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상임이사 집행유예 선고만 받아도 직무정지
조합장·상임이사 집행유예 선고만 받아도 직무정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7.05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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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법 재개정 통해 책임에 맞는 신분보장 필요

회원농협의 대출금리 조정에 따른 부당이익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 중이거나 기소 후 재판을 받고 있는 조합들이 늘고 있다.이들 조합들의 특징은 대부분 수도권 등에 위치한 도시형 농축협으로 시중은행들은 물론 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들이다.
과천농협 등 죄질이 나쁜 조합의 경우 고의적으로 금리를 조정해 부당이익을 챙긴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조합은 약관변경을 제 때 하지 못해 일어났다.
수사를 받고 있는 지역축협 조합장은 농협중앙회로부터 최저금리를 약관에 삽입해 CD금리가 조달 금리 이하로 내려가 조합이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공문을 받았으나 일일이 대출고객으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어려워 임의로 금리를 조정하다 검찰로부터 기소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농협조합장의 경우 관련 공문을 접수 받고 약관을 수정했지만 일일이 고객들에게 설명하고 날인을 받는 일이 사실상 어려워 문자 등을 통해 통보했으나 검찰은 이같은 절차로는 고객의 동의를 모두 받았다 할 수 없다며 기소를 강행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회가 약관 수정 지시를 하지 않았다면 그냥 몇 푼 손해보고 끝났을 일을 조합장, 상임이사, 신용상무, 담당팀장까지 여러 직원들이 재판을 받으며 유무형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불안한 조합장·상임이사 신분

이번 사태는 농협 상호금융사업의 타격이나 도덕성 문제 등 여러 가지로 피해를 입히고 있지만 조합의 행정공백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 더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농협법에 따르면 상임이사나 조합장이 집행유예 이상의 형만 구형받아도 자격이 정지된다며 자칫 조합 최고 경영자인 조합장·상임이사 공석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협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부합되지 않고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의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대법확정판결이 나야만 업무가 정지되는 것과 달리 조합장과 상임이사는 같은 선출직임에도 불구하고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한 집행유예만 받아도 업무가 정지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 조합장은 실수로 교통사고를 내고 집행유예만 선고 받아도 곧바로 업무가 중지된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고 조합직원들의 실수와 조합장 등의 비전문성으로 인해 발생한 금리조정문제의 경우 조합장과 상임이사가 동시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몇몇 조합장들을 중심으로 농협법의 잘못된 조항을 바로 잡기 위해 헌법 소원 제기가 줄을 잇고 있다.
충남의 L 조합장, C 품목조합장 등 여러 조합장들과 상임이사가 농협법의 개정을 위해 헌법 소원을 제기해 두었지만 판결은 뒤로 미루고 있다.

상임이사 책임만큼 권한도

이번 금리조정 사태로 회원농협 조합장들을 중심으로 비전문가인 조합장들이 신용사업과 관련해 결제를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경영인인 상임이사가 있는만큼 신용사업의 경우 전권을 위임하고 조합장은 비상임 조합의 대표로서 조직운영에 대한 보고만 받고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에서 조합업무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상임이사에게 막중한 책임이 지워지는 것과 달리 권한은 작고 신분도 불안하다는데 있다.
현재 상임이사의 임기는 2년으로 선거직인 상임이사가 경영보다는 선거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서울지역 한 농협의 상임이사는 조합장들이 결제를 꺼리면서 사실상 사업 추진 과정 중 과실에 대한 책임을 상임이사들이 지게 돼 있지만 대부분의 권한은 조합장에게 집중되어 있고 임기까지 짧아 책임에 걸맞는 책임 경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농협법 개정으로 풀어내야

결국 조합장과 상임이사의 권력 배분과 권한 위임 그리고 불안한 신분 문제는 농협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있었던 축협조합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난해 농협법 개정 당시 이 같은 내용이 반영 안된 것이 아쉽다고 이야기하는 등 관련법 개정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우선 법개정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여러 조합장들이 신청해 놓은 헌법 소원에 대한 판결이 신속히 이뤄져 생산자단체인 농협 운영에 혼선이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게 농축협 조합장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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