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칼럼] 임인년(壬寅年), 전 세계를 호령하는 농업을 꿈꾸자
[신년칼럼] 임인년(壬寅年), 전 세계를 호령하는 농업을 꿈꾸자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2.01.01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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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욱 편집국장
임인년 호랑이 해가 밝았다. 서울대공원의 한 호랑이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서울대공원]
임인년 호랑이 해가 밝았다. 서울대공원의 한 호랑이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서울대공원]

2021년을 달군 문화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부상이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라는 OTT(Over The Top) 플랫폼 성장을 등에 업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반사이익까지 보면서 세계 각국을 점령해 나갔다.

무릎을 칠만한 번뜩이는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 우리가 흔히 접하던 한국 놀이 문화 소재를 생과 사를 넘나드는 긴장감으로 녹여낸 연출이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늘 향유하던 문화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뿐인가. 2021년에는 기생충과 미나리와 같은 영화가 보수적이라고 정평이 난 아카데미 무대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한국 남성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동남아 시장을 넘어 미국 빌보드차트와 유럽 음악계를 평정하기까지 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여성 4인조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 다큐멘터리는 넷플 스테디셀러로 언급될 정도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부 OTT에서는 차후 기대되는 작품으로 한국 영화와 드라마 카테고리를 따로 구획하는 것만 봐도 한국의 문화 르네상스가 활짝 열렸음을 알리는 징표가 넘쳐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단순히 애국심 충만한 이들의 '자위' 정도로 치부하면 오산이다.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앞다퉈 한국 문화를 분석하고 문화 생태계까지 조망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것을 보면 정작 우리 문화의 위대함을 우리만 모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문화 예술의 세계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에 대해 수많은 주석이 달리긴 하지만 결국 자유롭게 창작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실행 가능하도록 만드는 문화 산업 생태계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문화 창달의 자양분이 됐음이 자명하다. 이는 과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한 정치인의 생각으로도 요약될 수 있다.

농업도 문화 예술 분야와 다르지 않다. 더욱이 농업은 정부 지원 사업량이 타 분야에 비해 월등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둔 사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열악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농업에 수많은 국민 혈세가 투입돼 왔지만 경직된 하향식 농업 정책과 사업 계획은 농업에 숨어있는 원석과 같은 콘텐츠들을 발굴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가로막는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청년 귀농 사업이 대표적이다. 숫자 놀음으로 결과를 평가하다 보니 농촌에 정착한 청년들의 삶과 질이라는 본질에 충실하지 못하고 농촌 유입 청년들의 숫자에만 매몰돼 결국 이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사업으로 전락하지 않았던가.

농업의 성공 스토리를 분석해 보면 문화 예술 분야와 일맥상통하는 한 가지 시사점이 도출된다. 농촌 현장 사업 주체들의 자율성은 보장하고 공정한 농촌 사업 생태계를 조성하며 예산 사용의 자유로운 헤게모니까지 쥐여준 사업들은 젊은이들의 창의(創意)가 녹아들며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이는 단순히 청년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존 농업을 영위하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농업 콘텐츠를 구현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분명 우리 농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있음은 분명하다.

2022 임인년 검은 호랑이해가 밝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 2년간 전 세계 시민들이 고통받았고, 그동안 국내 농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기회 삼아 승승장구하는 산업이 있는 것처럼 걸출한 스타 농부의 탄생이나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킬러 콘텐츠로 승부하는 농기업의 성장 또한 국내 농업에 새로운 심장을 뛰게 하는 긍정적인 요소들이다.

2022년을 농업의 새로운 기회로 만들자. 구걸하고 핍박받는 산업에서 벗어나 문화 예술 분야처럼 세계를 호령하는 산업으로 거듭나자. 기후 위기로 농업의 소중함이 강조되고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위기의 시대는 분명 우리 농업에도 던져주는 메시지가 명료하다.

2022년 도전하고 역동적인 자세로 세계를 누비는 농업의 원년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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