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민규 오크라인터내셔날 대표] “가장 한국적인 것 세계화 아냐”···친숙함이 한국의 세계화 앞당긴다
[인터뷰-김민규 오크라인터내셔날 대표] “가장 한국적인 것 세계화 아냐”···친숙함이 한국의 세계화 앞당긴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2.07.11 0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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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농축유통신문 공동기획

상온 떡 제품 ‘핫템’으로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초보수출 기업에 “정부사업 적극 모니터링” 조언
정부 차원서 수입법인 정보 수집 정리 공유 필요


김민규 오크라인터내셔날 대표.
김민규 오크라인터내셔날 대표.

국내 농식품 수출 기업은 수명이 짧다. 급변하는 해외 시장에 대한 맞춤형 대응이 어려워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생존 기업들은 척박한 환경에서의 뛰어난 적응력을 자랑한다. 시장에 대한 더듬이를 한껏 추켜세우고 새로운 생존 전략과 다양한 시나리오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서다. 리스크를 중시하고 의사결정 시스템이 다소 늦은 대기업에서 해외 시장으로 쉽게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다. 때문에 농식품 수출은 기업 간 협업이 중요하다. 해외 바이어와 네트워킹이 뛰어난 중간 유통기업, 국내 순수 제조기업 간의 협력은 농식품 수출의 핵심 키워드로 꼽히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빼어난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오크라인터내셔날. 이 기업은 국내와 현지를 이어주는 중간 유통기업이었지만 지금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소싱, 현지화에 맞게 개발해 수출하는 기업이다. ‘K-분식’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떡볶이 제품을 수출하면서 세계 시장을 무대로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다. 김민규 오크라인터내셔날 대표는 농식품 수출 전략 중 하나로 ‘타이밍’을 일 순위에 꼽는다. 수출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에 적절한 시기에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뜻이다. 농축유통신문이 김민규 대표를 만나 국내 농식품 수출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편집자 주>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Q. 수출 기업 중 영세한 기업이 많다. 수명 또한 짧다. 이유는 무엇인가.
 
A. 해외 시장은 급변한다. 수출 국가의 정치와 문화, 경제에 해박한 지식이 없으면 현지 이슈에 기민한 대응이 어렵다. 특히 농식품의 경우 유통기한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블랙컨슈머나 악의적 현지 언론 공격에 대규모 반품이 이어지면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오크라인터내셔날도 2017년 악의적 언론 공격에 불닭볶음면의 대규모 반품 사태를 경험했다. 컨테이너 40개 규모의 반품이었는데 가공식품이라서 그나마 헷지가 가능했다.

신선 농식품의 경우 이를 감당할 만한 여유를 가진 기업이 많지 않다 보니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또한 외교적 마찰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 업종 특성상 지속 가능함도 쉽게 담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의사결정이 더딘 대기업이 쉽게 진출하기 힘든 점도 있다. 급변하는 해외 시장에 대한 빠른 의사결정이 종종 필요한데 이 시기를 놓치면 시장에서 금세 퇴출당하기 때문이다.
 
Q.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이유가 있나. 떡볶이 제품을 타깃팅 한 이유는.
 
A. 2007년 K-마트라는 현지 한국 마트를 인수했다. 인도네시아의 첫 사업은 소매유통으로 시작한 셈이다. 마트 내부에 팝업 스토어처럼 분식점을 운영했는데 이슬람 소비자들이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슬람 젊은이들이 떡볶이를 먹어보고 한국 음식에 호감을 표시해 깜짝 놀랐다.

그때부터 떡볶이에 대한 시장 가능성을 봤다. 특히 볶음면 문화에 익숙한 현지인들에게 떡볶이는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그들의 입맛에 우리 떡볶이가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Q. 인도네시아의 한류는 어떤가.

