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으로]정부 쌀 시장격리 결정 속내는
[이슈 속으로]정부 쌀 시장격리 결정 속내는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1.12.28 1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쌀값 낮추기 혈안…농민 분노 초래 역풍 불어
법 어기며 격리 골든타임 놓쳐 쌀값 하락세 부추겨
여야 대선후보-의원들 이구동성 ‘정부 책임론’ 부각
김현수 장관 고발까지 이어져…결국 당정 합의 격리

사진 왼쪽부터 박흥식 전농 의장과 김영동 회장이 김현수 장관을 고발하기 위해 걷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흥식 전농 의장과 김영동 회장이 김현수 장관을 고발하기 위해 걷고 있다.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정부가 마지못해 쌀 20만 톤을 시장에서 격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농민단체와 여야 의원들로부터 전방위적 압박에 시달렸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비치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결국 백기든 모양새다.

그동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쌀값이 비싸다는 입장을 밝히며, 쌀값 내리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문제는 주무부처인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까지 이에 동조하며 쌀값을 낮추는데 역할을 해왔다. 이는 농민들에게 큰 분노를 야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가당국은 쌀을 포함한 농축산물을 서민물가의 주범이라며 자신들이 약속한 법까지 어기며 쌀값 하락에 부채질을 하는 모습을 보여 농민들의 공분을 샀다.

시장격리 조치가 진작 이뤄져야 했지만 정부의 오판으로 골든타임을 놓친 쌀값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며, 지역별로 최대 10% 이상 가격이 하락한 곳까지 생겼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자 현장의 농민들은 정부와 대립각을 더 세우며 대 정부 투쟁에 나설 것을 공표하기 시작했고, 실제 정부세종청사와 각 지자체 도청(군청 등), 더불어민주당 당사, 여의도, 청와대 등지에서 산발적인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를 압박해 나갔다.

특히 여야 대통령 후보들이 농민들의 입장을 반영해 정부가 조속히 시장격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정부의 입지를 더 좁게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쌀 27만 톤 시장 격리에 정부가 즉각 나서주기를 촉구한다”며 “현지 쌀값이 10월 이후 계속 하락해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는 즉각 과잉 생산된 쌀을 추가 매수해 쌀값 하락을 막아야 한다”며 “미처 팔지 못한 쌀을 보관하느라 드는 비용이라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전국의 농협 조합장들이 청와대 앞에 집결해 “쌀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게 정부가 조속히 과잉물량 30만 톤을 시장에 격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협미곡종합처리장 전국협의회(농협RPC전국협의회)는 종로 효자 치안센터 앞에서 ‘2021년산 쌀 공급과잉물량 시장격리 실시 촉구를 위한 농협 조합장 총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를 성토했다.

이와 함께 여야 의원들이 돌아가며 정부에 조속한 쌀 시장격리를 촉구했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중심으로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지역 단위로 여야 의원들이 똘똘 뭉쳐 지원 사격을 해왔다.

이들 참여 의원들은 “예로부터 농업은 나라의 근간이었으며, 특히 쌀농사는 단순한 작물이 아닌 식량안보, 환경보전, 농촌공동체 유지의 다양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며, “농업을 유지하고 쌀값 안정을 위해 지난해 양곡관리법의 개정되면서 시장격리제도가 마련됐음에도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이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과 걱정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법에 명시된 요건에 따라 쌀 공급과잉에 대한 시장격리 조치를 즉각 시행해 쌀값 안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요지부동 자세로 입장을 바꾸지 않고 버텼다. 하지만 지난 27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는 쌀 생산자 단체가 사기와 직무유기 혐의로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을 고발하는 초유의 상황이 연출됐다.

전국쌀생산자협회는 시장격리 의무를 철저히 외면하고 쌀값 폭락을 방조하고 있는 김현수 장관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다며 사기와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지난해 공익직불제 도입으로 변동직불제가 폐지되면서 쌀 생산농가들이 벼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양곡관리법을 개정했다”고 강조하며, “하지만 법에서 요구하는 시장격리 요건이 발동됐으나 결국 제도를 시행하지 않아 쌀값 하락을 초래하고 있어 현장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만 봐도 8.8% 이상 쌀 가격 폭락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이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양곡관리법 이행하지 않은 김현수 장관을 농민에 대한 사기죄와 특별한 사유 없이 법을 이행하지 않는 방관과 직무유기로 고발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다.

김 장관에 대한 고발 조치는 농민들의 고뇌가 담긴 최후의 보루였다. 아무리 이야기 해봤자 농민들의 소리에는 경청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감을 넘어 분노가 폭발해 경찰 고발로까지 이어진 결과다.

이렇게 농민들의 제대로 된 분노가 폭발하자 당정은 28일 만나 쌀 20만 톤 격리조치를 발표한다. 그렇게 완강하게 버티던 정부도 더 이상 버틸 동력을 잃고 백기를 들었다.

이처럼 기나긴 시간 갈등으로 첨예화 됐던 쌀 과잉생산 물량 시장격리 논란은 정부가 백기를 들면서 일단락됐다. 문제는 법대로 시장격리 조치를 취했다면 갈등도 시간적·경제적 낭비와 소모도 덜 했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 국회에 발의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신속히 국회를 통과될 수 있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