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生현장]올해 작황호조 벌꿀 생산 흉작 면할 듯
[生生현장]올해 작황호조 벌꿀 생산 흉작 면할 듯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2.05.26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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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현상-잦은 강우 無…꿀벌 채밀 활동 활발히 전개
아카시아 동시 개화 사라져-적정 수분농도 풍년 증거
‘풍년 속 빈곤’ 꿀벌 실종 농가 피해 여전히 ‘존재’
윤화현 회장 “자연재해 인정 등 농가 경영지원해야”  

윤화현 회장이 올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윤화현 회장이 올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올해는 작황상황이 좋아 풍년이 들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년간 흉작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양봉농가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4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양봉장에는 꿀벌들이 쉴 새 없이 꿀 등을 나르고 있었다. 올해 초 꿀벌 실종 사건을 잊게 할 만큼 꿀벌들이 벌통 한가득 메우는 모습에 현장 분위기가 고조됐다.

윤화현 회장은 2020년 대흉작, 지난해 흉작으로 양봉농가들의 피해가 심했지만 올해는 날씨가 좋아 작황상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 회장은 “벌통에 따라 생산량이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벌통에 꿀벌들이 가득 차 있어 상황이 괜찮다”면서 “앞으로 저온현상이나 비가 많이 내리지만 않는다면 올해는 풍년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벌들이 가득 차 꿀이 흘러넘치는 모습.
벌들이 가득 차 꿀이 흘러넘치는 모습.

실제 현장에는 80군 정도의 벌통이 있었는데, 벌통 한곳에 많은 곳은 꿀벌이 5만 마리 이상이 들어가 있었고, 적으면 2만 마리 가량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5만 마리 이상의 꿀벌이 있는 벌통에서 생산되는 꿀의 양은 대략 8리터 정도로, 현장에서 직접 벌통을 관찰한 결과 꿀이 흘러넘칠 만큼 가득 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윤 회장의 양봉장에 이어 이동양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소인 강원도 철원군 노동당사 인근 양봉장도 찾았다. 이곳 또한 꿀벌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류재광 씨 양봉장 전경.
류재광 씨 양봉장 전경.

류재광 씨가 운영하는 양봉장으로, 이곳도 80군 정도의 벌통이 있었다. 이날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에서 민간 합동으로 작황 현황을 점검했다.

류재광 씨는 “올해는 기상상황이 괜찮아 아카시아 꽃대 발육이 예년대비 수준과 비슷했고, 개화기에 비와 저온 현상 등이 거의 없어 생산량이 많이 늘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벌꿀 내 수분함량이 적절해 꿀 품질도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점검에 나선 이만영 농진청 농업생물부 양봉생태과장은 올해는 다행이도 풍년이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장은 “재작년과 작년에 흉작으로 인해 양봉농가의 어려움이 많았고, 최근 발생한 꿀벌 실종 사건 등으로 인해 많은 양봉농가들이 위축된 상황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천만다행으로 올해는 기상여건이 좋아 풍년이 예상된다. 오래간만에 양봉농가에 희망이 생겨 기쁘다”고 전했다.

최용수 농업연구관이 설명하고 있다.
최용수 농업연구관이 설명하고 있다.

이 과장은 올해 풍년이 예상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우선 남부지방에 꿀이 나왔다는 점이다. 흉년일 때는 남부 지방에서는 거의 꿀이 안 나오는데 올해는 남부도 꿀이 일정 부분 나왔고, 중부 지방도 어느 정도 생산됐으며, 북부 지역은 채밀양이 많아 전 지역에서 골고루 꿀이 생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분농도가 좋다는 점이다. 수분농도가 20프로만 넘어도 이른바 ‘물꿀’로 변해 품질이 떨어지는데, 날씨가 좋아 올해는 고품질의 꿀 생산이 가능해졌다”면서 “여기에 지난해의 경우 아카시아 개화가 남부지역이나 북부지역에서 동시에 이뤄졌지만 올해는 동시 개화 현상이 없다는 점이 풍년의 증거”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에는 이상기후 때문에 아카시아 개화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이동양봉 농가들의 채밀작업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흉년의 한 원인으로 작용된 바 있다.

이 과장은 마지막 풍년 근거로 이동양봉 농가가 한 봉군 당 50kg 이상 생산했을 때 풍작으로 보는데 올해는 50kg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고정 양봉을 하는 농가도 28kg 이상이면 풍작인데 올해 이 기준치에 부합하기 때문에 풍년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벌들이 사라지는 피해를 입은 농가들의 생산량은 저조해 전체 벌꿀 생산량은 평년대비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윤 회장은 “올해도 아이러니 하게 풍년 속에 흉년을 맞이하는 농가들이 많다. 꿀벌 실종 피해농가들은 올해 제대로 봉군을 준비하지 못해 제대로 꿀을 채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어떤 농가는 100군 다 꿀벌이 죽은 농가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풍년은 맞지만 평년대비 전체 생산량은 70%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너무 안타깝다”고 피력했다.

피해농가 벌통 모습.
피해농가 벌통 모습.

실제 경기도에서 양봉업을 하는 한 농가는 120군에 이르는 벌통을 가지고 있었지만 꿀벌 실종 피해를 입으면서 80군 벌통이 사라지는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보상이나 대책이 이뤄지지 않아 봉군을 회복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올해 제대로 꿀을 채밀 못한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윤 회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벌꿀 흉작과 봉군 소멸피해에 대한 자연재해 인정과 꿀벌 질병 관련 재해보험 상품운용으로 양봉농가 경영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양봉농가에 대한 경영자금 지원, 생태보전직불금 신설, 자조금 지원 확대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는 전국적인 붕괴현상에 대한 신속한 원인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봉 질병과 관련된 전문 인력(검역본부)이 2명인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전문 인력 등을 확충해 하루속히 원인 파악과 함께 이상기상 등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꿀벌 사육환경 변화에 따른 사육기술 및 질병방제 관련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과장은 이에 대해 “농진청은 현재 꿀벌 집단 소실과 폐사 원인으로 지난해 봄철 이상 기상에 따른 꿀벌 활동 부족, 월동기 조기 개화로 꿀벌의 이른 채집 활동, 꿀벌 해충(응애) 방제를 위한 약제 저항성 등을 꼽고 있다”면서 “앞으로 보다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현장에 파견해 오는 10월까지 추적 조사를 진행해 농가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해는 오랜만에 흉작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꿀벌 실종 피해 농가들의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꿀벌의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높이고, 양봉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양봉업을 영위할 수 있는 법안이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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