 
A. 이곳에서 한류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같은 동남아 국가라도 약간 다른 특징이 있는데 최근에 개최된 박람회에 참석해 보면 베트남이나 태국은 한류의 트렌드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인도네시아는 섬나라인데다가 복잡하고 인구도 많다 보니 트렌드가 뒤늦게 상륙하는 편이다. 민족성일 수도 있고 국가의 특성일 수도 있다. 트렌드가 빠르진 않지만 진득한 면이 있다. 한번 인기가 높아지면 그 기간이 길다. 2년 전 한류 트렌드가 지금 상륙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Q. 현지에서 국내 농식품의 가능성과 시장 확장에 대한 생각은.
 
A. 우리 농식품은 타 국가와 비교해 꽤 우위에 있는 상품들이 있다.

대표적인 신선 과일 중에서는 딸기, 포도, 귤 등이 인기다. 가공식품류로는 실온 유통 떡 제품이 있다. 특히 떡볶이는 한류 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냉장이나 냉동으로 수출되던 떡 제품이 이제는 상온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한국 라면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인기 아이템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Q. 국내 수출 기업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A. 수출 기업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이렇게 맛있는데 왜 안 팔리나’이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이지 현지인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외국인들의 입맛과 문화에 대한 공부가 필수인 이유다. 현지에서 끊임없이 시식회를 하면서 맛을 조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오크라에서 수출하는 떡볶이 제품도 한국의 전통 떡볶이 맛과 다소 다르다. 오크라 떡볶이는 매운맛을 선호하는 현지인에 맞춰 매콤한 양념을 강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현지인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의 포장도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포장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아니라 가장 친숙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국의 세계화를 앞당길 수 있다. 이는 오크라만의 전략이기도 하다.  
 

Q. 초보 수출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A. 과거 스타마케팅을 한 적이 있다. 최시원이나 성훈과 같은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웠다. 스타의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수출 실적이 월등히 올라갔다.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딩하는 데도 톡톡한 효과를 발휘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대기업이 아닌 영세기업에서 이를 부담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정부 지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는 수출 기업들에게 다양한 지원과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스타트 기업은 정부 지원 제도를 수시로 살피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Q. 어려운 점은 있나.
 
A. 식품 제조에 대한 허가가 수월한 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처럼 식품에 대한 인허가 절차가 식약처처럼 까다롭지 않은데 이는 아류 상품들이 활개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명 짝퉁 상품들이 만들어지다 보니 계속 단가 하향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한글을 그대로 베껴와 상품으로 만드니 소비자들은 한국 제품이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수출 대상국의 비관세장벽과 현지 바이어의 정보도 부족하다. 비관세장벽을 위한 국가 간 협의는 수출 기업이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해도, 현지 수입법인들에 대한 정보는 어떤 기관을 통해서 든 반드시 수집하고, 정리하여 수출 기업들과 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Q. 현지 편의점인 ‘Indomaret’에 입점 성공한 것으로 안다. 비결이 있나.
 
A. 사실 굉장히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사업 방식이다. 비용도 많이 소요되고 판매가 되지 않을 경우 그 리스크를 전부 떠안아야 할 뿐만 아니라 퇴출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했고 무조건 찾아가고 미팅하고 읍소했다.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어필했다. 수십 년간 인도네시아에서 식품 관련 일을 하다 보니 네트워크가 만들어진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Q. 떡볶이 이외에도 인기 있는 제품이 있나.
 
A. 새로운 제품을 계속 개발 중에 있는데 현재 바나나 유가 굉장히 반응이 좋다. 처음에는 대기업에 공급 요청을 했는데 성사가 되지 않아서 이슬람 규격에 맞는 할랄 제품으로 출시했다. 원유 배합비도 중요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보람이 있는 것 같다. 검은 반도체라 불리는 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인도네시아에서 불닭볶음면이 가파르게 성장을 하고 있을 때 직원들에게 자주 했던 이야기이다. BTS의 노래가 빌보드 차트 1위를 석권하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020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전 세계 어디를 다녀도 한국 식당에 한국 사람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음을 경험하고 있다. K-컬처의 뒤를 이어 K-푸드가 자리를 잡고 있다. 한류는 5년 전 보다 더 커다란 파도로 먼바다에서 밀려오고 있다고 본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빅 웨이브를 준비하자.”

<제작지원: 2022년 FTA 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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