 배제 등 불이익 조치를 남발해 방역실패의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기 급급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수두룩하다.

ASF 발병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농가들의 목소리는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들이 정책에 담기지 않는다면 농가들은 더욱 지쳐갈 수밖에 없다.

ASF, 이제는 멀리 와버렸다. 기존에 끌어왔던 일방통행 방역정책은 이미 너무나도 많은 사례로 실효성이 없음을 입증했다.

정부와 농가는 톱니바퀴와도 같다. 서로 조금만이라도 어긋난다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서로가 신뢰를 잃어버리고 입장차를 보이며 대립각만 세운다면 ASF 박멸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소통의 부재로 인한 서로의 갈등을 이제라도 해결해 농가들이 안심하고 돼지를 키울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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